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바다세상Ⅲ](32) 쫄깃한 식감에 진한 바다향..강장식품 해삼
대표 요리는 물회·건해삼 볶음..알탕·백숙·내장 비빔밥도 입맛 돋워
(태안=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예전에는 잡는 즉시 물량 대부분을 수출해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는데, 요즘은 채취량이 늘어난 데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인도 즐겨 먹는 음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해삼 주산지인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방포항에서 바다 음식점 B수산을 운영하는 나모(73) 씨는 "해삼 요리를 찾는 손님이 점점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삼 요리 애호가들이 늘다 보니 해삼을 활용한 음식도 다양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삼(海蔘)은 말 그대로 '바다의 인삼(人蔘)'이란 뜻이다.
사포닌 성분이 있는 등 약효가 인삼과 같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졌다.
꼬들꼬들한 맛과 바다향이 일품인 해삼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적어 비만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전문기관 연구 결과 밝혀졌다.
해삼에 들어있는 요오드는 심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칼슘과 인, 알긴산 성분도 풍부해 기력과 원기 보충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히 '강장 수산물'의 대명사로 불릴만하다.
해삼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채취하자마자 일본 등으로 수출하다 보니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수산물이었다.
해변에서 아낙이 전복, 멍게, 낙지 등과 함께 접시에 담아 판매하는 해삼회나 횟집에서 생선회를 주문했을 때 곁들이 찬(쓰키다시)으로 조금 나오는 회를 맛보는 게 고작이었다.
중국집 등에서 판매하는 유산슬에 돼지고기 등과 섞여 나오기는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쉽게 먹어보기 힘든 음식이었다.
하지만 수년부터 채취량이 급증하면서 대중화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국내에서 생산된 해삼의 90% 이상이 중국으로 수출되지만, 이전보다 국내 공급량이 늘었고 가격도 떨어져 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충남 서해안에서는 태안군 안면읍 내파수도와 모항 앞바다, 보령시 외연도와 황도 등을 중심으로 연간 40만㎏을 채취한다.
10여 전 전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최근 해삼 양식이 활기를 띠고 있고 채취 기술도 향상됐기 때문이다.
일정한 크기 이하의 해삼 채취를 제한하는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남획 방지사업도 채취량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해삼은 국내 바다 어디에서나 잡히지만,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갯벌이 잘 발달한 서해안 산을 으뜸으로 친다.
대표적인 해삼 요리는 '해삼물회'다.
오이냉국이나 미역냉국처럼 생해삼이나 뜨거운 물에 한 번 데친 해삼을 한입 크기로 썰어 찬물에 넣은 뒤 참깨를 뿌려 먹는 요리다.
오이, 배, 들깻잎, 양배추, 양파, 당근 등 다양한 야채와 함께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뒤 육수를 부어 먹기도 한다.
해삼 어획철인 5∼6월에 주로 해 먹는 이 요리는 조리법이 간단하고 해삼 특유의 냄새와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도 좋다.
'건해삼 볶음'도 태안과 보령 주민들이 즐겨 해 먹는 요리다.
건해삼을 물에 1시간 이상 불린 뒤 송이버섯과 은행, 마늘, 양파, 파, 참깨 등을 넣고 볶으면 맛있는 건해삼 볶음 요리가 완성된다.
간은 취향에 따라 소금이나 간장으로 하면 된다.
A수산 대표 나씨는 "건해삼 볶음은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아 술안주로 그만"이라며 "요즘 우리 음식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삼 요리는 바로 건해삼 볶음"이라고 전했다.
'해삼알탕'도 대표적인 해삼 요리 중 하나다.
맹물에 계란과 해삼알을 함께 넣어 끓인 것으로, 해삼 특유의 향이 난다.
나씨는 "해삼알탕은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해삼백숙'은 오래전부터 충남 서해안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즐겨 먹던 요리다.
토종닭으로 닭죽을 만들 때 인삼 대신 해삼을 넣는 것인데, 옻닭 백숙처럼 시원한 맛이 난다.
음식점에서 해삼백숙을 조리할 때 원칙이 있다.
백숙이 막 끓기 시작할 때 손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삼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삼을 끓는 물에 넣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녹아 없어지기 때문이다.
해삼백숙 역시 국물이 시원해 해장용으로 인기가 높다.
'해삼내장 비빔밥'은 요즘 주목받는 음식이다.
'고노와다'란 이름으로 일본에서 고급요리로 통하는 해삼내장을 냉장고에 얼렸다가 갓 지은 쌀밥에 참기름, 깨소금, 김 가루 등과 함께 비벼 먹으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처음 접할 때 다소 낯선 색깔과 모양 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독특한 맛이 나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태안로컬푸드직매장 등에서는 내파수도와 모항 앞바다 등에서 채취한 해삼을 가공한 건해삼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건해삼은 볶음과 찜, 물회 등의 재료로 쓰이는데,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품질이 좋아 꾸준하게 팔린다"고 말했다.
sw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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