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50년 알루미늄 외길 "재규어도 사로잡은 기술력"..대주코레스의 비밀

조현기 기자 2021. 9.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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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독보적 알루미늄 차체 기술 '주목'
2022년 매출 2천억 돌파, IPO 통해 시설 투자 및 해외진출 박차
전북 완주군 대주코레스 공장에서 알루미늄이 압출돼서 나오고 있는 모습 © 뉴스1 조현기 기자

(완주=뉴스1) 조현기 기자 = "50년 동안 알루미늄 한 우물만 판 기술력을 바탕으로 알루미늄으로 전기자동차 차체를 만들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중 유일하게 알루미늄 압축부터 가공까지 전공정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전북 완주군 대주코레스에서 만난 김종웅 사장의 말이다. 일반인에게는 아직 낯선 대주코레스를 한 마디로 설명해 달라고 하자 돌아온 답이었다.

대주코레스는 지난 1972년 창립 이후부터 현재까지 50년 동안 '알루미늄'(AI)에 특화된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대주·KC그룹이 지난 2010년에 인수한 후 지금까지 약 400억원의 집중 투자가 이뤄지면서 알루미늄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부분은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차체'다. 범퍼와 선루프, 사이드실, 하우징 등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알루미늄은 철에 비해 3배 더 비싸지만 전기차 시대를 맞아 각광받고 있다. 바로 철에 비해 3배나 더 가볍다는 장점 때문이다. 경량화가 화두인 전기차에 알루미늄 부품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문제는 철에 비해 3.5배나 빠른 열전도율 때문에 만들기 어렵고 까다롭다. 김종웅 사장은 "전기차 시대, 경량화가 굉장히 큰 화두다. 경량화를 위해선 알루미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마그네슘, FRP, 탄소섬유 등 경량화를 할 수 있는 수많은 비철금속이 있지만, 대량생산과 경제성을 맞출 수 있는 금속은 '알루미늄'뿐"이라고 설명했다.

전북 완주 대주코레스 공장 © 뉴스1 조현기 기자

◇ '재규어'도 반한 기술력, 韓 자동차 기술력 과시

국내에 알루미늄으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대주코레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알루미늄 압축부터 가공까지 부품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회사는 대주코레스가 유일하다.

김 사장은 "솔직히 알루미늄을 가공하거나 부품 생산할 수 있는 회사가 많다"며 "하지만 우리 대주코레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알루미늄 압축부터 가공까지 부품을 만드는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회사다. 이 부분은 단언컨데 압도적인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같은 장점은 실적으로 증명된다. 재규어가 대주코레스에 배터리 하우징을 주문했다. 사실 처음부터 재규어가 대주코레스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유럽에 있는 다른 부품 업체를 선택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실패를 거듭하자 대주코레스와 손을 잡았다. 대주코레스는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으로 베터리 하우징 제품을 생산하는데 성공했고, 현재 재규어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문철수 경영지원 담당 전무는 "만일 우리가 생산 과정의 일부만 갖고 있었으면 우리 역시 유럽 부품 업체처럼 실패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알루미늄 압축부터 가공까지 모든 공정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공정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비율을 조정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 완주군 대주코레스 공장에 완제품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 뉴스1 조현기 기자

◇ '남다른' 알루미늄 압출 기술력 '국내 최고'

공장에 들어서자 큰 나무 토막처럼 생긴 덩어리들이 즐비했다. 바로 부품의 원료가 되는 '빌렛'이다. 빌렛을 기계에 넣자 굉음이 들려온다. 뜨거워진 기계는 굉음을 내면서 빌렛을 자른다. 절단된 빌렛이 긴 원통 모양처럼 생긴 기계로 들어가면, 압출 과정을 거쳐 약 100m 가량되는 기다란 알루미늄이 나온다. 마치 방앗간에서 갓 나온 가래떡 같았다. 작업자들은 압출된 알루미늄을 냉각시키고,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완성차 업계들이 원하는 형태의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낸다.

여러 과정 중 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곳이 '압출'이다. 압출은 말그대로 압력을 가해 출력을 시킨다는 뜻이다. 알루미늄의 경우에는 열과 습도 등에 민감한 특성을 갖고 있어, 압출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성질과 품질이 달라진다.

대주코레스의 강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현구 생산라인 담당 상무는 "오늘 같이 비가 와서 습도가 높아진 날과 매우 무더운 날에는 서로 압출하는 방식이 다르다"며 "기술자들은 예민한 알루미늄 특성을 분석해 각 상황별로 알맞게 생산라인을 조정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기술력"이라고 설명했다.

최인호 생산라인 담당 상무도 "알루미늄 생산 과정에서 압출은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축적된 압출 기술을 활용해 각 회사와 고객이 원하는 제품으로 커스토마이징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주코레스 © 뉴스1

◇ 내년 매출 2천억 돌파, IPO 통해 공격적 투자할 것 김종웅 사장은 내년이 회사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마련,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사장은 "현재 수주한 물량을 고려할 때 내년 매출은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는 2025년엔 2500억~27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주코레스 최근 5년 매출액은 Δ1016억원(2017년) Δ1382억원(2018년) Δ1546억원(2019년) Δ1433억원(2020년) Δ1672억원(2021년·예상치)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난해를 제외하곤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는 "50년 동안 알루미늄 한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며 "대주·KC그룹 차원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만들 곳으로 대주코레스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공장 증설을 비롯, 세계 시장에 진출을 위해 노력해보겠다"며 "K-알루미늄의 우수성과 K-전기차의 우수성을 세계 시장에 알릴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주먹을 굳게 쥐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김 사장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기자의 손을 붙들었다. 김 사장은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에는 주요 고객사에서 합리적으로 제시해준 제품 단가 연동제가 있었다"며 "변동성이 심한 알루미늄 가격에도 잘 대응할 수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실제 현재 알루미늄 가격은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발생한 쿠데타 여파로 1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계 금속 가격의 바로미터인 런던금속거래소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2775.50달러를 기록해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만일 제품 단가 연동이 되어있지 않았다면, 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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