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절대 가볍게 연기하지 않았다"..'D.P.' 정해인의 고민

박정선 기자 2021. 9. 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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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해인. 사진=넷플릭스
배우 정해인(33)이 'D.P.'에 성장과 고민, 그리고 공감과 진실을 담아냈다.

국민 연하남으로 불리며 많은 누나의 마음을 훔친 그는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D.P.'를 통해 남녀노소를 사로잡고 있다. 특히 국민 연하남 시절엔 정해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군필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군의 어두운 현실을 매섭게 꼬집은 이번 작품을 통해 군필자들에게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안겨준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큰 공감을 얻어낸 덕분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정해인)와호열(구교환)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에피소드마다 탈영병들의 사연이 등장하고, 이들이 왜 탈영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흥미롭게 풀어낸다. 특히 군부대 안에서 자행되는 가혹 행위와 비인간적인 폭력 등이 놀라울 만큼 과감하게 그려진다. 믿기 힘들지만,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단순히 보고 즐기는 콘텐트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만 22세에 전역한 군필, 정해인은 주인공 준호 역할을 맡았다. 어두운 가정사를 뒤로하고 입대한 준호는 우연히 D.P.가 돼 호열과 호흡을 맞추며 탈영병을 쫓는 인물. 멜로물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정해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작품, 그리고 캐릭터다. 정해인은 우려와는 달리 준호의 어두운 얼굴과 점차 변하는 분위기, 로맨스가 아닌 브로맨스를 섬세하게 연기했다. 배우 정해인의 성장을 성장하는 준호에 담아냈다.

정해인이 이처럼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깊은 고민이 있기에 가능했다. 상업적인 외양에 사회적 메시지라는 묵직한 내면을 가진 작품을 주연 배우로서 이끌며 신중하게 고민했다. "절대 가볍게 연기하지 않았다"는 그는 이젠 누나보다 훌쩍 커버린 국민 연하남이었다.
넷플릭스 'D.P.' 스틸.

-'D.P.'를 보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왔다는 군필자들의 공감 담긴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그 반응을 나도 봤다. 그만큼 우리 작품이 사실적으로 (군대를) 묘사하고, 그 시절에 있었던 일들을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실제로 경험했을 분들이 많은 생각이 떠올랐던 것 같다. 나도 군 생활하며 느꼈던 감정을 많이 참고해서 촬영할 때 도움을 받았다. 그만큼 잘 봐주셨다는 이야기니까 감사하게 생각한다."

-공개된 이후 다양한 국가의 넷플릭스 순위 상위권에 랭크됐다.
"콘텐트 순위에 있다는 것이 얼떨떨하고 실감이 잘 안 난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에서도 공감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군대 이야기뿐 아니라 군대가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기 때문에 공감하시는 것 같다. 주변 동료 배우들, 선배들,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많은 연락을 받고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 'D.P.'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원작을 재미있게 봤다. 감독님과 제작진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미팅을 하고 대화를 하다 보니 '이분들과 함께 작업한다면 어느 촬영이든 힘들겠지만 재미있게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감독님과 제작진이 큰 믿음을 줘서 고민 없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나를 염두에 두셨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첫 미팅에서 느껴졌다. 출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D.P.'의 흥행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야기가 주는 힘과 공감이다. 진실이 때론 불편할 순 있지만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 여러분도 그만큼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

-멜로를 잘하는 배우인데, 이번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멜로를 잘한다고 해줘서 감사하다. 안준호에게 녹아들어서 대본에 충실해지려 했다. '새로운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지'라는 건 없었다. 대본 분석한 대로 잘 표현하려고 했다. 구교환과의 케미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브로맨스 케미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구교환과 나의 브로맨스가 잘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하다."
넷플릭스 'D.P.' 스틸.

-구교환과의 호흡은 어땠나.
"구교환과는 밸런스가 잘 맞았다.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인물이다. 구교환은 위트가 있고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덕분에 캐릭터를 맛깔나게 잘 살렸다."

-안준호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인가.
"많은 것들을, 연기 외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줄여보고자 했다. 상황과 환경에 녹아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인물과 잘 섞이려 했다. 등장인물이 많기 때문에 그 인물들의 에너지를 최대한 잘 받아서 리액션하려고 했다."

-개인적인 만족도는 어떤가.
"나 또한 작품이 공개된 날에 집에서 봤다. 보면서도 머리가 띵했다. 이렇게 편집과 음악이 잘 완성됐다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즌 2에 대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연기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안타까웠던 사연은 무엇이었나.
"조석봉 일병 이야기가 가장 안타까웠다. 촬영하면서도, 결과물을 보면서도 계속 목이 메고 답답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한숨을 쉬었다.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여운도 가장 길게 남았다. 조석봉의 마지막 대사가 지금도 머리에 맴돈다. 시청자분들도 같은 걸 느꼈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D.P.' 스틸.
-실제 육군 헌병대 같은 대사 톤, 동작 등 디테일한 부분이 돋보였다.
"육군 헌병대도 그렇고, 군대의 어느 상황이든 이등병은 군대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최대한 각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혼나지 않는다. 최대한 그런 면을 신경 쓰려고 했다. 처음 관등성명을 대는 장면을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이병 안준호'라는 관등성명을 대야 하는데, 엄청 크게 소리를 질렀다. 어느 정도의 톤과 볼륨을 신경 써야 했고, 절도 있게 끊어서 이야기해야 한다. 계급이 올라갈수록 관등성명이 짧아진다. 그 크기에 대해 고민했다."

