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색동 띠가 서울 부암동에 날아들었다

노형석 2021. 9. 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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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은 땅속을 푹 파내어 꺼슬꺼슬한 단면이 드러난 지층과 비슷하다.

우툴두툴한 표면의 물감 층 자체가 큰 그림 화폭이 되는 까닭이다.

서울 부암동 갤러리 라온에 차려진 이 전시는 붓 대신 나이프로 유화물감을 두껍게 발라 만든 색띠 그림들과 색띠 달항아리 그림 등이 과거 구상 연작들과 같이 걸렸다.

500호 이상의 거대 그림과 대작 등 나온 작품만 85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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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전시 넷
유의랑 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라온 전시장.

그의 그림은 땅속을 푹 파내어 꺼슬꺼슬한 단면이 드러난 지층과 비슷하다. 우툴두툴한 표면의 물감 층 자체가 큰 그림 화폭이 되는 까닭이다. 그런데도 성기지 않고 색감이 세련되고 산뜻하다는 점이 미지의 매력을 내뿜는다. 기업주 작품 의뢰를 많이 받는 것으로 유명한 유의랑 작가의 신작전 풍경이다.

서울 부암동 갤러리 라온에 차려진 이 전시는 붓 대신 나이프로 유화물감을 두껍게 발라 만든 색띠 그림들과 색띠 달항아리 그림 등이 과거 구상 연작들과 같이 걸렸다. 500호 이상의 거대 그림과 대작 등 나온 작품만 85점에 달한다. 작가는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일상 속 소품이나 달항아리, 민화, 새 따위를 그린 그림을 기업체 사옥이나 호텔, 콘도 등 대형 공간에 주로 내보여 왔다. 형상이 있는 장식적 회화를 그리되 소재와 기법에서 다기한 변화를 시도해온 작가가 정밀한 색층 구성으로 추상 회화에 대한 몰입을 시도한 전시라고 화랑 쪽은 밝혔다. 17일까지.

김도연 작 <만남은 I>.

열차를 탄 긴머리 여인이 유리창 너머 풍경을 바라본다. 열차의 속도 탓에 휙휙 흘러가면서 뭉개지는 나무와 산야 등의 창밖 풍경 이미지는 당연한 풍경인데도 친숙하지 않다. 창을 경계로 극사실적으로 묘사된 여인의 묵묵한 옆 모습과 미묘한 대비를 이루는 까닭이다. 부산 광안리 미광화랑에 마련된 김도연 작가의 개인전은 우리가 눈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의 이미지들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일러준다.

감상의 실마리는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는 시각적 인식 자체에서 풀려나온다. 작가의 시선을 머금은 젊은 여성 등의 인물과 차량 백미러에 비친 카메라로 바깥 풍경을 찍는 탑승자, 먹다 남은 케이크의 세부, 차창 밖으로 흔들리며 지나가는 풍경 따위의 정물들이 복선을 깔고 등장한다. 전시장의 그림들은 보는 것을 재현하는 정도를 넘어 작가가 인물, 사물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끼어드는 감각, 감정, 기억, 개념 등에 얽힌 부분들까지 붓질로 보여주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16일까지.

최영걸 작가의 출품작 <성실한 여름>.

중견 화랑업체인 이화익 갤러리가 창립 20돌 기념전을 서울 송현동 사옥에서 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갤러리현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화랑주 이화익 대표가 2000년대 초부터 자신과 인연을 맺어온 주요 작가들의 작품들을 골라 그들의 구작과 근작들을 소개하는 얼개다. 지금 진행중인 전시는 15일까지 열리는 2부로 최영걸, 노준, 이이남 등 작가 12명이 출품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1부 전시에서는 임동식, 김덕용, 김동유 작가 등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데이비드 레만의 2021년 작 <질투>의 일부분.

거친 필력으로 밀어붙인 선과 강렬한 색면들이 뒤엉킨 독일 청년 작가의 그림이 한국 화랑가를 처음 찾아왔다. 서양 신화의 장면들과 남녀의 성적인 유희, 사회적 사건들의 단면 따위를 야성적인 필력으로 분출하듯 표현하는 데이비드 레만(34)의 근작들이 서울 삼청동 초이앤라거갤러리와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18일까지 선보이고 있다. 옛 동독 지역 코트부스에서 활동해온 레만은 2019년 떠오르는 독일 회화 작가 53인 중 한명으로 선정된 유망 작가라고 화랑 쪽은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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