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도 없고 전세금 마련도 어렵고'..무주택자, 반전세로 내몰린다

박상길 2021. 9. 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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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반전세 등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하거나 오른 전셋값을 대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반전세 계약을 맺는 사례가 계속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계약일 기준)은 1만2567건이며 이 가운데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은 39.4%(4954건)를 차지했다. 올해 7월 월세를 낀 임대차 계약 비중인 35.5%보다 3.9%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시는 임대차 계약을 전세, 월세, 준월세, 준전세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로 구분된다.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반전세로 통칭하는 월세·준월세·준전세의 비중은 작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새 임대차 법 시행 후 1년간(작년 8월∼올해 8월) 반전세 거래 비중은 35.1%(18만5273건 중 6만5088건)로, 법 시행 전 1년간 28.1%(2019년 8월∼작년 7월·19만6374건 중 5만5215건)와 비교해 7.0%포인트 높아졌다. 새 임대차법 시행 전 1년간 반전세 거래의 비중이 30%를 넘긴 적이 한 달(작년 4월 32.7%)밖에 없었지만, 법 시행 후에는 분위기가 바뀌면서 작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는 이 비중이 30% 미만인 달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올 들어서도 이 비율은 1∼3월 33.7∼35.5%에서 4월 39.2%, 6월 38.4%, 지난달 39.4% 등으로 40%에 육박했다. 지역별로 보면 고가 전세가 몰려 있는 강남권과 중저가 전세가 많은 외곽을 가리지 않고 반전세 증가 현상이 관측됐다.

강남권에서는 강남구가 지난달 45.1%로 전월(39.1%) 대비 6.0%포인트 증가했고 송파구가 같은 기간 33.8%에서 46.2%로 높아졌다.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지역에서는 마포구가 올해 7월 40.0%에서 8월 52.2%로 12.2%포인트 증가해 임대차 거래의 절반 이상이 반전세 거래였다.

강동구(33.0%→50.2%)와 중랑구(27.1%→52.4%)가 50%를 넘긴 가운데 구로구(31.6%→46.5%), 은평구(33.8%→45.1%) 등 외곽 지역과 도심 지역인 중구(48.4%→47.2%)도 이 비율이 40%를 상회했다.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임대료도 함께 오르고 있다. 전체 가구 수가 9510가구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지난달 계약 신고가 이뤄진 임대차 거래 45건 중 월세를 낀 거래가 21건(46.7%)으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확인된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작년 상반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 안팎에 다수 거래가 이뤄졌는데, 지난달 보증금 1억원 월세 350만원에 거래가 이뤄져 1년 새 월세가 100만원 올랐다. 은평구에서는 불광동 북한산래미안1단지 전용 59㎡가 지난달 보증금 1억원·월세 150만원에 임대차 계약서를 썼는데 작년 6월 보증금 1억4000만원·월세 70만원에 전월세 계약을 맺은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2배 수준으로 뛰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새 임대차 법 시행 이후 갱신 거래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크게 줄었고,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 7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을 기점으로 계약갱신 만료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전 월셋값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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