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단·치료비에 건보료 뛰는데, 국고지원은 '동결'

김용훈 2021. 9. 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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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시 건강보험 재정부담 증가 
건보료 1.89%↑ 국고지원율은 14.3%로 2년째 '동결'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가입자가 지는 꼴"
"정부 시책 지출 항목별 재원 부담주체 정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61%를 넘어선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백신접종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2021.9.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가입자 보험료로 운영하는 건강보험공단의 재정부담이 코로나19 관련 정부 시책 탓에 크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건강보험으로 취약계층 건강보험료 경감, 진단검사비와 치료비, 백신접종비 지원 등 정책을 추진하며 적잖은 비용이 소요된 탓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국고보조금을 동결해 가입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깎아준 보험료와 진료비 1.3조
1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코로나19 지원시책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보험료 경감에 따라 보험료 수입은 감소하고 진단검사비, 백신접종비 등 코로나19 관련 수가 신설로 급여비 지출이 증가했다. 예정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보험료 경감분 9115억원 중 6459억원과 코로나19 관련 수가 신설 등에 따른 진료비 총 8037억원 중 약 81%에 달하는 6510억원을 건강보험이 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해 3~5월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건강보험료를 한시 지원했다. 1차로 특별재난지역은 건강보험료 기준 하위 50%, 그 외 지역은 하위 20%에 해당하는 가입자의 보험료 50%를 경감한데 이어 2차로 특별재난지역 외의 하위 20~40%에 해당하는 가입자의 건강보험료 30%를 깎아줬다. 정부는 지난해 1차 추가경정예산에 1차 경감 예상액의 50%인 2656억원을 편성·지원했고, 나머지 6459억원은 건강보험이 떠안았다.

문제는 코로나 진단검사와 확진환자 격리치료 등을 위해 신설한 건강보험 수가다. 보험료 경감액은 일회성 비용으로 끝나지만, 수가는 코로나 확산이 지속되는 한 지속적으로 건강보험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신설한 건강보험 수가는 12개 분야, 36종이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료된 청구 건을 기준으로 코로나19 수가 항목 신설로 추가 청구된 건강보험 진료는 격리치료비 797억9100만원, 진단검사 2903억9400만원 등 총 7963억7300만원이 추가 청구됐다.

■백신 부담액 ↗ "가입자만 부담 증가"
청구액 기준 규모가 큰 항목은 코로나19 진단검사와 예방접종 시행비다. 전체 청구액 중 진단검사와 예방접종비 비중은 각각 36.5%, 24.6%에 달한다. 진단검사는 올해 6월말 기준 총 459만8000건이 진행됐다. 모두 2977억원이 건강보험 진료비로 지급됐고, 이 가운데 1739억원은 건강보험, 1018억원은 국가, 220억원은 환자가 부담했다. 현재는 예방접종비 비중이 진단검사 비용보다 적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 확대된 예방접종 청구액이 반영될 경우 그 규모는 큰 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방접종은 지난 2월부터 위탁의료기관 약 1만개소에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경우 보험자부담률 70%를 적용해 건강보험에서 부담한다. 백신구입비, 접종센터 내 접종비 등은 국비로 부담하고 위탁의료기관 접종비는 국비(30%)와 건강보험 재정(70%)으로 분담한다. 올해 6월말 기준 1만205건, 1961억원이 건강보험으로 청구됐고 이 가운데 1373억원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했다. 10일 기준 인구 대비 접종 완료자 비율이 37.8%인 만큼 지금껏 부담한 비용의 두 배 이상을 건강보험에서 추가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1인당 90만원이 넘는 '먹는 치료제'를 들여올 경우 건강보험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정부는 글로벌 제약사와 '먹는 코로나 치료제' 선구매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와 내년 치료제 구매자금으로 예산 362억원을 책정해 3만8000회분을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이 예정처 분석관은 "코로나 외 감염병이 감소하면서 올해 건보재정이 작년 3531억원의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부스터 확대 필요성에 따라 당분간은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국고지원율은 법정비율(20%)에 못미치는 14.3%로 연속 동결하면서 가입자 건보료를 1.89% 인상한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김 분석관은 "건강보험은 정부 예산이 아닌 가입자 보험료로 운영되는 만큼 코로나19 대응 정부 시책에 따라 발생한 보험료 경감액과 검사비·치료비 지원의 중장기 지출 규모를 산정하고 관련 비용은 가입자 보험료 인상이 최소화되도록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며 "향후 정부 시책에 따라 발생하는 지출에 대해 항목별로 그 재원부담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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