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와인', 맥주 꺾고, 추석 굴비도 넘었다

김은성 기자 2021. 9. 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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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신세계백화점이 올 추석 처음으로 선보인 가성비 와인 ‘카이켄 추석 세트’는 준비된 물량이 모두 완판되며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 백화점 제공.

겨울 송년회 등에서 즐겼던 와인이 계절을 타지 않는 ‘철 없는’ 상품이 됐다.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혼술(혼자 마시는 술)로 취하기 보다는 즐기는 음주 문화가 주류로 떠오르면서 와인이 일상 속 스테디셀러 상품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12일 관세청이 발표한 지난해 주류 수입액에 따르면 와인 수입액은 전년 대비 27.3% 늘어난 3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와인병(750㎖)기준으로 계산하면 1년간 약 7300만병, 하루에 약 20만병씩 수입한 셈이다. 반면 맥주수입액(2억2700만달러)은 19.2% 줄어 수입주류‘1위’ 자리를 와인에게 내줬다.

와인의 인기는 추석 선물 세트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선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6일까지 팔린 와인 선물 세트가 전년 동기 보다 51.5% 늘어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굴비(9.7%), 축산(6.6%), 청과(4.7%) 등 명절 대표 상품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와인 매출 비중이 전 세트 매출의 11.3%에 달해 처음으로 굴비(6.2%)를 넘어섰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등 프리미엄 와인 상품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마트에선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 기간(7월29일~8월31일)동안 전년 보다 와인 선물세트 매출이 210.6% 늘면서 선물 세트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롯데마트는 와인 인기에 힘입어 오는 12월 잠실점에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메가 와인 전문숍’을 연다.

주요 편의점에선 이미 지난달 와인 매출이 작년 매출을 넘었다. 8월26일 기준 편의점 GS25의 와인 매출은 작년 연간 매출보다 4.7% 많았다. CU는 16%, 세븐일레븐은 35%, 이마트24는 11%를 초과했다. 편의점은 와인 큐레이팅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2030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올해 추석 선물로 출시한 다양한 와인 선물세트. 하이트 진로 제공.


유흥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주류업계에선 와인 사업을 키우고 있다. 업계 1·2위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상반기 와인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78%, 54% 늘었다. 하이트진로는 추석에 다양한 테마의 선물세트 30종을 내놓는 등 한국서 접하기 힘든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와인 직영샵을 확대하며 와인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는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으로 와인 값이 안정화되고, 편의점을 통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와인이 대중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취하려고 먹는 독주보다 음식과 궁합을 맞춰 즐기는 술 문화가 확산된 것도 요인이다. 와인 구매 경험이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와인 열풍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족과 함께 와인을 통해 취향을 즐기는 술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와인시장이 만들어 졌다”며 “와인은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오프라인)매장을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상품이 됐고, 업계에선 와인을 잘아는 주류 바이어 모시기 경쟁이 벌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가운데 와인만 최근 5년 새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바뀐 음주문화로 와인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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