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들어온 韓 공항면세점..中에 '세계 1위' 뺏겼다

이재은 기자, 김은령 기자, 임찬영 기자 2021. 9.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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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벌써 36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위태로운 세계1위 면세점

[편집자주] 세계 1위 한국 면세점이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19로 내외국인의 출입국이 가로막혀 매출은 바닥을 찍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면세굴기로 한국 면세시장의 최대 고객인 중국인들이 자국 면세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다. 그러나 국내에서 면세업은 여전히 '귀족산업'이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제대로 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업이자, 대규모 고용을 실현하는 세계 1위 한국 면세업 구하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부탄가스처럼 '세계 1위'였는데…中에 추월당한 韓 면세

(인천공항=뉴스1) 성동훈 기자 =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8.3/뉴스1

"한국 면세시장은 1위니까, 유명한 명품 브랜드들도 한국 면세시장 입점을 원했었죠"

반도체, 부탄가스, 정밀화학원료, 평판압연제품, 그리고 면세. 한국이 전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품·산업 군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2014년 세계 최초로 연 매출 2조원 돌파를 달성하는 등 전세계 공항면세점 '매출 1위'를 차지해왔다. 브랜드 명성 유지를 위해 절대 공항면세점에 입점하지 않았던 루이비통도, 전세계 공항 면세점 중 최초로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했다.

지난해 초까지는 한국 면세점의 지위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매년 연간 매출액 기록을 경신하며 지위를 공고화했다. 2019년 국내 면세점 매출은 24조8586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년비 31.1% 늘어난 수치였다.


당시 면세업계의 고민은 따이공(중국 대리구매상)의 매출 비중이 너무 크다는 데 있었다. 당시 따이공은 시내면세점 매출의 70%, 공항을 포함한 면세점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면세업계는 판매채널 다변화를 위해 해외 진출 등을 꾀하며 세계 1위 지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고객이 뚝 끊긴 것이다. 이젠 따이공이라도 찾아주는 게 어디냔 안도가 나왔다. 일반 관광객 매출이 급락한 현재 따이공 매출 비중은 90%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비 반토막 난 15조5042억원을 나타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만 하더라도, 업계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엔 관광객이 돌아오면서 자연히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 면세업계에선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코로나 이후 관광이 재개되더라도 이전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서울시내 한 시내면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4 /사진=이재은 기자


세계적인 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의 마틴 무디 회장은 꾸준히 "글로벌 1위 한국 면세시장이 위험하다"며 한국 면세시장에 경고 신호를 보낸다. 그는 "한국 애널리스트 등은 중국 하이난 면세시장의 강력한 성장이 코로나에 따른 일회성 현상이라고 보지만, 하이난 면세시장의 빠른 성장과 하이난 면세특구 지원 정책 등을 고려할 때 너무 희망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중국은 한국 등으로 외화가 반출되는 걸 막기 위해 2011년 중국 최남단 하이난을 내국인 면세 특구로 지정하고 육성해왔는데 코로나19 발발 후 더욱 전폭적인 '면세굴기'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중국 당국은 하이난을 방문한 내국인이 본토로 복귀한 후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연달아 지난해 7월엔 하이난에서의 연간 1인당 면세 쇼핑 한도를 3만 위안(약 515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715만원)으로 늘렸고, 쇼핑 횟수 제한도 없앴다. 면세상품 품목도 38개에서 45개로 늘렸다.

중국 당국의 '면세굴기 효과'는 톡톡했다. 2019년까지만해도 세계 면세점 순위 '톱3'는 스위스와 한국 면세점이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중국이 선두로 올라섰다. 중국 국영기업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2020년 전세계 매출 1위 면세점의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 면세점 1위에 오른 CDFG는 하이난에서만 매출의 절반을 올렸다. 하이난 면세점 7곳 중 4곳이 CDFG 소유다.


특히 CDFG가 하이난 북부에 현재 건설중인 하이커우 면세점이 내년 중순 문을 열면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 면세점은 하이난 남쪽 싼야국제면세점(7만2000㎡)이고, 하이커우 면세점은 이보다 약 2배 넓다고 하니 규모 기준 세계 1위와 2위 면세매장이 모두 하이난에 자리하게 되는 셈"이라며 "하이커우 면세점까지 열면 한국 면세산업의 경쟁력은 정말 끝"이라고 말했다.

중국 면세시장의 성장세가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경우 한국 면세시장은 자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 직매입시 많이 구입해와야만 더 저렴하게 팔 수 있다. 한국 면세시장은 따이궁들과 국제 관광객, 국내 관광객 등의 높은 수요 덕에 수년째 1위를 지키고 있어서 국내 면세 업체들은 그동안 좋은 브랜드를 유치하고 가격경쟁력 있는 상품을 입고할 수 있었다.만일 중국 면세시장이 한국 면세시장보다 더 커져서 협상력이 한국을 압도하게 된다면 자체 경쟁력을 잃어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더라도 고객들이 더 이상 한국 면세점들을 찾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이다.

'샤넬 미니백' 하나 못사는 면세한도…여행재개 되도 밝지않다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면세점이 재개장한 4일 인국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면세업계는 '위드코로나'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까지 최근 4년간 연평균 40%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전세계 1위를 굳건히 지켜왔던 면세산업이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위기가 닥치자 빠른 성장 속에 숨겨졌던 구조적 문제들이 수면 위로 부각됐고 업계 안팎에서 근본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면세업계에서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면세한도 현실화'다. 현재 한국의 면세한도는 지난 2014년 400달러에서 600달러(약70만원)로 상향된 이후 유지되고 있다. 글로벌 주요 국가와 비교해 가장 낮은 편이다. 현재 면세사업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중국의 경우 면세한도가 5000위안(약90만원)이지만 정책적으로 면세 특구로 지원하고 있는 하이난 면세점의 경우 10만위안(약1815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일본의 경우 20만엔(약212만원), 미국 800달러(93만원)으로 한국보다 높다.

