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로 살라는 거냐"..당국, 전세대출 규제 '진퇴양난'(종합)

김지영 기자 2021. 9. 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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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중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이 10% 이상 증가한 가운데 대부분이 실제 전세 계약을 위한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대출의 증가세만 놓고 보면 금융 당국이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하지만 전세대출의 대부분이 실제 전셋값을 내기 위한 목적인 점을 고려하면 섣불리 규제에 나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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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98%가 전세계약에 쓰여.. 생활안정자금은 2%뿐
실수요 비중 높아 대출규제 강화 어려워..실수요자 불안 가중
서울 시내 한 중개 업소에 상가와 점포, 사무실 등 상업 시설 물건이 가득 게시된 반면 아파트 매매·전세 물건은 단 한 건도 게시돼 있지 않다./오승현 기자
[서울경제]

올해 시중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이 10% 이상 증가한 가운데 대부분이 실제 전세 계약을 위한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셋값이 급등한 점이 전세대출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금융 당국이 전세대출 규제 방안을 검토하면서 시장에서는 ‘전세에서 월세로 쫓겨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칫 무주택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어 금융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8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119조 9,670억 원) 중 전세 보증금을 담보로 이뤄진 생활 안정 자금 대출은 1.94%(2조 3,235억 원)에 불과했다. 전세대출의 98%가량이 실제 전세 계약을 위한 대출인 셈이다. 이들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은 지난해 말 105조2,127억 원에서 8월 말 119조9,670억 원으로 14%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생활 안정 자금 전세대출은 2조 5,252억 원에서 2조 3,235억 원으로 약 8% 감소했다. 전세대출의 일부가 본래 용도와는 다르게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투자처로 흘러가고 있다는 금융 당국의 시각과는 다른 결과다.

전세대출은 새로 전세를 얻거나 전세 보증금이 올랐을 때 주로 이용되는 상품으로 시중은행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 등의 보증을 바탕으로 전세 보증금의 80%까지 빌려주고 있다. 신혼부부나 청년 등 특정 조건을 갖추면 90%대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전세 보증금을 담보로 생활 안정 자금이 대출될 수도 있지만 전세 계약과 전입 가운데 이른 시점을 기준으로 3개월 안에만 대출이 가능한 데다 대출 기한은 전세 계약 기간에 맞춰지기 때문에 대부분 2년으로 제한적이다.

전세대출의 증가세만 놓고 보면 금융 당국이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하지만 전세대출의 대부분이 실제 전셋값을 내기 위한 목적인 점을 고려하면 섣불리 규제에 나설 수 없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전세자금 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부동산 시장에서 전셋값이 많이 뛰었기 때문”이라며 “명확한 실수요 자금 대출인데 이마저 규제하는 순간 시장에 주는 충격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시장에서는 전세대출마저 막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시중은행 창구에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택담보대출에 전세대출까지 막아버리면 월세 내면서 살라는 거냐” “서민들을 길거리로 내몬다” 등 분통을 터뜨리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0일 “(전세대출 규제는) 정해진 바 없다. 실수요자가 많으니 여건을 보면서 다시 한번 볼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시장에서는 추석 연휴 후 나올 가계 부채 추가 대책에 전세대출 규제 등이 포함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세대출뿐 아니라 집단대출 역시 대표적 실수요 자금인 만큼 가계 부채 추가 규제에 포함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분양 등과 관련한 중도금·잔금 대출로 대부분의 대출금이 시행사·건설사 계좌로 바로 들어간다. 개인집단대출은 지난해 12월 말 148조 5,317억 원에서 올해 8월 말 152조 9,344억 원으로 증가했다.

금융 당국은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세대출이 ‘기본 대출’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려면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은행권에 집단대출을 규제하라고 하는 것도 맞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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