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가게 하는 연기자 지망생, 쌀국수 집 연 유학생.. 여기서 꿈 키운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유채린(26)씨. 연기자가 꿈이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오디션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하면서 미래에 대한 꿈도 사라지는 듯 했고, 현실에 대한 배신감도 느꼈다. 그런 유씨에게 취미로 배워 두었던 디저트 만들기가 새로운 인생을 열어 줬다. 그는 인천 연수구가 마련한 ‘청년외식사업 지원센터(이하 ‘센터’)’에 응모, ‘라이프 오브 쿠키’라는 자신만의 가게를 열었다.
“경쟁률이 높아서 안 될 줄 알았어요. 제 경력은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카페 알바가 전부거든요.” 유씨는 “디저트를 비롯해 모든 음식을 만들 때는 정성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인생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스모어 쿠키’와 ‘보틀 케이크’가 입소문을 타면서 유씨 가게 매출은 8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9년 전 유학생으로 한국에 첫 발을 내디뎠던 베트남 청년 응우옌 딩헝(34)씨는 센터에서 베트남 쌀국수 집 ‘대나무’를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전통 음식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처럼 인천에서 베트남 음식점을 내고 싶었지만 비싼 임대료 탓에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청년외식사업에 참여하면서 꿈을 이뤘다. 부모님의 전통 비법을 전수 받아 베트남 전통에 충실한 쌀국수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는 하루에 약 50건의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한국인 종업원 3명을 고용했다.
박천수(36)씨는 유명 호텔 양식 셰프 출신이다. 어머니가 전 집을 하신다는 그는 요리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 “유명 식품회사와 병원 조리사로도 일했는데 내 식당에서 나만의 음식을 만들고 싶어 센터에 응모했습니다.” 그의 식당 ‘킹포크’의 주 메뉴는 수제 소시지와 파니니, 샌드위치 등이다. “이 분야에서 만큼은 내가 우리나라 최고의 셰프라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드는데, 손님들이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반응이 좋습니다.”
울산 출신 장찬우(28)·이지혜(24) 커플은 대학 조리학과 선후배 사이다. 인천 지역 음식점 종업원으로 2년 정도 경험을 쌓은 장씨가 센터에 지원해 합격한 뒤 여자친구 이씨를 불러 함께 중화 덮밥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에서 좋은 기회를 잡은 만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장씨는 “결혼 후에도 인천에서 터 잡고 살 것 같다”며 웃었다.
연수구가 올 1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청년외식사업 지원센터는 배달 전문 공유형 주방 10곳을 이용해 청년들이 외식 사업을 벌이는 곳이다. 청년들이 꿈을 이루도록 지원하는 ‘드림 인큐베이터’인 셈이다. 지난해 말 19세에서 39세 사이의 청년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고, 약 4대1의 경쟁을 통과한 10팀이 자신만의 식당을 열었다. 10개 식당의 올 2분기 평균 매출은 1분기에 비해 57% 늘었다. 10곳 중 7곳은 유명 배달 사이트 맛집 순위에 진입했다. 상반기 전체 매출 합계는 6억원에 육박한다.
연수구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청년 사업가들에게 메뉴 개발과 사업 확장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SNS를 통한 홍보 마케팅과 친환경 배달 용기 구입비 지원 등은 자립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청년 사장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센터 내 음식점 전체가 코로나 안심 식당 기준을 준수하면서 식약처 위생 등급제에서 ‘매우 우수’ 마크를 획득하기도 했다.
고남석 구청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음식 문화 정책을 개발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통한 공유 주방 기반 융복합 외식 창업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케이푸드 스퀘어 조성을 위해서도 주민들과 적극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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