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제·개인 실존 그린 6인의 작품들
대상 작가 추천작 등 8편 수록
◆ 제22회 이효석문학상 ◆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는 것은 문학의 온기다. 수영은 편지를 쓰고, 미조는 일기를 쓴다. 그리고 엄마는 시를 쓰며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정홍수 평론가는 작품론에서 "수영의 문자메시지, 엄마의 일기-시는 그렇게 미조에게 '시적인 것'으로 재발견되고, 화자의 자리에서 출발한 미조의 언어는 소설의 끝에 이르면 수영, 엄마의 언어와 뒤섞인 다성과 혼성의 언어로 옮겨와 있다"고 했다.
최진영 '차고 뜨거운'은 뜨거운 마음으로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차가운 머리로 엄마로부터 벗어나는 한 인간을 그린다. '우리 서로 껴안고 세상을 원망하며 같이 울자'는 엄마의 잘못된 사랑에 딸인 '나'도 수렁에 빠져들지만 행복한 이모 부부 모습을 보며 겨우 헤어나온다.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히 버릴 수 없는 삶의 모순이 독자들 공감을 이끌어낸다.
은희경 '아가씨 유정도 하지'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등 객체가 아니라 오롯이 개인으로,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1933년생 최유정의 삶을 들려준다. "나의 유정한 사람과 걷고 싶다"고 연인이 일러준 그 해변에서, "울산의 아가씨 유정도 하지"라는 제 이름이 담긴 노래를 유정이 흥겹게 부르는 마지막 대목의 묘사가 특히 아름답다.
박솔뫼 '만나게 되면 알게 될 거야'의 인물들은 상처를 갖고 있다. 서원·기정·준우 등 모두 동시대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상실감, 결핍, 공허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이해와 공감 등 자칫 쉬울 수 있는 결론을 택하지 않고 이를 감당하는 무의(無依)함이 돋보인다. 인위적인 문법의 파괴와 호흡의 어긋남 등 색다른 형식도 그를 '제일'은 아니더라도 '유일'하게 만드는 요소다.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는 한없이 남을 위해 살아가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인물 '체'에 대한 얘기다. 남들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따스한 시선으로 비추는 소설은 적당히 이기적이고, 딱 그만큼만 이타적으로 살아가려 하는 현대인들의 영리한 계산법을 무력화한다. 장애인인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실제에 맞게 자세히 그려낸 점도 좋다.
김경욱 '타인의 삶'의 화자 '나'는 아버지의 빈소에서 마스크를 쓴 사내를 본다. 익숙한 양복 차림의 그를 소설가인 '나'는 "줄자처럼 정확한 삶"을 산 양복장이 아버지의 숨겨진 아들로 상상한다. 사내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대신 발견되는 건 아버지 얼굴 속 '나'의 모습이다. 자신의 소설적 기원과 욕망을 이토록 세련되게 펼쳐낸 점이 탁월하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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