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후보 '빅3' 고노·이시바·기시다..누가 되든 한일관계 난망

장용석 기자 2021. 9. 12.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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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가 그나마 합리적인데..' 불출마 가능성
아베 지지 업은 '극우' 다카이치 행보에도 관심
고노 다로 일본 규제개혁담당상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일본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의 차기 총재 선거가 오는 29일로 다가오면서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일본에선 관례상 원내 제1당 대표가 총리직을 수행토록 하고 있어 자민당의 이번 총재 경선은 곧 일본의 '제100대 총리'를 뽑는 선거가 되기 때문이다.

한일관계는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 전 총리 집권시절이던 지난 2019년 7월 자국 전범기업들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차원에서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발동한 것을 계기로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란 평을 들을 정도로 악화돼왔다.

이후에도 한일 양국 간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일본의 군함도(나가사키현 하시마섬) 관련 역사왜곡 문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억지 주장과 같은 해묵은 갈등 현안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방류 문제 등까지 잇따라 불거지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져온 상황이다.

집권 후반기 '평화헌법 개정'을 목표로 극우의 길을 걸어온 아베 전 총리가 작년 9월 건강상 이유로 중도 사임한 뒤 상대적으로 '무색무취'하단 평을 듣던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가 후임으로 선출되자 한때 '한일관계에도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형성되기도 했지만, 스가 총리 시대에도 한일관계는 별반 나아진 게 없었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해결과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한다는 '투트랙' 외교 기조에 따라 올 1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일본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스가 정권은 "징용 피해배상 문제 등에 대해 한국 측이 책임지고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만 반복하며 한일정상회담마저 거부했다. 스가 총리는 1년 전 취임 일성으로 '아베 정권 계승'을 얘기했었다.

지난 1982~87년 일본의 71~73대 총리를 지낸 나카소네 야스히로 이후 19명의 역대 일본 총리들 가운데 한일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사람은 75대 우노 소스케(재임기간 69일)와 80대 하타 쓰토무(64일) 등 2명뿐이다. 이달이 지나면 스가 총리도 이 대열에 합류한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다 간사장 <자료사진> © AFP=뉴스1

일본 주요 언론사들의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단 이번 자민당 총재 경선은 고노 다로 규제개혁담당상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그리고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 등 '빅3'를 다른 군소 후보군이 추격하는 구도로 돼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지난 9일부터 사흘 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빅3' 중에서도 고노 개혁상이 27%로 지지율 1위를 차지했고, 이시바 전 간사장이 17%, 기시다 전 회장이 14%였다. 이어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10%),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7%) 등의 순이다.

이들 주요 후보군 가운데 현재까지 자민당 총재 경선 출마를 공식선언한 인물은 고노와 기시다, 다카이치 등 3명뿐이다. 자민당 내에서 그간 '반(反)아베'의 선봉에 섰던 이시바는 아직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자민당 총재 경선 결과엔 당 소속 국회의원들(중·참의원 383명)의 현장투표와 전국 당원들(약 110만명)의 우편투표가 '5대 5' 비율로 반영되기 때문에 여론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유리한 게 아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경우 아베 전 총리가 당선된 2012년 9월 경선 때부터 여론조사에선 항상 지지율 수위를 기록했으나 작년까지 4차례 출마한 경선에서 내리 패했다.

이시바는 아베 집권기 이후 우경화에 가속도가 붙은 자민당 내에서 한일관계나 한일 간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그나마' 합리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해 이번 경선엔 아예 불출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만에 하나 이시바 전 간사장이 이번 경선에 출마해 승리하더라도 그 역시 기본적으론 '한국 내 징용 피해자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에 따라 모두 해결됐다'거나 '다케시마(독도를 일본에서 부르는 명칭)는 일본 땅'이란 등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에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자료사진> © AFP=뉴스1

최근 자민당 총재 경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고노 개혁상은 1993년 8월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의 아들이다.

이 때문에 그가 2017년 8월 아베 정권에서 외무상으로 발탁됐을 땐 국내 일부 언론들로부턴 '한일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인사'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고노 개혁상은 본인 스스로 얘기했듯 "인간성도 사고방식도 (부친과) 전혀 다른"(2017년 8월4일 외무성 직원 상견례) 인물이다. 외무상 재임 중 우리 법원의 징용피해 배상판결과 일본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둘러싼 갈등의 전면에 섰던 그는 2019년 7월 남관표 당시 주일본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했을 땐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남 대사의 말을 끊고 "무례하다"고 소리를 질러 외교결례 논란을 낳았다.

고노는 2019년 9월 방위상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우리 정부를 향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일각에선 "만일 고노가 총리가 되면 외무상·방위상 등 각료로서 활동할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 역시 당내 지지 기반은 취약한 편이어서 "승리를 자신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여전하다.

다만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가 내달 21일 이전에 치러질 예정임을 감안할 때 고노에 때한 높은 지지율(혹은 인지도)은 자민당의 선거전략 수립에 '호재'가 될 수 있단 분석도 제시되고 있어 이번 경선에서 그가 받아들 성적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노가 Δ지난 수년 간 트위터·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통해 젊은 층들로부터 인지도를 쌓은 데 더해 Δ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추진 담당상으로서 스가 총리보다 자주 언론에 노출되면서 당내 총재 후보군들 중에서도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총무상 © AFP=뉴스1

기시다 전 회장은 아베 전 총리가 당초 '후임자'로 점찍었던 인물이다. 기시다는 2015년 외무상 재임 시절엔 아베를 대신해 한일위안부합의에 직접 서명했다. 이 때문에 기시다가 일본 총리가 될 경우 우리 정부의 위안부합의 이행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재차 표면화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는 당내 주요 파벌 가운데 하나인 '기시다파'의 수장으로서 정치적 기반도 탄탄한 편이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들로부턴 지지율 선두권은 아니지만 여성으로선 제일 먼저 이번 자민당 총재 경선 출마를 선언한 타카이치 전 총무상을 주목하는 기류가 읽힌다. 아베 전 총리가 속한 당내 최대 파벌 '호소다파'가 타카이치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카이치는 한마디로 극우 인사다. 다카이치는 각료 재임 시절에도 도조 히데키 등 제2차 세계대전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인물이다.

따라서 그가 총리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일관계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직 일본 총리로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건 2013년 12월 아베가 마지막이었다.

다카이치의 경우 대중적 인지도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나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렌호 대표대행 등에게도 못 미치지만 적어도 당내 극우 보수 성향 표심을 결집시키는 데는 일정 역할을 할 것이란 게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자민당 총재 경선은 국회의원 및 당원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안 나오면 1·2위 득표자를 상대로 국회의원 전원과 47개 도도부현(광역지방자치단체) 지부연합회(우리나라의 시·도당 개념)가 참가하는 결선투표를 진행해 당선인을 가린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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