-실제 군대 생활이 녹아있는 대목은 어디인가.
"내 군 생활의 여러 면이 녹아있다. 관등성명부터 시작해서 걸음걸이, 관물대를 정리하는 법, 군화를 신는 법, 선임을 대할 때 태도 등 전반적으로 내 기억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군인 정해인은 어떤 선임 혹은 후임이었나. 'D.P.'가 공개된 후 선 후임들에게 연락을 받기도 했나.
"군대에 있을 때 나름 후임들을 잘 챙겨줬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선임들과도 잘 지냈다.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선후임도 있다. 이 작품을 본 선 후임들이 많이 연락을 줬다. 축하 문자나 전화를 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윤종빈 감독의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와 비교되기도 했는데.
"촬영 전에는 '용서받지 못한 자'를 안 봤다. 나중에 보게 됐다. 촬영 전엔 여러 작품을 보는 편은 아니다. 최대한 원작과 대본에 몰두했다. 나중에 보고 나니 내무반에서의 모습들, 군대 내 계급에 따라 달라지는 말과 행동들이 사실적으로 표현이 됐더라. 그게 두 작품의 공통점인 것 같다."
배우 정해인. 사진=넷플릭스

-군인으로 나왔던 작품들이 다 잘 됐다.
"모든 드라마나 영화의 결과를 예상할 수는 없다. 정말 하늘의 뜻인 것 같다. 평소에 기대를 잘 하지 않는다.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다. 이렇게 호평과 관심을 받고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다. 다 여러분들 덕분이다."

-이 작품이 지닌 어두운 메시지에 공감하나.
"절대 가벼운 작품이 아니다. 답답함을 넘어서 갑갑한 이야기일 수 있다. 나는 많은 공감을 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은, 그건 감독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인물을 최대한 거짓 없이 깨끗하게 순수하게 그리고자 했다. 2014년 배경인데, 실제 2014년에 군 내에서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잦았다. 촬영하면서 '절대 가볍게 연기해선 안 된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다. 고민하고 신중하게 풀어내려는 생각이 있었다."

-어두운 이야기를 연기하며 후유증은 없었나.
"후유증이 있었다. 공허했다. 보통 이런 촬영이 끝나면 시간을 갖고 돌아보며 비워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작품 촬영이 끝나기 전에 '설강화'라는 작품 촬영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촬영이 겹쳤다. 끝나자마자 바로 또 '설강화'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비워낼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요즘에서야 '설강화'가 끝나서 시간을 갖고 있다."

넷플릭스 'D.P.' 스틸.
-주연으로서 현장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나.
"부담은 당연히 있다. 엄청난 부담이 있다. 배우들과 연기하며 부담을 풀어나갔다. 촬영장에서 모두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있을 거다. 그런 걸 계급장 떼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촬영장이 되길 원했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며 찍었다. 촬영장 분위기는 최고였다."

-이준영과 복싱 액션신을 대역 없이 찍었다.
"이준영과는 촬영 3개월 전부터 더운 여름날에 땀 흘리며 복싱을 연습했다. 운동 신경이 정말 뛰어난 배우여서, 합을 맞출 때도 습득이 빠르더라. 예의도 바르고 싹싹한 친구여서 금방 친해지기도 했다. 촬영 전 스파르타식으로 빡세게 연습했다. 이렇게 연습을 해놓지 않았으면 촬영장에서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거다. 덕분에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다. 많은 훈련과 연습을 했기 때문에 촬영장에서는 연습한 대로 했다. 변수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안 다치게 하려고 했다. 다치면 다음 촬영에 문제가 생기니까. 큰 부상은 아니지만 실제로 다들 부상이 있었다. 작품에서는 크게 티가 안 나서 다행이다."

-정해인과 구교환의 예능 동반 출연을 바라는 팬들이 많다.
"구교환이 원한다면,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언제든지 예능에 출연할 계획이 있다.(웃음)"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했다고 느끼나.
"이 작품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또 다른 기질을 발견했다. 사람이 누구나 그렇듯, 우울함을 때론 느끼지 않나. 내 안에 있던 우울함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매 순간 모든 작품마다 조금씩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 또한 같다. 한발짝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넷플릭스 'D.P.' 포스터.

-시즌2가 나온다면 안준호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돌이켜보면서 '내가 지금 잘살고 있나. 지금 하는 게 맞나' 이런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을까. 시즌 2에서는 준호의 조금 더 성숙한 모습과 함께 계급이 오른 모습이 나올 거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치챈 분들이 있을 텐데, 준호가 이등병이 아닌 일병 계급장을 달고 있다. 시즌 2에서는 일병으로 시작할 것 같다. 후임이 더 들어올 것이고, 후임들과의 에피소드도 생기지 않을까."

-시즌2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야기가 나온 상황인가.
"감독님에게 얼핏 물어봤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대본을 쓰고 있다더라.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완성된 대본을 받아볼 날만 기다리고 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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