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때문에 3번 감옥 갔다" 연이은 횡포에 홀로 비판나선 與 대선후보 누구 [대통령의 연설]
민노당 출신 박용진, 민주노총과 30년 인연
"어쩌다 민주노총이 약자위 군림하게 됐나"
IMF 노사정위원회 이끌었던 정세균
협상위해 전교조 합법화 앞장서
<대통령의 연설> 연재의 번외편으로 내년 치러질 20대 대통령선거 주자들의 자서전과 각종 저서를 분석합니다. 대선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수많은 이슈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여의도 정치판에서는 오히려 대선후보 개인을 들여다보기가 어렵습니다. 후보들이 긴 호흡을 갖고 작성한 텍스트를 통해 그들의 진면모를 찾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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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관한 뉴스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심각한 때 집회를 강행한 탓에 양경수 위원장이 구속되고, 택배 대리점주가 택배노조와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연까지 전해지며 민주노총이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는데요.
민주노총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가 들끓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대권후보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사안입니다. 민주당과 민주노총의 사이를 흔히들 공생관계라고 표현하는데요. 민주당이 아닌 '민주당 정치인' 입장에서는 공생관계라기보다 민주노총을 슈퍼갑(甲)으로 모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민주노총은 조합원 100만명의 제1노조로 단순 표 대결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막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진보진영 내의 정치 판세 구성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위에 설명한 대로 민주노총은 '집안싸움'에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누구도 선뜻 민주노총을 적대시할 수 없는 상황이죠.
이런 가운데 혈혈단신으로 민주노총을 강하게 규탄하고 나선 민주당 대선후보가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누구보다도 민주노총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어서 더욱 눈길을 끄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각 후보들의 저서를 소개하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 제1장은 그의 생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에 소개되는 인생의 첫 번째 '사건'부터 민주노총과 인연이 시작되는데요. 고교 시절 은사인 이수호 제5대 민주노총 위원장(2004~2005년)을 구명하기 위해 부학생회장으로서 교내 시위를 주도했던 일입니다.
이 전 위원장은 당시 서울 신일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박 의원의 담임선생님이었습니다. 오늘날 민주노총의 핵심 산하 노조인 전교조 결성을 주도했던 탓에 교내 징계와 징역형 선고까지 받았다고 하네요. 민주노총의 역사는 아직 30년이 되지 않았는데요, 이런 사연 덕분에 박 의원과 민주노총의 인연은 30년에 달하는 셈이죠.
졸업 후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한 것도 권영길 초대 민주노총 위원장(1995~1997년)의 대선운동을 돕는 일이었습니다. 이후 그를 도와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만 28세에 제16대 총선에 출마해 13.3% 득표율로 깜짝 3위를 기록하는 등 당의 핵심 인재로 거듭났습니다. 2001년에는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세 번째 옥살이를 경험합니다.
박 의원은 최근 들어 각종 현안에서 민주노총과 대립하고 있는데요. 과거의 깊은 인연을 바탕으로 "나는 민주노총 때문에 감옥을 세 번이나 갔던 사람이다. 노동계에 '까방권(까임 방지권)'이 3개 있으니 민주노총을 비판해도 3번은 참아달라"는 농반 진반의 요청을 하는 중입니다.
이렇게 언뜻 유쾌한 느낌까지 주던 박 의원과 민주노총 간 대결의 공기가 바뀐 것은 지난주부터입니다. 택배노조의 갑질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택배 대리점주 사연을 접한 박 의원이 작정하고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인데요.
박 의원은 나아가 "전태일 정신을 따르겠다면 지금 노동조합조차 없는 사람들, 근로기준법의 적용과 보호조차 못 받는 사람들, 고용 불안과 산재 위험에 방치된 열악한 현장의 노동자들, 급격한 산업 변화로 노동자인지조차 불분명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권리를 먼저 고민하는 노동운동이어야 합니다"라고 외쳤습니다.
박 의원은 2011년 제도권 정당인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며 노동계로부터 '배신자'라 비판 받습니다. 나아가 대선에 출마한 뒤에는 민주노총의 기득권을 혁파하는 정책을 앞장서 제안하고 있죠.
그럼에도 긴장되는 순간이면 기타 치고 운동가를 부르며 마음을 다잡고, 이런 모습을 보좌진 만류를 무릅쓰고 SNS에 공개할 정도로 노동계를 향한 향수와 애정이 여전합니다. 약자 위에 군림하는 민주노총을 박 의원이 홀로 규탄하고 나설 수 있던 것도 그가 말하는 '까방권' 덕분이 아니라, 오랜 기간 함께했던 민주노총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나 괴로웠던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보좌진이었던 고병국 서울시 의원이 집필한 '법 만드는 청소부'에는 IMF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위원회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정 전 총리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정부를 대표해 협상에 나섰던 그는 기업인 출신답게 전문성을 발휘하며 간신히 합의를 이뤄내죠. 특히 민주노총을 설득하기 위해 전교조 합법화에 힘썼다고 합니다.
고 의원은 책을 통해 "노사정 타협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한다는 조건으로 그(정 전 총리)는 전교조 합법화를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의원들을 설득해 전교조를 합법화하는 법을 통과시킨다"며 "그러나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본회의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 본회의 날, 그는 문을 막아선 야당 의원들과 거친 몸싸움을 치른 끝에 결국, 그 법을 통과시킨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여권의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저서에서는 민주노총과 직접적인 인연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신해서 노동 현안에 대한 인식과 이 지사의 소년노동자 시절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 전 대표의 저서 '이낙연의 약속'에서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노조 역할의 변화를 주문합니다. 이 전 대표는 "노동조합들도 지금 변화하고 있는 이 움직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경영자와 노동조합, 정부가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며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 이 흐름에 올라타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은 사실 아날로그적이다. 상생과 신뢰다"라고 밝힙니다.
이 지사의 저서 '이재명은 합니다'에는 소년공 시절 그의 인생역정이 잘 담겨 있습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출간된 이 책의 서문에서 이 지사는 "2017년 1월 23일, 성남시 상대원동에 있는 오리엔트시계 공장에서 나는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확히 38년 전, 만 15세의 나이로 나는 이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다"며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촉수 낮은 전구 아래 앉아 검정고시를 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에도 "공장 노동자로서 청소년기를 보낸 성남에 사무실을 내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을 보면 소년공 시절의 경험이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통령의 연설 지난회차>
1회 - 박정희 "여러 대책에도 집값 올라" 사죄…부동산전쟁 60년 2회 - 집값 잡기에 가장 간절했던 대통령…盧 아닌 MB? 3회 - 野서울시장 칭찬한 유일한 대통령…盧 "청계천으로 서울 환해져" 4회 - 여가부 만든 노태우…女공천확대 요청엔 "여자들이 안뽑아" 5회 - 커지는 젠더갈등…軍가산점 폐지한 대통령 누구 7회 - "최빈국에서 G8으로"...역대 대통령 연설로 본 대한민국 '국격' 8회 - 박정희 "北 제압 위해 추경"…추가경정예산 70년 역사 9회 - "오바마도 부러워했다" 세계적 자랑 한국 건강보험 역사 살펴봤더니… 10회 - "박정희 vs 김대중" 성공적 의료복지 과연 누구의 공일까요 번외편 - 노무현으로 시작해 노무현으로 끝나는데…野대권주자 책이라고?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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