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20주년에 전·현직 대통령들 '단결' 강조..트럼프는 바이든 비난(종합)
부시 전 대통령 생크스빌 행사서 정치 분열상 비판..트럼프는 바이든 맹폭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9·11 테러 발생 20주년을 맞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대대적인 추모 행사가 열린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 등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미국의 단결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지난 8월30일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완료하면서 공식적으로 9·11 테러로 촉발된 20년 아프간 전쟁이 종식된 만큼 올해 추모식은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됐다.
이날 추모 행사는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그라운드 제로와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 등 테러 현장 3곳에서 나눠서 진행됐다.
각 행사장에선 종을 울리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명씩 낭독하고 참석한 사람들이 침묵 속에서 추모한 뒤 유가족들의 발언과 추모곡 등의 순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침묵 행사는 총 6차례 진행됐다. 테러범들이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 93층부터 99층까지 추락시킨 오전 8시46분, 남쪽 타워 77층부터 85층에 충돌한 오전 9시3분, 비행기가 펜타곤에 추락한 오전 9시37분,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가 무너진 오전 9시59분, 국회의사당을 공격하기 위해 납치된 비행기의 승객들이 테러범들에게 반격을 가해 비행기가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한 오전 10시3분, 세계무역센터 북쪽 빌딩이 붕괴된 오전 10시28분 등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함께 했다.
바이든 대통령 등은 별도의 좌석 없이 참석자들과 함께 서서 행사에 참여했다. 희생자의 이름이 낭독될 때 고개를 숙여 기도를 하는가 하면 잠시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펜실베이니아 생크스빌을 찾아 헌화를 했고, 뒤이어 버지니아 알링턴의 펜타곤을 들러 3곳의 추모장소 모두를 방문했다.
9·11 테러 당시 현직이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 역시 펜실베이니아 생크스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3곳의 추모 장소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고 이날 오후 뉴욕의 경찰서와 소방서를 방문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바이든 대통령 등 대다수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메시지를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미국민들의 통합과 단결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별도의 연설 없이 테러 현장 3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9·11 테러 20주년을 기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1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3곳의 기념식 현장에서 별도의 연설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국의 수백만의 사람들과 그 지역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날에 희생을 기념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념일 하루 전날(10일)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9·11에 우리는 모든 장소에서 영웅적 행위를 보았다"면서 "우리는 또 매우 드물고 진정한 국가적 단결을 보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단결이 절대 깨지지 않아야 할 단 한가지라는 것을 배웠다. 단결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고, 미국을 최고로 있게 하는 것"이라며 "저에게는 그것이 9·11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했다.
9·11 테러 당시 현직이었던 부시 전 대통령은 "9·11 테러 이후 몇 달 동안 제가 놀랍고, 회복력이 있으며, 단결된 국민들을 이끌게 돼 자랑스럽다"면서도 최근 미국의 정치 분열상을 겨냥해 "미국의 단결에 관한한 그 날들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 모든 의견차를 논쟁으로, 모든 논쟁을 문화의 충돌로 바꾸는 악랄한 힘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치의 많은 부분이 분노와 두려움, 분개에 노골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됐다. 그것은 우리의 국가와 우리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게 한다"면서 "미국의 시련과 슬픔의 날에 저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이웃의 손을 잡고 서로의 대의를 위해 단결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제가 아는 미국"이라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에 현장에 모여있던 군중들은 수차례 박수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도 생크스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말 좋은 연설(really good speech)"이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9·11 테러 이후 명백해진 한 가지는 미국은 항상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위험을 향해 달려가는 영웅들의 본거지였다는 것"이라며 "9·11 테러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엄청난 위기의 순간 뿐 아니라 매일 그들 자신을 특별한 방식으로 희생하는지 상기시켜줬다. 그것을 절대 잊지 말자. 그리고 그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라고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목숨을 잃은 사람들,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거나 목숨을 바친 사람들, 그리고 20년 전 영원히 인생이 바뀐 사람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단결과 희망, 동정, 결의를 갖고 뭉쳐야 한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추모식장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하루 종일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는데 주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욕 경찰서와 소방서를 방문해 9·11 테러 당시 헌신했던 경찰관과 소방관들에게 경의를 표한 뒤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 대한 혼란스러운 대처를 맹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아프간에서) 항복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생긴 오점이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오점보다 더 심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게 놔둘 순 없다. 이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성토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정치위원회인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가 공유한 1분44초가량의 동영상 연설 메시지를 통해 "우리나라의 지도자가 바보처럼 보이게 됐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결코 용납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은 나쁜 계획과 믿을 수 없는 나약함, 진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에 의해 일어났다"고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를 직격했다.
이날 추모행사는 오후 7시11분께 시작된 '트리뷰트 인 라이트'로 마무리됐다.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의미하는 2개의 불빛을 하늘에 쏘아 올려진다. 이 빛기둥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신'을 상징한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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