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배송되는데, 와인은 안된다고?" 국세청에 뿔난 소비자들 [생생유통]
[생생유통] #올해 들어 와인에 푹 빠진 직장인 김동훈 씨(29)는 처음 대형마트 앱에서 와인을 구입하려다 당황했다. 결제는 미리 할 수 있지만 와인은 '매장 픽업'해야 한다는 안내 문구를 본 것이다. 김씨는 "매장에 전화해보니 주세법이 그렇게 돼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모든 것을 집 앞으로 배송받을 수 있는 시대에 와인은 왜 안 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와인 애호가 직장인 김 모씨(34)는 원하는 와인을 집 주변 매장에서 찾지 못해 경기도 외곽 와인 아웃렛에 자주 방문한다. 그는 "사고 싶은 와인이 보통 정해져 있는데 취급하는 매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와인을 배송받을 수 없으니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현행 주세법상 주류 판매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다. 술이 유해성 기호품인 만큼 직접 구매자의 성인 인증을 거친 후 판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깐깐한 원칙은 지난해 두 차례의 국세청 고시 개정을 통해 다소 느슨해졌다. 지난해 4월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결제한 와인을 매장에서 직접 수령하는 방식(일명 '스마트 오더')이 가능해졌고, 지난해 7월부턴 현장 결제한 와인을 택배로 배송하는 방식이 허용됐다. 하지만 와인을 전화나 앱으로 주문해 배송받으면 여전히 불법이다.
일부 업계와 소비자들은 "국세청이 형식주의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대금을 결제할 때 성인 인증을 거치는데 굳이 배송을 막아야 할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다. 와인이 소주나 맥주에 비해 고가임을 감안하면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한다. 국세청이 전통 보호 등을 이유로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것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와인 업계 종사자 A씨는 "전통주는 비대면 결제 후 배송까지 모두 가능한데 와인은 안 된다"며 "19세 이하 미성년자 보호가 이유라고 하는데 전통주는 미성년자가 음주할 위험이 없다는 말이냐"고 했다.
최근 편의점 무인 주류 자판기 도입이 허용된 것도 국세청의 입장을 궁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사업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새 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기존 규제 면제 제도)를 승인했다. 한 대형 편의점의 경우 이동통신 3사가 운영하는 본인 인증 앱 '패스(PASS)'의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이용해 성인 인증을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전통주·소주·맥주·와인 등 원하는 주류를 살 수 있다. 동일한 성인 인증을 거치는 온라인 채널의 주류 판매에서만 '직접 수령'이라는 규제를 가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온라인 주류 판매를 막는 건 세계적인 트렌드와도 동떨어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한국과 폴란드 두 나라를 제외하고 모두 와인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와인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나라에선 오프라인 소매 채널과 전자상거래 채널에 면허, 서비스와 관련해 동일한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세청은 주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이유로 청소년 음주 차단과 탈세 우려를 들고 있다. 주류가 유해성 기호품인 데다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규제 대상 상품인 만큼 다른 것과 동일선상에서 다룰 수 없다는 얘기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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