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동네 골목상권 다 위협할 판"..혁신의 상징 카카오 어쩌다 탐욕 상징으로 전락했나
독립 계열사만 100개 훨씬 넘어
카카오 본사서 제대로 관리 못해
계열사들은 상장전 몸값 올리려
상생 대신 무리한 성장에 몰두
골목상권 사업 일부 철회 등
자영업자 위한 상생안 검토
◆ 기로에 선 플랫폼 기업 ① ◆
또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하나만 있으면 선물, 송금, 콘텐츠 감상까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하지만 대기업이 꽃 배달 같은 소상공인 사업 영역까지 진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인터넷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이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성장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는 최근 논란과 관련해 모빌리티, 헤어숍을 비롯한 일부 사업에서 철수나 추가 혜택 제공을 포함한 상생안을 종합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급성장하며 이전에 네이버가 겪었던 성장통을 겪고 있다"며 "최근 정부 규제 움직임과 소상공인들 반발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기업이자 거대 플랫폼 기업이 된 카카오가 기존의 사업 확장 전략 수정도 고려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은 본사 내부의 사업 부문을 독립회사로 분사해 급성장을 도모하는 '세포분열' 전략의 어두운 이면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빠르게 '카카오그룹'을 건설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내부에서 주도적으로 사업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을 육성하는 성장 전략이 있었다.
그러나 내부 사업 부문이 하나의 독립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기존 서비스뿐 아니라 유관 영역으로 확장하는 일이 불가피하다. 카카오페이가 분사해 보험·증권업까지 확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신사업 초기부터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쉽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이미 카카오는 임지훈 대표 시절이던 2016년 가사도우미, 헤어숍, 대리기사 같은 영역으로 공격적 확장을 꾀했다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그러다 돌연 "온·오프라인 연계 (O2O) 사업에서 직접 모든 것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앞으로 O2O 사업에서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당시 추진 중이던 가사도우미 중개 서비스 '카카오홈클린' 출시도 무산됐다. 본사에서 신규 O2O 서비스를 직접 하지는 않게 됐지만, 계열사 사정은 달랐다. 카카오택시가 분사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들어 꽃 배달이나 택배 영역까지 진출했다.
특히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상생이나 사회적 인식보단 빠른 성장에 지나치게 몰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따상' 대박을 친 카카오게임즈를 필두로 핵심 계열사가 줄줄이 상장을 앞두고 있어 '몸값 올리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나 계열사들 확장을 통제하는 강력한 중앙 컨트롤타워가 없어 논란을 더욱 확산시켰다. 카카오는 본사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계열사 간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공동체성장센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오너인 김 의장이 직접 조율하고 검토하는 곳은 아니다. 이 같은 구조에서 100곳이 넘는 계열사를 일관되게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카카오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단기간에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라는 정체성 인식에 큰 간극이 생긴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았을 정도로 불과 10년 만에 국내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6월에는 네이버를 제치며 시가총액 기준 국내 3위 기업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스타트업과 경쟁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막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게 됐다.
일부 업종에선 경쟁자의 출연을 막은 정부의 잘못된 규제 탓도 존재한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4월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인 타다가 금지 법안(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사업을 접게 되면서 집중적으로 불거졌다. 우버, 카풀, 타다 같은 경쟁자가 사라져 순식간에 카카오가 모빌리티 독점 사업자로 발돋움한 것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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