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 쓴 라두카누, "순간에 충실..내 인생을 사랑할 뿐"

김양희 2021. 9. 1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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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환상적', '경이로운'.

어떤 단어로도 '라두카누'를 설명할 수가 없다.

세계 150위 라두카누는 12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2~5위 선수를 꺾고 올라온 '자이언트 킬러' 레일라 페르난데스(19·캐나다·세계 73위)를 2-0(6:4 6:3)으로 제압했다.

1968년 오픈(프로 선수의 메이저대회 참가 허용)시대 이후 예선 통과 선수가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한 것도 남녀 통틀어 라두카누가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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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라두카누, US오픈 단식 우승]
예선 통과해 그랜드슬램 사상 처음
영국 여자 선수로는 44년 만에 트로피
여왕도 축전..보그 10월호 모델로
결승 상대도 10대, 세대교체 바람
엠마 라두카누(영국)가 12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레일라 페르난데스(캐나다)를 꺾고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돌풍’, ‘환상적’, ‘경이로운’. 어떤 단어로도 ‘라두카누’를 설명할 수가 없다. 세계 테니스계는 만 18살10개월의 영국 테니스 신예에게 푹 빠져들었다. 홈그라운드였던 윔블던에서 16강 진출은 그저 서막에 불과했다. 유에스(US)오픈에서는 10경기 무실세트 경기로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엠마 라두카누(영국) 얘기다.

세계 150위 라두카누는 12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2~5위 선수를 꺾고 올라온 ‘자이언트 킬러’ 레일라 페르난데스(19·캐나다·세계 73위)를 2-0(6:4 6:3)으로 제압했다. 마르티나 힝기스-서리나 윌리엄스 대결(1999년) 이후 22년 만에 10대들의 결승 대결에서 승리하며 영국 여자 선수로는 1977년 버지니아 웨이드 이후 44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1968년 오픈(프로 선수의 메이저대회 참가 허용)시대 이후 예선 통과 선수가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한 것도 남녀 통틀어 라두카누가 최초다. 2004년 윔블던 마리야 샤라포바(당시 17살·러시아) 이후 역대 메이저대회 여자 단식 최연소 우승이기도 하다. 우승상금은 250만달러(29억2500만원).

라두카누는 루마니아인 아버지(이언)와 중국인 어머니(르네) 사이에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으며 2살 때부터 영국에서 자랐다. 부모의 영향으로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와 리나(중국)를 롤모델로 삼는다. 할레프처럼 백핸드에 능하다. 그동안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느라 지난 6월에 처음 투어에 데뷔했고, 윔블던은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가 영국 선수 최연소 나이로 16강전에 올랐다. 당시 16강 경기 도중 호흡 곤란으로 중도 기권했는데 이후 체력 보강에 더욱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라두카누는 ‘메가와트 스마일’로 표현되는 환한 미소와 긍정 마인드로 대단한 팬 흡입력을 보인다. 대회 참가 동안 개인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100만명을 넘어섰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축전을 보내는 등 영국 내에서는 가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매니지먼트 전문 기업 인터탤런트의 조너선 샬리트 대표는 〈더 선〉과 인터뷰에서 “라두카누가 지금의 추세를 유지하면 앞으로 1억파운드(1617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라두카누는 이미 패션 잡지 보그 10월호 모델로도 선정됐다.

라두카누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13일 순위 발표 때 세계 23위로 껑충 뛸 예정이다. 두 달 전 끝난 윔블던 때만 해도 그의 순위는 338위였다. 이형택 테니스 해설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라두카누와 페르난데스를 보면 여자 테니스는 세대 교체가 빨라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라두카누의 경우 이른 나이에 메이저 챔프가 됐기 때문에 앞으로 정신적인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나가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고 했다.

역대 사례를 보면 아나스타샤 미스키나(러시아)의 경우 23살이던 2004년 프랑스오픈에 우승하며 세계 3위까지 올랐으나 지나친 압박감으로 그 이후부터 저조한 성적을 냈다. 유지니 부샤드(캐나다) 또한 20살 때 윔블던(2014년) 준우승 등의 성적을 냈으나 이듬해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현재는 131위까지 순위가 밀렸다. 이 때문에 벼락스타가 된 라두카누 또한 향후 관리가 중요할 전망이다. 라두카누는 이런 우려에 대해 “나는 그저 순간에 충실하려고 한다. 미래가 달라질 것임을 알지만 아직은 모르겠다”면서 “지금은 세상과 상관없이 내 인생을 그저 사랑할 뿐이다”라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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