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툭튀' 스쿨존 어린이에 '가슴 철렁'..'패가망신' 걱정에 운전 두렵다면[세상만車]

최기성 2021. 9.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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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무서운 보행자 사고
한번만 막아줘도 車값 뽑는다
운전자는 안심, 보행자는 안전
행동유형별 초등학생 보행사고 [자료출처=도로교통공단]
[세상만車] #A씨는 지난 5월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시속 20㎞로 서행하던 중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를 미처 보지 못해 사고를 냈다. A씨는 아이어머니와 연락하고 보험으로 처리했다. 몇 달 뒤 보험사에 문의했더니 아이아버지가 합의금을 800만원 요구한다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억울한 마음에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한문철TV'에 조언을 요청했다.

몇 날 며칠 걸리던 거리를 몇 시간으로 단축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까지 줄여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 자동차. 아이러니하게도 100여 년 가까이 '달리는 흉기'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보행자 사고 때문이다. 매년 세계 각지에서 130만명이 자동차 사고로 죽고 1000만명 정도가 다치며 이 중 3분의 1 이상은 보행자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135만명을 넘어섰다. 또 교통사고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차에 타지 않은 보행자, 자전거 또는 이륜차(오토바이) 운전자로 나왔다.

20년간 계속된 아프가니스탄 전쟁 희생자가 17만명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전쟁보다 더 무섭다.

스쿨존 처벌 강화에서 알 수 있듯이 사고 위험이 가장 큰 보행자는 어린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3~2017년 1만5930명에 달하는 초등학생 보행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평균 3000여 명의 어린이가 보행 중 부상 또는 사망했다는 얘기다. 국제아동안전기구인 세이프키즈 코리아 조사에서도 국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6명 이상이 보행 중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나왔다.

운전자엔 이기(利器), 보행자엔 흉기(凶器)
민식이법 바로알기 및 스쿨존 내 안전수칙 포스터[사진 출처=도로교통공단]
자동차가 '달리는 흉기'가 된 데에는 자동차업체 책임이 크다.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대다수 자동차업체들은 안전벨트, 에어백, 경추보호시스템 등 탑승자 보호 시스템에만 공을 들였을 뿐 보행자는 나 몰라라 했다.

돈벌이 대상인 구매자만 생각했지 그들도 보행자라는 사실은 망각했기 때문이다. '폼' 잡기 위해 보행자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불바(캥거루범퍼)를 장착하는 운전자들도 많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보행자 보호를 인권 문제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정보통신(IT)과 센서 기술도 보행자 보호 시스템 개발에 촉매제가 됐다.

볼보 시티세이프티 [사진제공=볼보]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2004년 보행자 안전 평가를 도입했다. 미국은 2018년부터 생산되는 모든 신차에 후방 안전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어린이 교통안전법 개정안을 공표했다. 국내에서도 국토교통부가 보행자 안전성을 자동차 안전도 평가 항목에 넣었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노인 보호구역(실버존)도 등장했다. 올 4월부터는 일반도로에서는 시속 50㎞, 주택가 등 이면도로에서는 시속 30㎞로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제도도 시행됐다. 처벌도 강화됐다.

순간 방심으로 보행자 사고를 냈다가는 막대한 손실을 입는 것은 물론 범법자도 될 수 있다. '패가망신'이다.

자동차회사들은 운전자엔 '안심', 보행자엔 '안전'을 제공하는 기술을 적극 개발·채택하고 있다.

보행자 보호 기술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보행자 부상 경감 시스템과 보행자 사고 예방 시스템이다.

두 시스템이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사고 위험을 크게 줄여 패가망신 당할 걱정을 덜어준다. 물론 안전 방어 운전은 필수다.

보행자 부상 경감 시스템
보행자 더미 충돌 테스트 [사진 제공=혼다]
충격 흡수 차체가 대표적이다. 혼다는 1998년 세계 최초로 보행자 더미(Dummy)를 만들어 충돌 테스트를 진행했다. 보행자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차체 부분을 파악했다.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엔진과 보닛(후드) 사이에 충격 흡수 공간을 마련하고 보닛과 앞 유리 부분이 쉽게 변형돼 충격을 흡수하는 보행자 상해 경감 보디를 개발했다.

지프(Jeep)는 보행자를 쳤을 때 보닛 뒷부분을 들어 올리는 폭발식 장치를 통해 보닛과 엔진 사이에 충격 흡수 공간을 만드는 보행자 머리 부상 경감 시스템을 채택했다.

재규어도 보행자 접촉 사고가 났을 때 보닛을 순간적으로 들어 올려 충격을 줄여주는 보행자 접촉 감지 시스템을 적용했다. 벤츠 액티브 보닛도 보행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준다.

액티브 후드 시스템 [사진 제공=쉐보레]
국내에서는 현대차 쏘나타가 충격 흡수 보닛 대중화에 기여했다. 2009년 출시된 YF쏘나타에 장착된 멀티콘 구조 후드가 대표적이다. 이 장치는 보닛 내부를 올록볼록한 형태로 만들어 충격 에너지를 분산시킨다.

