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회장 "지금 좋은 내연차라도, 미래로 가져갈 순 없다"

류정 기자 입력 2021. 9. 12. 17:25 수정 2021. 9. 12. 18: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흥미로운 내연기관차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미래로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의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은 최근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을 맞아 한국 미디어와 온라인 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지난 7월 2025년부터 메르세데스-벤츠의 신차를 순수전기차로만 출시하고, 2030년까지 전 차종을 순수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고성능 브랜드 AMG, 럭셔리 브랜드 마이바흐 등 서브 브랜드는 내연기관차가 좀더 어울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벤츠의 전동화 의지는 AMG, 마이바흐, G클래스까지 모든 제품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그룹 회장 겸 메르세데스-벤츠 CEO. /다임러

칼레니우스 회장은 10년 안에 세상을 뒤집어 놓을 전동화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메르세데스-벤츠는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정교한 전동화 엔진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며 “우리의 새로운 기술로 시장을 뒤집을 기술적 변곡점이 10년 안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벤츠의 전동화 전략에 ‘대중화’는 포함돼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벤츠는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로서 최상위 입지를 유지해왔다”며 “벤츠의 고객들과 팬들은 럭셔리와 첨단 기술이 결합된 특별한 제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츠가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서 주도권을 잡고 빠르게 전동화한다면, 대중화된 시장에도 영감을 줄 수 있겠지만, 벤츠가 대중화된 시장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벤츠는 최근 A클래스부터 S클래스까지 전기차 모델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EQA, EQS, EQB, EQE 등 올해에만 4개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내년에는 고객들의 선택의 폭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2–3년 안에 새로운 모델들이 매우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1'에서 처음 공개된 벤츠의 E클래스 전기차 EQE. /연합뉴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는 주행거리 1000km 이상이 가능한 ‘비전 EQXX’를 내년 세계 최초로 공개할 계획이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우리는 비전 EQXX 연구팀에 단순히 배터리를 많이 탑재하는 것이 아닌 ‘효율성’이라는 과제를 던졌다”며 “연구팀은 이 도전과제를 좋아했고, 내년초에 연구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한 연구 프로젝트 그 이상으로, 메르세데스-벤츠 포뮬러 원 팀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며 “비전EQXX를 위해 개발된 기술과 아이디어 중 일부는 향후 2-3 년 후 출시될 실제 모델에 적용되는 기술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벤츠의 승용차 판매량이 전세계에서 5위인 한국 시장을 위한 전략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한국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의 고객들과 팬들은 기술과 취향 면에 있어 상당히 앞서있고 수준이 높아 세계적인 관점에서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지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에서 세단과 SUV 두 가지 모두에 집중할 것”이라며 “지난 4월 공개된 세단 EQS와 이번 IAA에서 공개된 EQE에 이어 내년에는 해당 모델의 SUV 형제 모델들이 뒤를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IAA 모빌리티 2021'에서 처음 공개한 G바겐의 전기차 EQG. /연합뉴스

벤츠는 전동화 전략을 위해 전세계 파트너사와 함께 8개의 배터리 공장을 추가로 지어 20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현재 유럽, 아시아,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 생산 공장들이 운영되고 있다”며 “8곳의 배터리 공장들은 전 세계 완성차 공장과 가능한 가깝고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위치에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유럽 파트너와의 셀 이니셔티브(cell initiative)도 고려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며 “곧 세부 내용이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터리 셀 영역에서는 이미 한국 기업들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중요한 역할들을 해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며, 기술적 측면과 비용 측면 모두에서 메르세데스-벤츠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츠는 배터리 셀에서 화학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완전히 수직 계열화 된 R&D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메르세데스-벤츠는 단순히 기성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사와 함께 공동으로 설계하고 혁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AA에서 공개된 벤츠의 고성능 S클래스 전기차 'AMG EQS 53'./연합뉴스

배터리 뿐 아니라 삼성·LG 의 디스플레이 등 한국 전장 부품, 모빌리티 스타트업 등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묻자, “한국의 자동차 생태계는 굉장히 우수하며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다”며 “벤츠는 지난 수년간 한국의 공급 파트너와 협력해 왔으며, 한국은 메르세데스-벤츠를 ‘미래로 이끌 혁신의 원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미 저희는 여기서 말씀하신 몇몇 회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며 “한국은 디스플레이 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동차 기술 측면에서도 선도하고 있으며, 한국은 단순히 매력적인 판매 시장이 아닌, 벤츠의 미래에 있어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