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이크가 꺼져 있나요?

한겨레 2021. 9. 11. 17: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시기가 시작되었을 때, 한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인도 어느 도시의 록다운(봉쇄) 조처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 사진이었다.

매연으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사진과 깨끗해진 공기로 인해 먼 산까지 선명히 보이는 사진.

팬데믹 이전부터 인간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외쳐온 소녀가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S] 강유가람의 처음 만난 다큐][한겨레S] 강유가람의 처음 만난 다큐 _ 그레타 툰베리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코로나19 팬데믹의 시기가 시작되었을 때, 한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인도 어느 도시의 록다운(봉쇄) 조처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 사진이었다. 매연으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사진과 깨끗해진 공기로 인해 먼 산까지 선명히 보이는 사진. 코로나는 지구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와도 같이 느껴졌다.

팬데믹 이전부터 인간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외쳐온 소녀가 있다.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해진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의 15살 소녀이다. 그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금요일 결석 운동을 통해 다음 세대의 절박함을 호소하며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그레타는 선진국에서 지구 온난화를 야기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반성적인 태도로 기후 정의를 외쳤고, 7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참가하는 시위를 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 소녀를 다룬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 >(나탄 그로스만, 2020)는 한국 개봉 때 평점 테러에 시달렸다. 댓글에는 그레타의 아스퍼거증후군을 조롱하거나, 어린 여성이라는 이유로 영화의 메시지를 깔아뭉개는 댓글이 많았다. 혹은 1회용품을 쓰는 모습을 캡처하여 그가 모순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런 온라인상의 공격이 실제 그의 운동이 겪어온 공격과 연장선상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그레타가 어떤 위협과 심적 고통을 겪으며 활동하는지 운동의 이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레타는 운동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많은 기후협약을 위한 정상회담 자리에 연설을 하러 간다. 그의 운동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하고, 계속해서 기후 정의를 위한 여러 움직임을 보이지만,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같은 기후 위기에서 큰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마저 그레타를 조롱한다. 언론에서도 그레타가 대안 없이 저항만 하고 있다는 식으로 그의 활동을 평가절하한다. 심지어 살해하겠다는 협박 편지도 여러차례 받게 된다 . 그럼에도 그레타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설하고 많은 대중 앞에 선다.

하지만 몇개월의 시간을 거치면서 그레타가 느낀 것은 자신을 초대한 기후 관련 정책 결정권자들은 자신의 목소리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그레타는 끊임없이 자신이 롤플레잉게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으며, 왜 자신을 초대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그레타의 연설 바로 직후 그레타의 연설과는 조금 상반되는 방식의 이야기를 하는 연설자도 있다. 그레타를 귀여워하거나 대견스러워하면서 사진을 찍는 모든 이들과 그를 조롱하고, 그의 이야기를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이들은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결국 그레타는 “내 마이크가 꺼져 있나요 ?”라고 묻기에 이른다. 우리가 지구에 무슨 짓을 한 건지 어서 빨리 깨달아야 한다며, 왜 이전 세대의 책임을 자신의 세대가 질 수밖에 없는가 통렬하게 외친다. 뉴욕에서 열리는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는 보트를 타면서 그레타는 울먹인다. 책임감 때문에 무너질 것 같다고. 하고 싶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 작은 어깨에 지워진 짐은 그레타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레타가 완벽한 영웅일 수 없듯이, 지구상에 사는 우리 모두 완벽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있기엔 지구에 남겨진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강유가람 감독은 <모래>(2011)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등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볼만한 다큐멘터리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