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컷] 군대 밖 법정 세우면 제 식구 감싸기 사라질까

김지선 2021. 9. 12.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는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에서 군대에 가는 바람에 군 법정에 섰습니다.

하지만 내년 7월부터 이 같은 입대 전 잘못은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법원 심판을 받게 되는데요.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에 따라 군사법원 소관 재판 중 일부가 민간에 이관되기 때문입니다.

군인이 가해자인 성폭력 범죄나 군인을 숨지게 한 사건 관련 범죄, 군인이 되기 전 저지른 범죄는 전쟁 중이 아니라면 1심부터 일반 법원이 담당하는 게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재판받을 권리' 보장 차원에서 폐지된 고등군사법원 대신 이제 모든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 몫이 됐죠.

이번 개정안은 수사·기소·재판 전 과정이 군 내부에서 진행되는 현행 체계가 피해자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해군 부사관이 원 가해자와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 등 2차 가해에 시달린 정황이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죠.

군 사법 기관 불신 풍조의 기원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2014년 선임병들의 지속적 구타·가혹행위로 목숨을 잃은 고(故) 윤승주 일병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라던 윤 일병 사인을 뒤늦게 바꾼 군검찰은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보통군사법원 재판부는 주범에게도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논란이 됐죠.

군 검사·군판사가 현장 지휘관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는데요.

실제로 군사법원은 사단급 이상 부대 지휘관에게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 재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침해하고 제 식구 감싸기식 판결이 횡행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휘관이 '관할관'으로 1심 선고량 3분의 1 미만 범위에서 형량을 깎아주는 게 가능했고, 영관급 이상 장교를 '심판관'으로 임명, 재판관 3명 중 1명 자리에 끼워 넣어 재판에 관여할 수 있었던 것인데요.

주요 독소 조항으로 꼽혔던 이 제도 또한 법이 바뀌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조용만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지휘관은 부대 내 불미스러운 일을 감추려는 욕구가 강하다. 수사관도 군인이다 보니 축소·은폐하고 재판관도 유유상종하는 식"이라며 "삼권분립 원칙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 곳이 군대"라고 짚었습니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군내 팽배한 온정주의까지 더해져 '솜방망이 처벌'을 불러왔다는 분석인데요.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보통군사법원에서 다룬 성범죄 재판 1천708건 중 실형 선고는 175건(10.2%)으로, 같은 기간 민간인 실형 선고 비율(25.2%)보다 15.0% 포인트 낮다는 통계도 있죠.

군 법무관 출신인 박지훈 변호사는 "폐쇄적,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에 성 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데다 수사부터 재판까지 지휘관 영향력 아래 있는 구조가 처벌 수위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군 검사에 대한 구체적 지휘권 행사를 제한해 군검찰 독립성과 수사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포함됐는데요.

각 부대 소속 보통검찰부를 없애는 대신 국방부 장관·각 군 참모총장 소속 검찰단을 신설하고 군 검사가 구속영장 청구 시 부대장 승인을 받도록 한 의무조항도 삭제했죠.

그러나 평시 군사법원 완전 폐지를 주창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은 근본 대책과는 거리가 먼 땜질식 처방이라는 입장입니다.

보통군사법원이 남아있는 한 군내 사건·사고 향방은 기득권 세력이 좌지우지할 공산이 크다는 주장인데요.

윤 일병 유족 역시 인권침해 피해자도 죽어야만 민간 이관 범죄에 끼워주는지 반문하며 군사법원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밝혔죠.

무엇보다 민간법원에 맡겨야 할 유형도 군사 범죄에 준하면 군사법원에 기소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둔 만큼 군 당국의 자의적 해석 여지가 있다고 우려합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성폭력, 사망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여러 문제가 얽혀 있는데 '국가안보'라는 큰 틀만 있을 뿐 세부 기준이 없어 서로 어떤 걸 가져오고 가져갈지 충돌할 소지가 크다"고 꼬집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상명하복이 기본인 군대 안에서 군인 손으로 이뤄지는 사법 절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군 사법 체계 핵심 인력이 군복을 입은 이상 이해관계에 휘둘릴 위험성이 크고 감시와 견제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견해인데요.

조용만 교수는 "하극상처럼 이미 빈번하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군 범죄까지 민간 이양 대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일반 판검사를 파견받아 구성원을 다양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습니다.

군내 성범죄를 근절하려면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김기환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병사 위주인 군법교육을 부사관·장교까지 확대하고 사관학교 등 간부 양성 기관에서도 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지선 기자 김민주 김이영 인턴기자

sunny10@yna.co.kr

'상대 배우 갑질 폭로' 허이재 "공격할 의도 없었다""횡령 수사 무마해주겠다" 아버지 속여 8억 챙긴 아들"5살 아이가 경찰관에게 과잉진압을 당했어요"우주에서도 9·11 20주년 추모…"결코 잊지 않을 것""마스크 안 쓰는 세상을 위해"…달리며 청소하는 '줍깅'해보니"지옥같은 南 군살이 실상…" 북한매체가 조명한 'D.P.' 감방서 봐도 못말려요…성범죄자가 '19금' 잡지라니조성은, '고발사주' 보도 전에 박지원 국정원장 만나10시간 땡볕 차 방치된 아기 사망…엄마 "보육원 맡긴 줄로"대구서 마이크 직접 든 김총리…"무릎 꿇었다 작살"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