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타일] 야구선수와 기자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김연희 기자 2021. 9. 1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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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전 읽었던 야구 관련 책에서 잊히지 않는 대목이 있다.

다양한 유형의 기자가 있고 제각기 능력을 발휘하는 영역이 다르다.

기자의 기본 자질은 마감의 고통을 견뎌내는 것이다.

시시포스의 돌처럼 굴러 떨어지고 또 떨어지는 마감을 피할 길은 없지만 마감이 발휘하는 중력에 대책 없이 빨려 들어가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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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프리스타일] 지면에서는 늘 진지하기만 한 〈시사IN〉 기자들, 기사 바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친한 친구의 수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기자의 기본 자질은 마감의 고통을 견뎌내는 것이다. 사진은 교육부 언론 브리핑 장면.​​​​​​​ⓒ연합뉴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전 읽었던 야구 관련 책에서 잊히지 않는 대목이 있다. 타자의 자질을 꼽을 때 사람들은 보통 배트 스피드나 파워, 선구안, 빠른 발 등을 떠올린다. 야구에 대한 통찰력이 남달랐던 저자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않고 타석에 들어서는 배짱. 공을 치거나 베이스를 훔치는 데 쓰이는 기술은 그다음의 문제라고 했다.

기자 일에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다양한 유형의 기자가 있고 제각기 능력을 발휘하는 영역이 다르다. 기사를 유려하게 쓸 수도 있고, 친화력이 남다를 수도 있고, 촉이 좋을 수도 있고, 기획력이 뛰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더라도 ‘이것’을 해내지 못하면 기자가 될 수 없다. 바로 마감이다. 기자의 기본 자질은 마감의 고통을 견뎌내는 것이다.

마감에는 특별히 고약한 점이 두 가지 정도 있다. 첫 번째, 끝나지 않는다. 이번 주 기사를 마감했다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다음 주 마감이다. 두 번째, 블랙홀처럼 일상을 빨아들인다. 마감을 앞두면 마감밖에 모르는 바보가 된다. 아파트 분리수거 날도, 한가득 쌓인 빨래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냉장고 속 리코타 치즈도 잊게 된다.

시시포스의 돌처럼 굴러 떨어지고 또 떨어지는 마감을 피할 길은 없지만 마감이 발휘하는 중력에 대책 없이 빨려 들어가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라는 책을 펼쳐 든 건 그 때문이었다. 마감 중력에 대항하는 살림력을 키우리라.

이 책에 참여한 저자들이라고 부제처럼 ‘나를 정성스럽게 돌보고 대접’하기 위해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저자들은 잠이 오지 않는 밤 두부를 부쳐 속을 달래고, 집에서 기르는 식물에 바람을 쐬어주고, EM(유용 미생물군) 원액을 칙칙 뿌리며 집 청소를 한다. 일상과 생활이란 부단히 노력하고 배워야만 가꿀 수 있는 대상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상기하게 된다. 이렇게 조금씩 살림력을 강화한다면 마감의 고통을 견디기도 수월해질지 모를 일이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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