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택시 5대 중 1대는 전기차.. "유지비 적고 주행거리도 충분"

제주=민서연 기자 2021. 9.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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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외 대부분 지역은 전기차 택시 비중 1% 미만

제주도에서 12년 이상 택시를 몰아온 정모(63)씨 지난해 전기차 코나일렉트릭으로 차량을 바꿨다. 정씨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가 지나다니면 놀랍기도 하고 구경거리가 됐었는데 요즘은 5분에 한번씩 보인다”라며 “전기택시를 몰면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으니 제주 택시기사들 사이 인기가 좋다”라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탄소없는 섬’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2013년도부터 2030년 탄소배출 ‘0′를 목표로 ‘제주형 온실가스(탄소) 저감대책’ 정책(CFI·Carbon Free Island 2030)을 이어오고 있다. 제주도에서 운행하는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대체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 자립을 이룬다는 목표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확대와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빠르게 대처한 결과 2013년 302대로 0.1%에 불과했던 제주도의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달 기준 39만9884대로 5.9%까지 뛰어올랐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서울·경기 지역의 전기차 점유율은 각각 0.92%, 0.52%에 불과하다.

제주도의 아이오닉 5 기반 전기 택시. /민서연 기자

택시와 렌터카 등 영업용 차량들도 제주도 전동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택시의 전동화 비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지난달 기준 제주도 전체 택시 5100여대 중 약 20%인 1039대가 전기차다. 제주도 내 전기 택시는 2014년 단 6대에 불과했지만 2016년 102대, 2018년 354대, 올해 상반기 760대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제주 외 대부분 지역에서 전기 택시 비율은 여전히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제주 공항에 대기 중인 전기 택시들. /민서연 기자

제주에서 전기차 택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게 기사들의 설명이다. 전기차는 초반 구매비용이 높지만 유지비용이 적은데, 제주도에서는 이 효과가 더 크다. 택시들이 주로 연료로 이용하는 LPG의 시도별 평균 가격을 보면 제주도(1020원)는 서울(1041원) 다음으로 높다. 인천과 경기, 세종 등 주요 지역은 LPG 가격이 1000원에 미치지 않는다.

전기차의 단점으로 꼽히던 주행거리도 제주도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주도 기사들의 하루 영업반경은 300㎞ 정도라고 한다. 과거 전기차는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200㎞대에 머물렀으나 요즘 차들은 400~500㎞ 이상이다. 항공사 퇴직 후 택시를 몰아온 현모(74)씨는 “LPG차를 몰 때는 한 달 연료비만 60만원 가까이 들었지만 전기차로 바꾼 뒤 유지비가 5만5000원으로 확 줄어 아주 만족스럽다”며 “지금 모는 코나일렉트릭은 이틀간 영업을 충분히 하고, 쉴 때 충전을 하면 중간에 충전할 일이 없어 편리하다”라고 말했다.

제주도의 보조금 지원도 제주 택시 전동화에 한몫을 했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은 일반 승용차는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하지만, 택시는 700만원까지 지원한다. 제주도에서 택시로 많이 쓰이는 코나일렉트릭(기본형)의 경우 차값이 4690만원인데, 국가보조금 800만원에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319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제주도의 셀프 주유소. /민서연 기자

다만 제주 역시 다른 시·도와 마찬가지로 충전기가 부족한 상태다. 강모(55)씨는 2년 전 영업용 차량을 전기차 니로로 바꾸면서 집에 완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전기차 충전소는 주유소만큼 쉽게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2017년부터 공용충전기 보급사업을 시작하면서 당시 1200개에 불과했던 충전기가 4362개까지 늘어났다. 더 많은 충전기 도입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기존에 주유소와 정비소 등 내연 기관차를 담당하던 곳들이 폐업하는 문제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확산에 따라 제주도의 기존 주유소와 정비소는 2025년에 각각 109곳, 64곳으로 줄어들고 2030년에는 13곳, 21곳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작년말 기준 주유소는 193곳, 정비업소는 502곳(2019년말 기준)이다. 한국주유소협회 제주지사는 “전기차 비중이 계속 늘다보니 매출이 줄어든 주유소들은 셀프 주유소로 전환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협회 측에서도 도에 입장을 밝히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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