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는 왜 오른손으로 따를까? 궁금해서 책 썼죠"
직장인 작가 퍼니준
애주가 위한 소주 가이드북
포털사이트 100만뷰 돌파
"한국 찾는 외국인 읽도록
영·중·일어로도 출간할 것
지나친 음주는 절대 금물"
그러다가 문득 소주 마시는 법을 책으로 내보자 싶었다. 그 후 7년 만에 '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을 출간했다. 그를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만났다.
"술 앞에서 주도적인 인간이 되려면 주도(酒道)를 알아야죠.(웃음)"
'소주 탐구생활'은 예비 애주가를 위한 소주 가이드북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누구나 마시지만 소주의 주도는 구전될 뿐 정리된 책이 한 권도 없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소주 마시는 테이블의 인원별 상석, 소주를 가장 싸게 파는 곳, 술잔을 주고받는 수작(酬酌) 유의사항 등을 포털과 블로그에 연재했더니 106만뷰를 돌파했다.
"소주병 바닥을 때리는 이유는 당초 소주 병뚜껑이 와인 같은 코르크였기 때문이라고 해요. 부서진 코르크 침전물을 팔꿈치로 쳐서 이를 빼내려 했던 거죠. 요즘은 분위기를 띄우려 그 동작이 습관처럼 남은 것이고요. 소주부터 해장까지 단계별 소주 음주법을 책으로 남기려 했습니다."
소주 관련 자료를 찾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대학원을 다녔던 그는 소주 관련 정보의 원전과 출처를 학술적으로도 정확하게 표기하려 했다. 1970년대 소주 과다 경쟁으로 정부가 '1도 1사' 원칙을 정한 뒤 1988년 폐지됐다거나 시대의 욕망에 따라 바뀌는 소주 광고 모델 등을 정확하게 찾아냈다. 한잔 소주에 대한 고찰이 이처럼 진지하기도 어렵지만 아직 밝히지 못한 사실들은 숙제로 남기겠단다.
"왜 어른에게 소주를 따를 땐 라벨을 가릴까요. 전국의 소주가 있으니 라벨을 가려 화합하기 위해서였다는 설도 있고 소주가 흘러 라벨이 더러워지는 걸 방지하려는 동작이라는 설도 있는데 답을 못 찾았습니다. 또 왜 항상 오른손으로 따라야 하는지도 궁금해요. 정설을 찾으면 다음 책에 넣으려 합니다."
소주만큼 한국 음식과 궁합이 맞는 술도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한식은 맵고 짜잖아요. 소주는 타피오카로 만들어져서 단맛이 있어요. 식사에 곁들이면 '단짠단짠'이 가능해지죠. 그래서 감칠맛이 돌고 피곤할 때 마시면 땡기기도 하고요. 소주는 어느 안주가 놓여 있든 함께할 준비가 돼 있는 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책을 외국어로도 번역해 출간한다. 현재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작업 중이다. "한국을 찾는 분들이 방한 전에 읽어볼 만한 책을 만들고자 해요. 한국에서 '소주 한잔 하자'는 말처럼 상대방과 담을 허무는 대화 방식도 없잖아요. 막상 테이블에 앉으면 마음을 털어놓게 되는 계기가 소주이기도 하고요. 소주는 대화를 건네는 도구일 텐데 그 문화를 해외에 전하고 싶습니다."
'소주를 숭상하자는 건 아니다'고 그는 딱 잘라 말한다. 소주 자체가 아닌 소주를 통해 우리 사회의 풍경을 보려 했다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술로서의 소주를 예찬하자는 게 아니라 소주 마시는 법을 통해 한 시대를 읽어보자는 의도입니다. 저도 한때 술을 과도하게 즐겼지만 이 책을 쓰면서 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소주 드실 때는 '법화경'에 나오는 이 말을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마침내는 술이 사람을 삼킨다(初則人呑酒 次則酒呑酒 後則酒呑人). 과도한 음주는 시대를 막론하고 금물입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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