[좌절하는 MZ세대] "원하는 직장도, 부자도 가망없다" 미래 못 찾는 고달픈 청년들

박정일 2021. 9. 1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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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청년 일자리인식 설문
63% "상황 더 악화될 것" 전망
대다수, 정년연장 부정적 의견
노동시장 유연화 등 해법 꼽아
한국경제연구원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 결과. <한경연 제공>

#올해로 만 서른이 된 유모씨는 대학 졸업 후 2년째 국가직 공무원에 도전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사기업으로 취업할까 고민했는데 다시 처음부터 도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이를 감수하고라도 딱히 미래를 찾을 만한 구직공고도 찾지 못했다.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서울 월세 부담에 유씨는 차라리 부모님이 계신 지방으로 내려갈까도 고민했는데 그 곳은 더 일자리가 없다. 부자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부모님 세대처럼 가정을 꾸리고 부족함없을 만큼이라도 살고 싶은데, 시간이 지날 수록 꿈이 멀어진다는 두려움에 마음만 더 조급해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다가왔지만 미래 경제 주체인 MZ세대(1908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들은 한국 사회가 만든 견고한 유리벽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청년 10명 중 7명은 노력해도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없고, 또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집값 폭등에 분노한 이들은 고용시장의 유연화로 가진 능력만큼 대우를 받기를 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만 18세~29세 5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2.9%는 향후 청년 일자리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9.5%는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도 작다고 봤다. 한경연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이 넘는 54.5%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공기업도 올 하반기 채용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다른 조건이 만족스럽다는 전제로 좋은 일자리의 최소 연봉은 얼마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0.2%가 3000만~4000만원을 꼽았다.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5~29세의 평균 연간임금 수준 추정치는 3217만원으로, 설문조사 결과와 비슷하다.

4000만~5000만원을 꼽은 응답률은 20.6%였고, 2000만~3000만원은 15.2%의 응답률로 나타났다. 청년 응답자 65.2%는 평생직장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희망하는 은퇴 시기는 61세~65세가 30.1%로 가장 많았다.

청년 10명 중 6명은 정년 연장이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 정년연장을 해야 한다면 근로 형태 다양화 등 고용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도 33.6%나 됐다. 임금피크제 도입(27.0%),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 도입(호봉제 폐지·22.0%), 연금 수급 연령 상향(17.2%) 등의 답도 나왔다. 한경연 측은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의 조건으로 높은 연봉 외에도 근로 환경 등 다른 조건들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청년들의 근로 의욕을 고취시킬 다양한 인센티브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자리 정책 방향으로는 노동시장 유연화(22.4%)를 꼽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고용기업 인센티브 확대(18.7%), 창업 활성화(15.5%), 기업 성장 방해하는 규제 개선(13.6%), 교육시스템 개편(10.9%), 글로벌 기업 유치(9.6%), 서비스업 육성(8.3%) 순이었다.

청년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하는 뉴스로는 가장 많은 24.7%가 부동산값 폭등을 꼽았다. 물가 상승(21.5%)과 세금 부담(20.4%)도 뒤를 이었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총자산 규모는 10억~20억 원 수준이 23.5%로 가장 많았고, 20억~50억원(22.9%), 100억~1000억(20.6%)이 뒤를 이었다. 청년들의 70.4%는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될 가능성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청년들의 부정적인 일자리 인식은 청년 구직단념자 양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화와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개혁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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