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재즈인가" 박혜나가 재즈로 답했다..'재즈디바' [나명반]
-재즈거장 곽윤찬 작곡·편곡·프로듀싱..재즈가 버터 향처럼 물씬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열연..올 가을은 재즈의 계절
뮤지컬배우 박혜나의 첫 정규음반이 ‘재즈디바(JAZZ DIVA)’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생애 첫 정규음반의 장르가 자신의 ‘구역’인 뮤지컬 넘버 혹은 팝이 아닌, 재즈라는 점이 우선 눈길을 끈다.
이 음반에는 모두 10곡이 담겨 있는데 이 중 4곡을 영어, 3곡을 우리말로 불렀다. 나머지 3곡은 연주곡이다. 박혜나는 이 음반을 통해 재즈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아낌없이 풀어내 보인다. “왜 재즈인가”라는 질문에 박혜나는 이 일곱 곡의 노래로 답한다. 이래서 재즈입니다.
첫 트랙의 ‘Some how’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 구성의 재즈트리오와 함께 한, 재즈가 버터 향처럼 넘실대는 곡이다. 이 곡은 뒷부분에 연주곡으로도 실려 있다.
박혜나의 보컬 실력은 뮤지컬 작품들을 통해 익히 검증되어 있다. 도장을 찍는다면 ‘1++’에 플러스 하나 더 붙여도 무방하겠다. 박혜나의 소리가 갖고 있는 최대의 미덕은 아마도 ‘드라마’일 것이다. 이런 특성은 뮤지컬 넘버들에서 최고의 정점을 찍게 되는데, 어떤 곡을 부르든 그 안에 드라마를 녹여 넣는 능력이 으뜸이어서, 버금자를 불허할 정도다. 이런 박혜나의 소리와 기량은 이 음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것은 그의 ‘재즈’가 다른 여성 보컬리스트들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하나 더 있다. 박혜나의 소리는 진솔하다. 그가 부르는 사랑, 만남, 이별, 도전은 진솔하기에 듣는 이의 마음에 빠르게 스며든다. 호소를 넘어 설득의 경지다. 그의 노래가 일단 귀에 들어오면, 듣는 이는 홀린 듯 박혜나가 만들어낸 노래 속의 공간 속으로 성큼 들어서게 된다. 그 황홀하고, 애틋한 경험은 한번 맛들이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두 번째 트랙 ‘돌아갈 수 없는 그날’은 박혜나가 직접 가사를 쓴 곡. ‘잘 지내라는 말을 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 아무 의미도 없단 듯이 내 전화번호를 건넨다’라는 가사에서 ‘박혜나’ 식의 쿨한 이별이 보인다.
이 음반은 박혜나의 보컬뿐만 아니라 연주를 듣는 재미도 크다. 박혜나의 음반이지만 주연만 돋보이지 않는다. 조연들도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고, 드라마를 갖고 있다. 한국 재즈계의 거장 곽윤찬이 이 음반의 모든 수록곡을 작곡하고 편곡했으며 프로듀싱까지 맡은 결과다.
다섯 번째 트랙에 담긴 ‘Behind’은 이 음반에서 가장 ‘요즘 재즈’ 스타일의 곡이다. 약음기를 단 금관악기가 아련하게 곡의 시작을 알리고, 건반 사운드가 풍성하고 부드럽게 곡을 감싼다. 가끔씩 진입하는 하몬드 올겐의 빈티지한 음색도 마음을 슬쩍 슬쩍 건드리고 지나간다.
네 번째 트랙 ‘나의 노래’는 재즈의 느낌을 상당 부분 덜어내 팝 발라드처럼 들린다. 박혜나는 끝없이 침잠해 마치 고백을 들려주듯 음에 노랫말을 싣는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식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다의 밑바닥을 걷는 듯” 부른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판틴이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부르는 ‘I dream a dream’을 연상하게 만드는 노래다.
‘재즈디바’ 음반 출시와 함께 ‘뮤지컬배우’ 박혜나는 요즘 국내 초연된 라이선스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페르세포네 역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대사 없이 노래 위주로 극이 진행되는 성스루 스타일의 뮤지컬인 ‘하데스타운’은 공교롭게도 거의 모든 음악이 재즈다. 2021년 가을은 박혜나에게 이래저래 ‘재즈의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 이 코너는 최근 출시된 음반, 앨범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코너의 타이틀 ‘나명반’은 ‘나중에 명반이 될 음반’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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