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 보? 7,000보만 걸어도 조기 사망 70% 줄어
코로나19 유행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운동이 부족한 사람이 크게 늘었다. ‘건강을 위해 운동 좀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많이 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이럴 때 손쉽게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 바로 ‘걷기’다. 걷기는 100개 넘는 근육을 움직여 긴장을 풀어주고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켜 준다. 걷기 운동을 하기 좋은 완연한 가을이다. 하루에 최소한 10분 정도만 ‘활기차게 걷기(brisk walking)’를 실천해보자.
◇규칙적으로 걷기만 해도 혈압 5~10㎜Hg 떨어져
걷기 운동 효과는 매우 좋다. 중년에 하루 7,000보씩만 걸으면 조기 사망할 위험이 70%까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미국의학협회저널(JAMA) 네트워크 오픈)가 최근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연구팀이 38∼50세 2,110명을 대상으로 2005∼2006년 가속도계를 착용한 뒤 10.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하루 최소 7,000보를 걸으면 그 미만으로 걷는 사람보다 10여 년 뒤 사망할 가능성이 50∼70% 낮았다.
연구팀은 “하루 1만 보가 건강한 걷기 운동 기준으로 종종 제시되지만, 1만 보 걷기가 사망 위험을 추가로 줄이는 데 별 관련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40세 이상 4,840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하루 4,000보 미만으로 걷는 사람을 기준으로 할 때 하루 8,000~1만2,000보를 걷는 사람의 추적 기간 중 사망 위험은 49%였고, 하루 1만2,000보 이상을 걷는 사람의 사망 위험은 35%로 줄었다.
걷기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혈압이 5~10㎜Hg 정도 떨어지고 ‘좋은’ HDL 콜레스테롤이 많아지고 중성지방은 적어지므로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도 낮아진다.
걷기 운동은 또한 다리 근육을 단련하며 관절 기능을 좋게 해 골밀도를 높일 수 있다. 갱년기 여성이 걷기 운동을 하면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고 근육량을 유지해줄 뿐만 아니라 체중 감량 효과도 뛰어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매주 150분 이상 보통 강도의 신체 운동, 75분 정도의 강도 높은 신체 활동을 권고하고 있다.
◇5~10분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 해야
걷는 것도 운동이다. 따라서 걷기 전에 맨손체조 등 준비운동을 통해 체온을 적절히 높여 근육을 이완해야 부상을 막을 수 있다. 이효범 강동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걷기 전에 반드시 5~10분 정도 스트레칭해 무릎ㆍ허리 관절을 이완해야 한다”고 했다. 스트레칭은 허리 무릎 다리 발목 목 어깨 팔 손 순으로 한 동작을 15~30초 유지하면 효과가 좋다.
스트레칭이 익숙하지 않다면 5~10분간 제자리에서 뛰거나 가볍게 달리기를 한다. 걷기 운동을 한 뒤 아플 수 있는데, 이는 대개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움직여서 생긴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증상이 사라지지만 계속 아프고 불편하면 전문의에게 상담하는 것이 좋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걷기를 할 때에는 KF94 마스크가 아닌 KF80 마스크, 덴털 마스크나 비말 차단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어슬렁 걷지 말고 빨리 오래 걸어야
걷기는 어슬렁거리며 그냥 걸으면 운동이 되지 않는다. 빠르게 걸어야(속보) 온몸의 근육이 활성화되면서 영양소나 산소 소비량이 현격히 늘어난다. 따라서 군대 행진과 비슷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빨리 오래 걸어야 좋다.
걷기는 속도보다 지속 시간이 중요하다. 박윤길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45분 이상, 3㎞ 정도를 1주일에 3~4회 걷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걷기의 올바른 자세는 양발 끝을 11자로 두고 보폭은 자신의 키에서 100㎝를 뺀 정도를 유지하면 좋다. 배를 내밀거나 엉덩이가 뒤로 빠지지 않게 아랫배와 엉덩이에도 힘을 주고, 허리와 목은 곧게 펴되 턱은 약간 당겨 시선은 약간 올린 상태로 앞을 보아야 한다.
어깨는 자연스럽게 펴서 가슴을 가볍게 앞으로 내밀어 체중이 약간 앞으로 쏠리는 듯하게 한다. 발은 뒤꿈치가 지면에 먼저 닿도록 한다. 걷기 운동을 할 때는 조금 두꺼운 면 양말과 밑창에 쿠션이 충분한 운동화를 신어야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몸이 받는 충격을 줄이고 낙상으로 인한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비만이라면 걷기 운동을 할 때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가볍게 걸어야 한다. 하지만 몸무게를 줄이려고 걷기 운동을 한다면 30분 이상 지속해야 효과가 있다.
한승훈 한양대 구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비만인 사람이 걷기 운동을 시작한다면 평탄한 곳에서 10~20분 정도로 시작해 시간을 점점 늘리면 좋다”고 했다.
무릎 관절염 환자도 꾸준히 걸어야 관절염을 완화할 수 있다. 다만 무릎 관절염 환자가 걷기운동을 할 때는 주 3~4회를 넘지 말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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