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최대 경쟁자 된 '테슬라 덕후' "1년 내 세상에 플라잉카 내놓겠다"

이고운 2021. 9. 12. 17: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CEO
허샤오펑 샤오펑 CEO
프로그래머, 연쇄 창업가 변신
눈부신 성장, 세계 주목 한몸에
中 전기차기업 첫 양산 돌입
뉴욕·홍콩증시 상장도 성공

저렴한 자율주행차 'P5' 출시
로봇 말·플라잉카로 미래 대비


허샤오펑(44)은 어린 시절 미국 장난감 회사 해즈브로의 로봇 완구를 가지고 놀며 공학도의 꿈을 키웠다. 그는 모바일 브라우저 개발회사 UC웹을 창업해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큰 성공을 거둔 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가 또다시 창업한 전기자동차 기업 샤오펑(Xpeng)은 ‘중국의 테슬라’로 각광받고 있다.

샤오펑은 중국 내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누리며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두 차례 창업에서 연달아 성공을 거둔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고사성어 ‘정저지와(井底之蛙: 우물 안 개구리)’를 인용하며 “창업과 기업가 정신은 자신의 한계를 깨고 전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창업 회사, 알리바바 인수로 ‘대박’

허샤오펑은 중국 후베이성에서 태어나 화난이공대(SCUT)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이력을 쌓던 그는 2004년 UC웹을 공동 창업했다. 당시 중국에선 모바일 인터넷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UC웹의 클라우드 기반 모바일 브라우저 서비스는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UC웹에 수차례 투자하며 관심을 보였다. 2014년 알리바바는 UC웹을 43억달러(약 5조원)에 인수하면서 중국 인터넷업계에서 최대 인수합병(M&A) 기록을 썼다. 허샤오펑은 30대에 억만장자가 됐으며 알리바바의 고위 임원 자리에도 올랐다.

허샤오펑은 UC웹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또다시 창업에 나섰다. 그의 이름을 딴 전기차 기업 샤오펑 설립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2017년 8월 알리바바에 사표를 던지고 샤오펑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며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알리바바를 떠나 샤오펑을 택하게 된 계기 중 하나로 아들을 꼽았다. 2017년 초 태어난 아들이 자신을 멋진 아버지로 생각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래머로서의 도전 욕구도 또 다른 이유였다. 그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 애프터서비스, 브랜드 구축 등까지 하는 전기차 사업은 인터넷 사업과 다른 차원의 창조 행위”라며 “인터넷 사업을 할 때와는 또 다른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이 스마트카로 재편되면서 소프트웨어 역량이 중요해진 환경도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테슬라 팬에서 머스크의 경쟁자로

그가 샤오펑에 합류한 이후 회사의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다. 허샤오펑의 화려한 인맥도 회사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샤오미를 창업한 레이쥔 회장으로부터 여러 조언을 받았다. 그의 전 직장인 알리바바는 샤오펑의 주요 투자자가 됐다. 알리바바 외에도 샤오미, 투자회사 IDG와 힐하우스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 등이 샤오펑에 투자했다.

허샤오펑이 CEO를 맡은 직후인 2017년 10월 회사는 첫 번째 전기차인 ‘샤오펑 1.0’ 양산에 들어갔다. 중국의 여러 전기차 기업 중 최초였다. 이후 샤오펑 G3, 샤오펑 P7 등 신차를 선보였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업공개(IPO)를 성사시켰다. 뉴욕증시 상장 첫날 샤오펑 주가는 21.22달러였고 같은 해 11월 7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9일 종가는 39.37달러, 시가총액은 357억달러다.

샤오펑은 올 7월 홍콩증시에도 상장했다. 샤오펑은 다른 현지 기업들과 더불어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올 들어 판매된 신차 중 10%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일 만큼 중국의 전기차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샤오펑을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테슬라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을지가 세계 자동차업계의 관심사 중 하나다. 샤오펑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우한에 제3공장을 짓고 있다.

허샤오펑은 테슬라의 열렬한 팬이었다. 한때 테슬라 차량 여러 대를 소유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샤오펑과 테슬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019년 테슬라는 샤오펑으로 이직한 전직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 직원이 샤오펑으로 옮겨가면서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 ‘오토파일럿’ 소스코드를 빼돌렸다는 게 이유다.

그해 11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위터를 통해 샤오펑이 테슬라의 지식재산권을 도둑질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이에 허샤오펑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우리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서구의 누군가(머스크)를 화나게 한 듯하다”고 응수했다. 이후 WSJ와의 인터뷰에서 허샤오펑은 “머스크는 몇 가지 결점이 있긴 하지만 훌륭한 기업가”라며 “(테슬라를) 이기려면 무언가 다른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샤오펑은 최근 자율주행 기능을 장착한 신차 ‘샤오펑 P5’를 공개했다. 테슬라의 ‘모델3’보다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할 예정이다. 샤오펑 P5는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리는 고가 부품인 라이다를 기본 장착한 최초의 중국 전기차기도 하다.

샤오펑은 1년 뒤에는 플라잉카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땅 위를 달리는 전기차 경쟁을 넘어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다. 어린이가 탈 수 있는 로봇 말도 내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경제지 네이버 구독 첫 400만, 한국경제 받아보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