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부대 잡초까지 뽑으며 촬영"..'D.P.' 신드롬 그 뒷이야기

박주연 기자 2021. 9. 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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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는 탈영병과 그를 쫓는 탈영병 체포조의 이야기를 다룬다. 군대의 인권유린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탈영병과 그를 쫓는 탈영병 체포조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가 화제다. ‘DP’는 탈영병 추적(Deserter Pursuit)’의 약자로 지난 8월 27일 공개 직후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 1위에 올랐다. 아시아권에서도 넷플릭스 콘텐츠 중 시청 상위권에 올라 있다.

<D.P.>는 실제 헌병대 DP로 군복무를 한 김보통 작가가 2014년 11월 15일부터 한겨레에 만화를 연재하고 레진코믹스에 동명 웹툰으로 올린 만화 <D.P 개의 날>이 원작이다. 당시는 집단 구타로 숨진 ‘윤 일병 사망 사건’과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으로 군대 내 가혹행위가 사회적 화두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시기다. 드라마는 총 6부작이며, 2인조로 이뤄진 DP가 탈영병들을 쫓으며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목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라마 공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PTSD(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가 다시 도진 것 같다”와 같은 군필자들의 감상평이 쏟아졌다. 언론의 주목과 함께 국방부가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여야 대선주자들까지 나서서 군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국방부는 9월 6일 “폭행, 가혹행위 등 병영 부조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병영혁신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9월 들어서만 해도 공군에서 수개월간 폭행, 유사성행위 강요 등의 방식으로 후임병을 지속해 괴롭힌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가혹행위를 당한 해군 일병이 휴가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성추행 피해를 입은 여군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최근 몇달새 잇따랐다. <D.P.>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D.P.> 제작사는 JTBC스튜디오가 지분 95%를 소유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다. JTBC스튜디오의 모회사는 제이콘텐트리다. 제이콘텐트리는 2020년 5월부터 넷플릭스와 3년간 약 20편의 JTBC-넷플릭스 동시방영 드라마를 공급하고, 넷플릭스향 드라마를 연평균 2~3편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D.P.>는 이 계약 이후 제작된 첫 넷플릭스향 오리지널 드라마다.

넷플릭스 제공


■가장 큰 난관은 코로나19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원작 <D.P 개의 날>을 굉장히 좋아해 늘 영상화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와 작업하기로 하면서 이 작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작품의 주요 인물은 DP로 차출돼 탈영병을 쫓는 육군 헌병대 이등병 안준호(정해인 분)와 상병 한호열(구교환 분) 그리고 군무 이탈 담당관(김성균 분)과 새로 부임한 대위 임지섭(손석구 분)이다. 배우 캐스팅에 대해 한 감독은 “정해인 배우는 전작(<유열의 음악앨범>)에서의 융통성 없어보이는 얼굴이 좋아 캐스팅했고, 구교환 배우는 7~8년간 알고 지내며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고 시니컬한 그의 면면을 잘 알고 있다. 이번 드라마에서 보여준 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성균 선배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유명한데 멋있게 그려보고 싶었다”면서, “전작 <뺑반>을 같이한 손석구 배우는 분량이 많지 않아 특별출연 요청을 했는데, 마지막까지 같이 고생한 분”이라고 했다.

제작은 기획부터 공개까지 약 1년 반의 기간이 소요됐다. 촬영은 2020년 9월에 시작해 올 2월에 끝났다. 제작비는 보통 작품의 2배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구체적 제작비는 넷플릭스가 외부 공개를 안 하고 있다.

군 당국에 촬영 협조요청은 하지 않았다. 생활관(옛 내무반) 등 군 실내장면은 모두 세트다. 야외 촬영은 경기도 부천의 폐부대에서, 6부에 등장하는 터널 신은 강원도의 폐터널에서 촬영했다. 김동민 프로듀서는 “군 당국에서 시·군 관할로 넘어간 폐군부대들을 우선적으로 찾아봤고, 각 영상위원회의 협조를 얻어 필요한 군부대 장면들을 촬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준희 감독은 “군 당국에 협조를 구하지 않아도 촬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부천 폐부대의 망가진 건물을 보수하고 연병장의 제 키만큼 무성해진 잡초를 다 제거하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촬영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코로나19였다. 김 프로듀서는 “탈영병을 추적하고 탐문하는 장면이 많은 작품 특성상 로케이션이 유난히 많았는데, 수많은 촬영 장소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해 협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주요 장면들도 섭외가 가능한 장소에 맞춰 수정하고 계획을 변경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극중 안준호가 입대식을 하는 장면의 경우 촬영공간인 한 수련원 체육관의 요구로 배우, 스태프, 보조출연자 등 약 400명 전원이 촬영 1~2일 전에 코로나 PCR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촬영 당일 체육관 출입구에서 한명 한명 음성확인 결과지를 제출하고 입장했다.

■우리도 방관자였을까

한 감독은 “<D.P.>가 던진 질문은 6화의 제목인 ‘방관자들’”이라고 했다. 한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면서 나는 군에 있을 때 좋은 선임이었는지, 어떤 부조리가 있을 때 방관하지 않았는지 자문했다”며 “군대가 아니더라도 학교든, 직장이든, 시청자들이 잠시라도 이런 생각을 하면 이 작품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D.P.>의 흥행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봉호 작가는 “군대라는 공간을 빌려 우리 모두가 방관자임을 증명하는 과정이 시청자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그간 <진짜 사나이> 등 군대를 미화한 예능이나 드라마와 달리, <D.P.>는 군대 부조리나 폭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군 실상을 제대로 보여줘 군필자들에게는 공분과 통쾌함을, 여성들에게는 간접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 평론가는 이어 “해외에서도 이 드라마가 흥행하는 이유는 어느 인간사회에서도 이런 부조리와 폭력이 있어 보편적 이야기로 통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보통 작가는 “<D.P.> 방영 이후 아시아권에도 징병제거나, 징병제였거나, 부대 내 가혹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런 소재의 이야기를 글로벌 OTT 서비스에 론칭했고, 그렇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D.P.> 시즌2 계획은 미정인 가운데 DP 병사 보직은 내년부터 사라진다. 병사를 수사 업무에서 배제하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군은 내년부터 병사 대신 간부에게 탈영병 체포 업무를 맡긴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에는 육군 군사경찰(옛 헌병) 소속 100여명의 DP병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임무를 위해 머리를 기르거나 사복을 입은 채 군대 밖을 다닐 수 있다. 해군, 공군, 해병대는 DP병을 따로 두지 않고 탈영 사건 발생 시 간부인 군 수사관이 담당해왔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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