글로벌 경쟁 상황과 국가 경제 규모 성장 등을 반영해 면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명품이나 화장품 등 면세점 구매 비율이 높은 품목들의 가격은 해마다 인상되고 있는데 비해 면세한도는 8년째 그대로"라고 말했다.

또, 따이공 중심의 기형적으로 성장한 국내 면세사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코로나19 이전 면세점 매출은 따이공 비중이 30~40%를 차지했다. 지난해 여행객 수가 급감하면서 매출의 90%까지 따이공 비중이 높아졌다. 따이공 매출의 경우 모객을 위해 지급하는 송객수수료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수익구조가 나쁘다. 게다가 모객을 위해 면세점 간 출혈경쟁도 이어진다.

이에 따라 일반 고객들의 비중을 높이고 타깃 고객을 다양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해외 거주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집중 방문하는 지역을 면세자유지구나 면세자유 도시 등을 지정해 전폭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업 안정성을 위해 현행 특허제도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면세점 특허기간은 5년으로 대기업의 경우 1회 갱신, 중소기업은 2회 갱신이 가능한데 짧은 특허기간으로 사업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화, 두산 등 신규 면세사업자들이 시내면세점 사업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철수한 것을 보면 면세사업은 중장기적인 투자와 운영 등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이에 특허기간을 늘려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면세사업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 명품 등 주로 판매되는 품목 특성과 대기업 중심의 운영으로 '사치' '귀족' 사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건전한 성장을 위한 지원보다는 규제에 정책 방향이 치우쳐 있는 상황이다. 수만명에 이르는 고용 창출효과나 경쟁력 있는 국내 제품들의 수출길을 여는 최초의 통로로서의 역할이 가능한만큼 산업의 긍정적 효과와 역할을 알리고 인식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는 "면세사업은 운영이나 수익관련 제도적 규제가 있지만 사업 활성화 지원을 위한 정책은 명확하지 않다"며 "고부가가치 사업인 면세사업은 규제적 관리와 지원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적과의 동침'부터 '직구'까지 시도…면세점 고군분투

(인천공항=뉴스1) 김진환 기자 = 지난 7월26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형(인도) 변이가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가운데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내달 8일까지 2주 연장한 데 이어 비수도권에 대해서도 3단계로 격상해 27일부터 내달 8일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2021.7.26/뉴스1

코로나19(COVID-19) 4차 대유행으로 면세점 업계의 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면세점들이 생존을 위해 '적과의 동침' 등 파격적인 전략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셈이다.

1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3168억원으로 전달 대비 2.3% 감소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 5월 이후 두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국내 면세점을 찾는 여행객들이 감소하면서다. 실제 지난 7월 방문객도 45만8818명으로 전월 대비 23%가량 줄었다.

이렇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면세 업계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면세점들도 본격적인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일명 '위드 코로나'에 대비해 온라인 개편이나 경쟁 업체와의 협력 등 새로운 전략으로 실적 반전을 노리는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자사 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시트콤을 롯데시네마에서 선공개하는 방식이다. 총 3편으로 구성된 시트콤 시리즈는 롯데면세점의 새로운 브랜딩 캠페인인 'Travel is coming with LDF'의 론칭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떠나야 하는 친구들'이란 제목의 영상에는 방탄소년단의 여행 에피소드를 통해 해외여행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담아냈다. 포스트 코로나를 상상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고객들을 면세점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지난 6월에는 해외 직소싱 온라인몰인 'LDF BUY(엘디에프바이)'를 론칭해 해외직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롯데면세점 호주법인이 상품 소싱·플랫폼 운영·제품 판매·국내 거주 소비자 대상 직배송 서비스 제공 등을 담당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호주에서 판매하는 유명 건강식품 브랜드 13곳의 200여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공식 홈페이지 개편을 통한 분위기 전환도 꾀하고 있다. 사업소개 페이지에 'New Biz' 항목을 신설해 엘디에프바이와 내수통관 면세품 전용몰인 '럭스몰'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게 했다. 지난 5월과 7월엔 AR(증강현실)을 활용한 선글라스 피팅 서비스, VR(가상현실) 기술로 구현한 플래그십 스토어 가상 체험 공간, 개개인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화 상품 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코로나19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7월 중국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HTDF)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상품 소싱, 시장 개발, 인적자원 교류, 상품 공동개발 등 운영 전반에 대해 상호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경쟁 관계인 중국면세점과 일명 '적과의 동침'을 시도한 셈이다.

또한, 재고 면세품 판매 채널 다각화에도 힘쓰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재고 면세품 판매 채널인 '신라 트립'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판매하는 재고 면세품을 지난달 쿠팡에 이어 이달부터 SSF샵에서도 판매하기로 했다. 주요 고객층인 MZ 세대 접근성과 편의성을 위해 판매 채널을 확대한 것으로 재고 면세 상품 구성을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7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폐점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초강수를 두고 있다. 오프라인 면세점 상황이 어려운 만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더 집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신세계면세점은 면세점 주요 고객층인 중국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중국 SNS에 명동 핫플레이스를 안내해주는 '신발견 TV'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면세점들의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면세점 상황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면세 업계에서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수수료 경쟁도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이 올해 마감되는데,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임대료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면세점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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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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