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강 체벌 기동'에 구토·기절..공군 학생조종사, 가혹행위 폭로

김윤주 2021. 9. 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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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공군 부대(제3훈련비행단)에서 학생조종사들이 일부 교관과 교수들로부터 욕설·폭언, 가혹행위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부대의 학생조종사라고 밝힌 ㄱ씨는 <한겨레> 에 "매 비행 폭언과 욕설로 고통받는다"며 "교수나 교관이 비행 도중 앞·뒷좌석이 연동된 조종간을 양옆으로 과격하게 조작해 다리에 폭행을 가한다. 비행교육 도중 일부러 기체를 거꾸로 뒤집거나 급하강하는 '체벌 기동'으로 멀미를 유발해 학생조종사가 구토하거나 기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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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유로 1년가량 가족·지인 접촉 제한도
공군 "수사 진행중..가혹행위·폭행 없었다" 주장
게티이미지뱅크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공군 부대(제3훈련비행단)에서 학생조종사들이 일부 교관과 교수들로부터 욕설·폭언, 가혹행위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군 군사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12일 <한겨레>가 입수한 녹취 파일을 살펴보면, 3훈련비행단의 한 교수는 비행 중인 훈련기 안에서 학생조종사를 교육하면서 “내가 한 얘기 개떡으로 들었냐. 똑같이 할래? 대답 안 해? XX놈아. 이 X새끼 (비행)하지마. 넌 유등급(과락)이야” 등 수차례 폭언과 욕설을 했다. 해당 부대 내에서 폭행이 수시로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학생조종사들은 공군사관학교 등을 졸업하고 임관한 소위들이다.

이 부대의 학생조종사라고 밝힌 ㄱ씨는 <한겨레>에 “매 비행 폭언과 욕설로 고통받는다”며 “교수나 교관이 비행 도중 앞·뒷좌석이 연동된 조종간을 양옆으로 과격하게 조작해 다리에 폭행을 가한다. 비행교육 도중 일부러 기체를 거꾸로 뒤집거나 급하강하는 ‘체벌 기동’으로 멀미를 유발해 학생조종사가 구토하거나 기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매뉴 얼상 기체에 가할 수 있는 중력 가속도 최대치가 정해져 있는데, 처벌 목적으로 그 이상을 가하기 때문에 사고가 날까 봐 불안하다”며 “평소 사무실 등에서도 흔적이 남지 않는 손찌검이 잦다. 무거운 비행장구 입고 엎드려 뻗치기, 머리 박고 뒷짐 지기 등의 가혹행위도 있다”고 토로했다.

학생조종사들은 평가비행을 통과하지 못하면 특기 재분류를 당해 사실상 조종사의 꿈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폭언과 가혹행위에 쉽게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고 했다. ㄱ씨는 “조종사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가혹행위를 당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해당 부대에서는 지난해에도 교수에 의한 폭행이 논란이 되면서 공군이 수사와 감찰에 나선 바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외출 통제가 심해지면서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ㄱ씨는 지난달 25일 한 대대에서 학생조종사 4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 게시된 ‘우울증 자가진단 설문’, ‘불안척도 및 자살생각척도 설문’을 활용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90% 이상이 우울증 중증 및 자살 위험군으로 집계됐다고 주장했다.

3훈련비행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1년가량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학생조종사들의 외박을 금지하고, 외출도 이발과 생필품 구매 목적만 허용했다. 외부 식당 이용이나 가족, 지인 등 접촉은 금지했다고 한다. 또 가족이나 지인을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 징계를 받거나 가족·지인의 코로나19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선별검사를 하고, 며칠간 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자가격리를 하도록 했다고 한다. ㄱ씨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지나친 조처로 학생조종사들끼리 ‘이러다 우울증이 올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털어놨다. 해당 부대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현재는 부대 주변에서 가족·지인 접촉을 허용하는 등 방역지침을 일부 완화했다.

공군은 “현재 해당 부대에 폭언 관련 신고가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조처하겠다. 가혹행위나 폭행은 없었다”고 밝혔다. 과도한 방역 조처라는 학생조종사들의 호소에 대해서는 “조종사를 양성하는 임무를 고려해 단체생활을 하는 학생조종사에 대해 방역지침을 철저히 적용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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