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손실 보전' 평행선.. 서울 지하철 파업 열차 타나
13일 마지막 노사 교섭 벌이지만
노조 14일 파업 돌입절차 마무리
대체인력 투입 70~80% 운행 불구
추석연휴후까지 파행 장기화 우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 노조가 오는 14일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노사 협상이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공사가 파업을 한다면 지난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대체 인력 투입 등으로 실제 서울 지하철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지만 평소 70~80% 수준 운행으로 시민들의 적지 않은 불편이 예상된다. 서울시와 공사 노조, 공사 재정난 해결의 열쇠를 쥔 정부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만큼 파업 장기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12일 공사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9일 고용노동부 산하 행정기관인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10일에는 차량·기술·승무·역무 등 각 업무 분야에서 차량 운행에 필요한 최소 인원인 필수유지업무 인원 명단을 공사에 전달했다. 파업 전 마지막 행정 절차를 마무리한 것이다.
휴일인 이날에도 공사 노사는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양측은 그동안의 협의 내용을 정리하고 13일에는 파업 전 마지막 교섭에 착수한다.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노조는 이날 파업을 선언하고 예고대로 14일부터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지하철이 파업 위기에 이른 가장 큰 이유는 공사의 막대한 재정난이다. 2017년 5월 1~4호선 운영사인 서울메트로와 5~8호선 운영사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합병으로 출범한 공사는 2019년까지 매년 5,000억 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에는 당기순손실이 무려 1조 1,137억 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이에 못지 않은 재정난이 예상된다.
재정난 타개를 위해 2015년부터 1,250원에 머물러 있는 지하철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월 취임 후 공사의 경영합리화가 우선이라는 방침을 정하면서 무산됐다. 공사가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1만 6,000여명의 전체 인력 중 9%인 1,500여명 구조조정 및 임금 동결 등의 방안을 마련하자 노조는 반발하면서 노조원 대상 찬반 투표 실시 등 파업 준비에 착수했다.
동결된 지하철 요금과 함께 재정난의 원인으로 꼽히는 무임 승차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은 공사 노조, 서울시 모두 같다. 양측 모두 매년 수천 억 원대의 무임 승차 손실이 누적되고 있으며 고령화 추세로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하철 1호선을 공사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에 대해서는 국영철도의 공익 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국가 또는 해당 서비스의 원인 제공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매년 무임승차 손실 금액의 61%에 해당하는 1,300억 원대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공사 같은 지방자치단체 산하 철도 공기업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지난달 19일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법 개정을 통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고 같은달 31일 국무회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7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하철 운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시민들의 큰 불편과 혼란이 예상된다”며 파업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무임 승차 손실에 대한 보전 대책은 여전히 마련하지 않았고 내년 예산안에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 역시 공사가 합병 당시 약속한 경영 효율화 방안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서울시, 공사 노조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13일 공사 노사 협상 역시 성과 없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업이 시작될 경우 공사는 필수유지인력과 대체 인력을 투입해 평일 출근 시간대에는 지하철을 정상 운행하고 나머지 시간대에는 평소의 70~80% 수준의 운행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공사 노조는 파업 기간을 추석 연휴 전인 17일까지로 신고했다. 이 기간 동안 협의를 이어가되 진전이 없으면 파업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지도부는 파업 장기화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정부·서울시의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에 대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대체로 지하철 파업은 시민 불편이 크기 때문에 장기간 진행된 적이 거의 없지만 노조가 파업을 중단할 명분을 찾기 어려워지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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