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석 단체업소에 손님 2명씩 받아서 언제" 결국 세상등진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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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지기 전 남은 직원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살고 있던 원룸을 뺐고, 모자란 돈은 지인들에게 빌려 채웠다고 해요. 너무 황망합니다. 이럴려고 그토록 억척스럽게 장사를 했을까요. 고작 이렇게 가려고."
12일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선 23년 간 마포에서 맥줏집을 하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 A(57)씨의 발인식이 있었다.
이날 A씨의 빈소에는 그간 고인과 함께 일한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추모 공간에도 '감사했다'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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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지기 전 남은 직원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살고 있던 원룸을 뺐고, 모자란 돈은 지인들에게 빌려 채웠다고 해요. 너무 황망합니다. 이럴려고 그토록 억척스럽게 장사를 했을까요. 고작 이렇게 가려고."
12일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선 23년 간 마포에서 맥줏집을 하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 A(57)씨의 발인식이 있었다.
그는 지난 7일 자택인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인에게 마지막으로 한 연락이 지난달 31일인 것으로 미뤄볼 때 발견 되기 며칠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와 함께 20여년 간 동고동락한 김수만(45)씨는 "A씨에게 장사는 삶의 일부였다. 거의 가게에서 먹고 살다시피 하며 일만 했다"며 "옷도 사 입는 법이 없어 제 결혼식장에도 앞치마를 입고 왔더라"고 했다. 찍은 사진이 몇개 없다는 A씨는 영정 속에서도 앞치마 차림이었다.
1999년 서울 마포에서 맥줏집을 시작한 그는 입소문을 타면서 운영하는 가게가 식당·일식 주점 등 4곳으로 늘어났다. 그의 가게는 회식 장소로 인기였고, 연말이면 종일 단체 예약 연락만 받아야 했다고 한다.
A씨는 직원들에겐 업소 지분을 나눠줬다. 사업 규모가 커진 것에 비해 정작 A씨 손에 남는 것은 많지 않았지만, 요식업계에선 드물게도 주 5일제를 시도하거나 연차를 만드는 등 직원들을 아꼈다고 한다.
한식뷔페를 할 때는 음식을 많이 장만해 복지재단에 보냈고, 정당이나 단체들에 후원금도 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2년째 이어지면서 A씨도 지쳐 갔다. 매출은 절반에서 3분의 1로, 하루 10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영업제한 조치가 강화된 지난해 말부터는 손님이 뚝 끊어졌다.
운영하던 가게는 수년 전에 100석 규모의 한 곳으로 정리했지만, 월세 1000만원과 직원 월급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김씨는 "원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하는 사람이었다"며 "마지막에 봤을 때는 많이 야위었던데, 아파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 밥을 잘 못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진 A씨 곁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채권을 요구하거나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메시지들이 와있었다.
김씨는 "단체업소에 손님 2명만, 9시∼10시까지 받으라고 하면 장사를 어떻게 하나"라며 "탁상에 앉은 사람들은 계속 2주씩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미루는 결정만 하면 되겠지만 왜 희생은 자영업자만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A씨의 빈소에는 그간 고인과 함께 일한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추모 공간에도 '감사했다'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오전 전남 여수의 한 치킨집에서도 사장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경제적으로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타살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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