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ETF' 兆단위는 시간문제.."전기차보다 시장 커질 것"

양사록 기자 2021. 9. 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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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머니 자본시장 밀물
2차전지 이을 그린머니 핵심 부각
국내ETF에도 올 3,000억 몰려
美·유럽 등 중장기 정책지원 활발
韓 대규모 투자..관련 기업 주가↑
"모멘텀 크지만 분산투자 바람직"
[서울경제]

지난해 10월 출시된 국내 첫 수소 상장지수펀드(ETF) ‘KBSTAR Fn 수소경제 ETF’에는 올 들어서만 2,4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수소의 생산·유통·활용 등 세 가지로 구분되는 수소경제 관련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이 펀드의 편입 종목은 현대모비스(14.01%), 한화솔루션(13.73%), 현대제철(13.62%), 현대차 (13.09%) 등이다. 코로나19 이후 시중에 풀려난 유동성 가운데 수소경제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어떤 종목을 골라야할지 고민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렸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4조 원이 몰리며 ETF 시장 성장을 이끈 테마형 ETF 시장에서 ‘KBSTAR Fn 수소경제 ETF’보다 많은 자금이 몰린 것은 전기차·2차전지 관련 ETF 4종과 ‘BBIG ETF’뿐이었다.

상대적으로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에서도 수소경제 상품만큼은 인기다. 지난 2월 출시된 국내 첫 해외 수소 관련 주식에 대한 간접투자 상품인 KB글로벌수소경제펀드에는 17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수소경제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내세운 파리기후협약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관련 사업이 속도를 내며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2월 200여 개 수준이던 글로벌 대형 수소 프로젝트는 최근 6개월 새 131개가 늘어 359개로 급증했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수소에너지가 가장 적합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정책적 지원도 예상돼 수소경제는 단순히 일회성 테마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투자 업계의 관측이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자산가들이 수소의 성장성에 대해 문의해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머지않아 운용 규모가 1조 원대를 넘어서는 투자 상품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수소 공급가격을 80%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수소 생산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예고했다. 2030년까지 수소차 누적 120만 대, 수소충전소 4,300개를 보급한다는 목표도 내놓은 상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7월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육상 운송과 건축·해운 등으로 확대하는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하며 수소차와 수소선박 시장의 확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8일 현대차·SK·포스코·한화·효성 등 5개 그룹이 2030년까지 수소 분야에 43조 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수소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이 중 현대차는 지난해 6,700여 대에 그친 연간 수소차 판매를 2030년에는 50만 대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내놓았다.

상황이 이러니 수소경제 테마에 스치기만 해도 주가는 치솟고 있다. 최근 한 달간 고분자 자동차용 멤브레인막 기술을 국산화하고 있는 상아프론테크는 24.72%, 수소 생태계의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 기술을 보유한 효성첨단소재는 10.59%,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탄화수소계 멤브레인막 국산화에 성공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7.31% 주가가 급등했다.

1일 증시에 데뷔한 수소연료탱크 제조 기업 일진하이솔루스의 기업공개(IPO)에 37조 원의 자금이 몰리며 65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도 시장을 달구는 ‘수소의 힘’이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기록한 뒤 상한가에 도달)을 기록하는 등 이후에도 공모가를 웃도는 주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전략실장(이사)은 “수소경제는 전기차에 버금가는 테마”라며 “국내외 기업의 수소산업 전망이 밝아 지속적으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수소산업이 태동기에 불과한 만큼 수소 생태계 전반의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개별 종목에 집중하기보다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ETF 등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또 산업 초창기에는 정부의 정책 모멘텀에 따라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는 수가 있으니 단기 투자보다는 중장기 투자를 목표로 접근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미래 성장성이 주가 상승의 이유”라며 “인프라 구축과 시장 규모가 확대될 때까지는 생산과 저장·운송·충전·이용 등 모든 단계에 주목하는 수소 관련 ETF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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