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와의 전쟁' 20년, 희생자 90만명·비용 9400조원
[경향신문]
미국이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지난 20년간 9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최소 9400조원의 비용이 든 것으로 조사됐다.
미 브라운대학 부설 왓슨연구소의 ‘전쟁 비용 프로젝트’는 9·11 테러 20주년을 맞아 지난 1일(현지시간)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2001년 10월부터 지난 8월까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에서 전시 중 목숨을 잃은 군인들과 민간인, 언론인,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등이 92만9000명이 넘는다. 전쟁과 관련한 질병이나 기반 시설 파괴, 식수 오염 및 부족 등으로 인한 2차 피해 희생자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천문학적인 규모다. 보고서는 2001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이 전쟁을 위해 쏟아 부었거나, 지출을 해야 하는 비용이 최소 8조430억달러(약 94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30년간 지출할 참전용사 치료비용이 포함된 수치다.
지난달 미군이 철수를 완료한 아프간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약 17만6000명이 사망했고, 2조3130억 달러(약 2700조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향후 참전용사 치료 및 장애 후유증에 드는 비용과 전쟁 자금을 대기 위해 빌렸던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곳은 이라크였다. 보고서는 2003년 3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이라크에서 27만5000~30만6000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했다. 다음으로 시리아(26만6000명), 아프간, 예멘(11만2000명), 파키스탄(6만7000명) 순으로 희생자가 많았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에서 테러 및 전쟁과는 관련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대거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36만3939~38만7072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체 사망자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민간인과는 별도로 집계된 언론인과 NGO 단체 희생자는 각각 680명, 892명이었다.
연구 공동 책임자인 캐서린 루츠 브라운대 교수는 “이 전쟁은 길고 복잡하고 끔찍하고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 국방부는 연방 재량지출의 대부분을 떠안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모른다”며 “우리의 임무는 시민들에게 전쟁 자금을 대는 방법과 그 규모를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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