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EO 즐겨입는 프리미엄 속옷'..스위스 명품 '한로' 가격 40% 낮췄다

김대기 2021. 9. 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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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수입社, 스위스 본사 설득
국내 판매가격 평균 40% 낮춰
가심비 이어 가성비까지 잡아
젊은층서 중장년까지 망라한
대중적 럭셔리 브랜드로 변신
지난 10일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지하 2층에 위치한 한로(HANRO) 매장에서 관계자들이 신상품 진열에 앞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아라벨라]
스위스 명품 속옷 브랜드 '한로(HANRO)'가 가격 인하와 온라인 유통 역량 강화를 통해 대중적인 브랜드로 변신을 꾀한다. 한로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즐겨 입는 프리미엄 속옷'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최고급 수입 란제리'로 인정받고 있지만 주요 소비자층이 상위 소수에 국한돼 있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있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었다. 좋은 품질로 긍정적인 호응을 받아왔지만 높은 가격은 소비자들이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한로가 국내 시장에서 활로를 넓히기 위해 가격을 과감하게 낮추게 된 배경이다.

국내 시장에 한로를 독점 수입해 유통하는 아라벨라의 정성주 대표는 "그동안 한로는 상위 1% 정도가 입소문으로 즐겨 찾는 명품 속옷 브랜드였지만 이제는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대중적 브랜드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제품 판매 가격을 기존 대비 평균 40%가량 낮췄다"고 설명했다. 한로의 브래지어 가격은 28만원 수준이었지만 19만원으로 32% 인하됐다. 또 실내에서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의류인 '이지웨어'는 65만원에서 35만원으로 46% 내렸다.

정 대표는 프리미엄 속옷 시장의 성장 잠재성을 내다보고 스위스 한로 본사를 찾아 설득한 끝에 독점 수입 계약을 맺고, 2014년 한로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사업 초기에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높은 직수입 단가 때문에 고전했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충성 고객층이 빠르게 늘어났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한로의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아라벨라가 한로를 국내에 들여오기 전에 한 대형 유통사가 먼저 한로의 한국 사업을 전개하다가 손을 뗀 적이 있었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한 소비자 저변을 넓히기가 어려워 향후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수입 단가를 낮춰야 중장기적으로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한로와 수입 계약을 맺은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한로 측에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최근 그 결실을 맺었다. 정 대표는 "한국 프리미엄 속옷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한 스위스 본사가 요구를 받아들여 수입 단가를 20% 인하했다"며 "여기에 마진 폭도 낮추기로 하면서 국내 소비자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884년 설립돼 올해 137주년을 맞은 한로는 품질과 디자인 측면에서 본연의 철학을 고수하며 명품 속옷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한로는 실과 면, 속옷을 모두 자체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외주를 마다하고 자체 제작을 이어온 이유는 140년 가까이 쌓아온 원단 제작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원단 가공 과정의 상당 부분은 예전처럼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속옷과 일상복은 물론 요가, 러닝(달리기) 등에 특화된 운동복 영역으로까지 제품군을 확대해 MZ세대를 공략할 계획이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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