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진단 개발자들, 실리콘밸리 노벨상 받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 9. 1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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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상금 35억원 브레이크스루 생명과학상
브레이크스루상 생명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카탈린 카리코 독일 바이오앤테크 수석부사장./독일 바이오앤테크

mRNA(전령리보핵산) 코로나 백신을 탄생시킨 과학자들이 ‘실리콘밸리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 생명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35억 원이 넘는 상금을 받는다. 코로나 감염자를 신속 정확하게 진단하는 유전자 분석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들도 같은 영예를 안았다.

브레이크스루상(Breakthrough Prize) 재단은 지난 9일(현지 시각) “화이자와 모더나가 신속하게 mRNA 백신을 출시할 수 있도록 백신의 원천 기술을 개발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카탈린 카리코, 드루 와이즈만 교수 등 총 25명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해 상금 총 1575만 달러(184억원)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브레이크스루상은 2012년 러시아 출신 벤처투자자 유리 밀너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등이 만든 기초과학상이다. 상금이 300만 달러(약 35억원)로 과학 분야에서 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노벨상의 두 배가 넘는다.

브레이크스루상 생명과학상 트로피./브레이크스루상 재단

◇mRNA 손상 없이 인체 전달 기술 개발

코로나 바이러스는 돌기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호흡기 세포에 결합시킨 다음 안으로 침투한다.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 모더나가 각각 개발한 백신은 스파이크를 만드는 설계도 격인 mRNA를 사람 세포에 전달한다. 세포는 mRNA 유전정보에 따라 스파이크를 합성하고 인체에서 이에 대항하는 면역반응이 유도돼 코로나를 예방한다.

mRNA 백신의 아이디어는 1990년대부터 나왔다. 하지만 mRNA를 인체에 주입하면 스파이크 단백질이 합성되기도 전에 면역세포가 외부 침입자라고 분해해버렸다. 잇따른 실패에 카리코 교수는 연구비가 끊기고 논문 게재가 거절되는 등 고충을 겪었다.

마침내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2000년대 중반에 mRNA를 이루는 염기 분자 하나를 다른 형태로 대체하면 면역세포가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mRNA를 지방입자로 감싸는 기술까지 개발되면서 백신이 완성됐다. 모더나의 자문과학자인 하버드대의 잭 쇼스택 교수는 이날 네이처에 “정말 시기적절한 상”이라며 “특히 처음에는 아무도 쓸모가 있으리라고 믿지 않았던 연구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독일 바이오앤테크의 수석부사장인 카리코 교수는 “상금의 일부를 암 치료 등을 위한 미래 mRNA 백신과 치료제 연구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한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사실에 매우 기쁘지만 백신 개발에는 수십 년 동안 여러 분야의 수많은 발전이 필요했다”며 “여기에 관여한 수백 명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진단 기반 닦은 연구자들도 수상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샨카 발라스브라마니안과 데이비드 클레너만 교수, 프랑스 연구기업 알파노소스의 파스칼 메이어 대표 등 3명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해독할 수 있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역시 생명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년 전에는 인간 유전정보를 완전 해독하는 데는 10년간 10억 달러(약 1조1700억 원)가 들었지만 지금은 NGS 덕분에 600달러(약 70만 원)로 하루에 가능하다. 브레이크스루상 재단은 “NGS 기술이 없었다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신속한 진단과 백신 개발, 변이 바이러스의 실시간 추적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제프리 켈리 박사는 단백질 3차원 구조 이상으로 일어나는 신경퇴행성 질환인 아밀로이드증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고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는 약물인 ‘타파미디스’를 개발한 공로로 생명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브레이크스루 기초물리학상을 받는 일본 도쿄대의 카토리 히데토시(왼쪽) 교수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준 예 박사./일본 도쿄대, 준 예 박사

◇일본 과학자들은 물리학, 수학상 수상

기초 물리학상은 일본 도쿄대의 가토리 히데토시 교수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준 예 박사가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광격자 시계를 개발한 공로로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광격자 시계는 현재 시간의 기준으로 쓰는 세슘 원자시계를 대신할 차세대 표준시계로 꼽힌다. 이론적으로 광격자 시계는 150억 년 동안 1초 이내의 오차를 보여 시간 측정의 정확도를 1만배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격자는 레이저를 쏘는 방향이 격자 모양을 이룬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수학상도 일본 과학자가 받았다. 교토대의 모치즈키 다쿠로 교수는 대수기하학과 미분기하학을 접목한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를 통해 ‘순수 트위스터 D-모듈’ 문제를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밖에 물리학과 수학 분야 연구자 16명이 젊은 연구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내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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