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원룸 팔아 직원 마지막 월급.."왜 자영업자만 희생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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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를 참아 내다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23년차 맥줏집 사장 A(57)씨의 가게 문 앞에는 그가 오롯이 느꼈을 삶의 무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1999년 서울 마포구에서 맥줏집을 연 A씨는 입소문이 나면서 한때 가게를 4곳까지 확장하는 등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A씨의 친한 동생이라 밝힌 지인은 "유족이 아직 고인의 상황을 다 알지 못해 인터뷰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왜 희생은 자영업자만 해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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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요금 미납 안내문, 끝내 받지 못한 구청에서 온 우편물….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를 참아 내다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23년차 맥줏집 사장 A(57)씨의 가게 문 앞에는 그가 오롯이 느꼈을 삶의 무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12일 기자가 방문한 고인의 가게에는 요금이 미납돼 지난 6월 23일자로 도시가스를 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오랫동안 주인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화분에는 종이컵과 휴지, 캔 등 쓰레기만 쌓여 있었다.
1999년 서울 마포구에서 맥줏집을 연 A씨는 입소문이 나면서 한때 가게를 4곳까지 확장하는 등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숯불바비큐 등 인기 메뉴가 방송에도 수차례 소개되는 등 유명세도 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영업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몇 해 전 나머지 가게를 정리하고 100석 규모의 맥줏집 한 곳을 꾸렸지만, 단체손님이 끊기면서 이마저도 운영이 어려워졌다.
지인들이 기억하는 A씨는 ‘수줍게 웃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가게 지분을 나눠 줄 정도로 직원들을 아꼈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겼으며 복지재단 등에 후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그녀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매출은 계속해서 떨어졌고, 월세 1000만원과 직원 월급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처했다. 결국 살고 있던 원룸을 뺀 돈에 지인들에게 빌린 금액을 더해 남은 직원에게 월급을 준 A씨는 지난 7일 무엇보다 아꼈던 가게 지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살아생전 앞치마를 벗지 않고 일만 했던 A씨는 영정 사진마저 앞치마 차림이었다. A씨의 친한 동생이라 밝힌 지인은 “유족이 아직 고인의 상황을 다 알지 못해 인터뷰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왜 희생은 자영업자만 해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전국의 자영업자들은 A씨의 사망 소식에 비통함을 숨기지 못했다. 자영업자 차량시위를 이끌었던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안에선 해당 가게에 조화를 보내자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유가족들께 더 깊은 슬픔을 줄 수도 있고, 오히려 주변 가게의 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자제하기로 했다. 다른 자영업자들도 하나둘 스러지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43분쯤 전남 여수에서도 치킨집을 운영하던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경제적으로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던 4차 대유행 이후 어려움은 더 커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90%가 4차 대유행 이후 월평균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매출 감소폭은 평균 26.4%였다. 조지현 전국자영업자 비대위 공동대표는 “대출도 제2금융권까지 막혔고 상환기간도 도래해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면서 “확진자 수에 집착하는 방역정책을 고집할 게 아니라 자영업자와 상생할 수 있는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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