구형 제네시스에도 보행자 충돌 때 보닛을 올려 충격을 흡수하는 액티브 후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액티브 후드 시스템을 채택한 제네시스 G80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 자동차 안전도 평가결과'에서 보행자 안전성 부분에서 최고 등급(별 다섯 개)을 받았다.

기아도 보닛 앞부분에 보행자 골반 상해를 줄여주는 충격 흡수재를 적용하고 충돌 시 차체 일부가 뒤로 물러서 충격을 줄여주는 기능을 적용했다. 쉐보레도 액티브 후드 시스템을 채택했다.

보행자용 에어백 [사진 제공=볼보]
보행자용 에어백도 있다. '안전 대명사' 볼보는 세계 최초로 보행자 에어백을 개발, V40에 탑재했다.

차량 전면에 탑재된 센서 7개가 차량과 부딪친 대상이 사람으로 판단되면 즉시 보닛을 수직으로 10㎝ 상승시키는 동시에 디귿자(ㄷ) 형태 에어백을 팽창시켜 충격을 흡수해주는 장치다.

보행자 사고 예방 시스템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사진 제공=푸조]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까지 보호해주는 1석2조 안전장치다. 자전거나 오토바이와 부딪치는 사고도 막아준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긴급 조향 시스템, 보행자 보호 사운드 등이 대표적이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시스템은 전방에 나타난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 보행자 등과 충돌 위험을 감지하면 경고를 울리고 운전자가 브레이크 조작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제어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8년부터 출시되는 신차부터 이 시스템을 기본 사양으로 장착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에 회피 조향 보조 기능을 결합하기도 한다. 운전자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면 사고를 확실하게 피할 수 있도록 같은 방향으로 힘을 더해준다.

혼다의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도 레이더 센서를 통해 보행자를 지속적으로 감지해 충돌 위험 때 경보를 울려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며, 피할 수 없는 충돌의 경우 속도를 줄여 피해를 줄여준다.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사진제공=폭스바겐]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시스템은 주차 도중 발생하는 보행자 사고를 줄여준다. 후진으로 주차하거나 차를 뺄 때 후방 장애물이나 보행자를 감지해 충돌을 예방한다. 사이드미러나 후방 카메라로 확인할 수 없는 작은 물체와 충돌하는 사고도 줄여준다.

BMW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에는 도심 제동(City Braking) 기능을 포함한 충돌 및 보행자 경고 기능이 탑재됐다. 보행자, 자전거 탑승자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고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상황이 예상될 경우 차량을 완전히 정차시킨다.

볼보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긴급 제동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에 조향 지원 기술을 추가했다.

시속 50~100㎞의 속도에서 밤낮에 관계없이 보행자, 자전거 탑승자, 큰 동물을 인지할 수 있다. 운전자가 충돌 위험 경고에 반응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차량을 제어해 충돌을 피하거나 피해를 줄이게 지원한다.

프리센스 360 [사진제공=아우디]
벤츠의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는 차량이 회전할 때 기존 직진 방향으로 나란히 움직이는 보행자나 자전거를 감지한다. 차량이 회전해 진입하려는 도로에서 보행자와 충돌이 예상되면 운전자에게 시각 및 음향 경고를 보낸다. 운전자가 대처에 실패하는 경우 자율 제동을 건다. 푸조도 비슷한 기능의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우디 프리 센스 360도는 프리 센스 프런트, 리어, 베이직, 사이드가 결합된 시스템이다. 전방의 보행자 및 차량 주변에서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필요한 경우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의 벨트를 더욱 고정시켜 충돌에 대비한다.

포르쉐도 차량이 빠르게 보행자에게 접근하고 있지만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비상 제동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보행자 보호 시스템을 채택했다.

토요타는 주야간 보행자, 맞은편 보행자, 주간 자전거 등까지 모두 감지해 긴급 제동·조향하는 기능을 캠리에 적용했다.

보행자 경고용 가상 사운드
보행자 보호 시스템 [사진제공=포르쉐]
전기차는 '조용해서 탈'이다. 구동계 소음이 없어 보행자가 차가 오는 것을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청각이 좋지 않은 노약자나 시각장애인에게는 심각한 위협이다.

전기차는 보행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저속으로 달릴 때는 일부러 가상 사운드를 내보낸다.

재규어는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안전에 취약한 보행자들에게 엔진 소리가 나지 않는 전기차가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는 소리경보 시스템 'AVAS(Audible Vehicle Alert System)'을 개발했다.

르노 조에에 장착된 보행자 보호용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 'Z.E. 보이스'는 3가지 사운드를 제공한다.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차량 외부 음향 솔루션 [사진 제공=하만]
전기차 버금가게 조용한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보행자 보호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된다.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에 기본 적용된 보행자 보호 사운드 시스템은 차량 외부 스피커로 가상 사운드를 발생시켜 주변 보행자에게 차량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순수전기 모드로 운행 때 최대 39㎞(530e 기준)까지 전기차처럼 조용하게 이동하는 PHEV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장치다. 최대 30㎞/h 이하 순수 전기 모드에서 작동한다.

오디오 전문업체인 하만도 차량 전후방에 있는 스피커를 통해 사운드를 내보내 보행자에게 차량 접근을 경고하는 외부음향솔루션(eESS)을 개발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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