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손준성 휴대폰 확보한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밝혀낼까

류석우 기자 2021. 9. 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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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확보했지만.."1년 지나 유의미한 증거 있을지"
첫 압색부터 '위법논란'.."역량 부족한데 오버했다" 비판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9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근하고 있다. 2021.9.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관련자들을 입건하고 강제수사에 나선 가운데, 의혹의 실체를 밝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법조계에선 의혹이 제기된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난 데다, 관련자들 대부분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수사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지난 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10일 곧바로 강제수사에 나섰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윤 전 총장 측근으로 알려진 손준성 검사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고발장을 작성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고, 김 의원은 이를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제보자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에 따르면 김 의원은 당에 고발장을 전달하면서 조씨에게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대검에 접수하라고 했다고 한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친여권 성향의 이성윤 현 서울고검장이 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시기다.

공수처로서는 손 검사가 고발장을 직접 작성했는지와 김 의원에게 직접 전달했는지,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파악해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확보했지만…"1년 지나 유의미한 증거 있을지 의문"

앞서 수사팀은 전날 손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자택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이들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에 앞서서는 제보자 조씨의 휴대전화 등도 제출받았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손 검사가 직접 작성하거나 또는 제3자가 작성한 고발장을 받아서 김 의원에게 전달했는지 여부"라며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먼저 파악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관계가 있었는지도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혹이 제기된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윤 전 총장의 개입까지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벌써 1년이 지나서 (손 검사 등의) 휴대전화에 유의미한 증거가 남아있을지 의문"이라며 "윤 전 총장의 개입 여부도 중요한데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과 제보자 간의 텔레그램상 대화와 통화 내역은 제보자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지만 김 의원과 손 검사 간의 대화나 통화를 밝혀내기는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텔레그램은 데이터를 삭제하면 복구가 어려운데, 김 의원이 당시 텔레그램방을 폭파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6개월 전 휴대전화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웅 의원이 10일 밤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인물로 거론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 중인 공수처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1.9.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첫 압수수색부터 '위법논란'…"역량 부족한데 오버했다" 비판도

첫 압수수색부터 '불법 압수수색' 논란이 불거지며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저지당한 데다 고발까지 당한 점도 향후 공수처가 수사를 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측은 전날 김 의원의 사무실에 대한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며 이날 김진욱 공수처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공수처의 압수수색 영장을 취소해달라는 준항고장을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하기도 했다.

공수처에서는 전체 수사팀을 동원해서라도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치권의 압박으로 섣불리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대검이 진상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기다려볼 필요가 있었는데 정치권의 어떤 압력을 받고 정치바람이 들은 게 아닌가 싶다"며 "윤 전 총장도 꼭 지금 입건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가 역량이 안 되는 상태에서 오버를 한 것 같다"며 "이제 막 검사들을 교육보내고 있는 공수처의 수사력으로는 어떤 거대한 음모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이런 사건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대선 코앞인데…수사 결과 늦어질수록 '정치개입' 비판 거세질듯

내년 3월 대선이 예정된 만큼, 수사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을 경우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유력 대선 후보인 윤 전 총장을 입건한 것을 두고 무리한 수사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공수처에는 이미 수천 건의 고발 진정사건이 쌓여있는데 윤 전 총장 고발 사주 의혹은 고발 4일 만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며 "조성은(제보자)이 제출한 자료도 디지털포렌식 분석이 끝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현직 국회의원 집무실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번 사건을 대선 직전까지 끌게 된다면 수사기관이 정치에 개입하게 되는 꼴"이라며 "제일 우려되는 것은 (수사결과 발표 없이) 보도만 이어지는 것인데, 그렇게 된다면 국민의 선택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만약 윤 총장이 개입한 것이 공수처 수사로 드러난다면 더 큰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번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와 관련해 "사실이라면 엄청나게 중대한 범죄"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주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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