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후 먹히는 돼지' 유튜브 제작자 "생명의 소중함 생각하는 계기됐으면.."

정용인 기자 2021. 9. 11. 15: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생명의 소중함 생각하는 계기됐으면…”

‘100일 후 먹히는 돼지’ 채널에서 미니돼지 ‘갈비’를 키웠던 주인공(35·일본인)이 9월 7일 줌 화상미팅을 통해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줌 캡처


[언더그라운드.넷] ‘100일 후 먹히는 돼지’ 유튜브 채널 논란을 다룬 지난 ‘언더그라운드 넷’ 기사 마감 후, 신청해뒀던 인터뷰 요청의 회신이 채널 운영자로부터 왔다. 지난 6월 일본 주간지 ‘AERA’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A씨로 표기됐던 미니돼지 갈비를 키운 당사자(35·남성)다. 채널은 101일째인 9월 2일 미니돼지 ‘갈비’의 과거를 회상하는 에필로그 영상을 끝으로 더 이상 업로드하지 않고 있다. 인터뷰는 줌 화상미팅으로 진행했다. SF소설가 황모과씨가 통역으로 참여했다.

- 제일 궁금한 것은 갈비의 근황이다. 살아 있는가.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살아 있는지, 살아 있지 않는지 표현하지 않는 것을 정책으로 하고 있다.”

- 101일째 영상을 올렸다. 면밀히 관찰한 분의 의견에 따르면 회고영상 속 ‘갈비’의 모습은 입양 초기 모습이라고 한다. 회고의 의미를 담은 것인가.

“그렇다. 갈비를 처음 데리고 왔을 때의 영상이다. 일단 생명의 중요성과 같은 문제의식은 어필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음엔 어떤 식으로 업로드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 채널은 앞으로도 계속 운영하는가.

“여러가지 연결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트위터나 만화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다.”

- 100일째 영상에 붙어 있는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この物語はフィクションです)’ 코드의 의미는. 상황을 일부러 모호하게 처리하는 것이 아닌가. ‘갈비’가 살아있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희망고문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처음 기획을 한 것이 생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진짜 먹혔는지, 안 먹혔는지 자체를 픽션이라 표현하고 싶었다. 통구이를 한 돼지가 ‘갈비’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 자체를 연상하게 하는 것도 픽션이라고 하고 싶었다.”

- 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이런 내러티브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사이코패스 같다’는 비난이 있는데.

“찬반양론을 생각하고 기획했다. 만약 ‘갈비’를 먹었어도 사람들의 비난은 굉장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먹지 않았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찬반양론이 있었다. 물론 문화권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범위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사람, 어느 문화권에 가더라도 다른 생명을 먹는 것을 통해 사람의 생명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세상을 다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 영상을 보는 사람 중 누군가 한사람에게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실제 그런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는지.

“처음 세웠던 거대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살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주지한다면 일정정도는 이 채널의 존재자체가 그런 정도의 목적은 이뤘다고 본다.”

- 트위터에서 나온 재작년과 작년, 일본에서 상당히 히트한 4컷 일상만화 ‘100일 후에 죽는 악어’를 벤치마킹했다는 평가 글을 리트윗했다. 영향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악어’의 경우 예정된 죽음을 전지적인 존재인 독자는 알고 있으나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반면, ‘갈비’는 그동안 키우면서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고 있었고, 100일 후의 운명에 제작진이 직접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전혀 다르지 않는가.

“설정에서 인스파이어(영향)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악어’에서 ‘100일 후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는 설정만 가져와 차용했다. 일단 제일 먼저 푸드로스(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여 생명을 보호하자)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변화를 목표로 했다. 물론 ‘미니돼지가 병에 걸려 100일 후에 죽는다’는 식으로 설정했다면 ‘악어’와 비슷했을 수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먹는 것은 돼지가 병에 걸려 죽기 때문에 먹는 것이 아니니 그런 현실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 실제 도축 여부와 관련해서도 이런 의구심이 제기된다. 사후경직이 풀리는 데는 통상 5일이 걸리므로 하루 만에 도축해 바비큐용 돼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것은 다른 날짜를 정해서 보여줬을 뿐이다. 100일 영상을 마지막까지 보시면 복장도 달라져 있고 날짜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리얼 타임으로 촬영했나

“리얼타임은 아니고 스톡을 두고 편집했다. 90일 즈음에 리얼타임으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했으니 10일 전까지는 살아있었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다.”

- 처음 기획 단계부터 한국의 동물보호법에 해당하는 일본의 동물애호관리법상 학대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AERA’ 인터뷰 때도 지적됐던 사안인데.

“그 인터뷰는 6월 20일 기사로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이다. 그 당시는 진짜 먹으려 했다. 그때 찍은 영상 중 아직 공개하지 않은 영상이 있는데, 동물애호관리 시민단체에 가서 조언을 들은 것이다. 사전에 (법 위반 여부) 절차는 확인했다. 애호단체에 가서 이야기했던 것을 공개할지, 안 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 프렌들리한 답변을 받았나

“동영상을 올린다면 그 내용도 포함해서 올리겠다.”

- 물어보는 이유는 한국의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이 채널에 대한 언론인터뷰에서 법의 허점을 이용해 교묘한 수법으로 학대한 것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동물관련 법들은 잘 모르지만, 일본의 실제적인 법률 안에서 확인했다.”

- AERA 인터뷰를 보면 전문가에게 도축을 의뢰하겠다고 했는데, 그 장면은 안나왔다.

“만약 도축하는 장면을 공개하게 되면 유튜브의 가이드라인에 어긋나게 된다. 그 이외에는 문제없도록 고려해 진행했다.”

- 교육적 목적에서 만든 영상이고, ‘푸드로스 없애기’가 목적이라고 했다. 목적을 달성했을까. 사람들에게 육식에 대한 일시적인 혐오감은 줄 수 있지만, 영상제작자에 대한 비난만 늘 수 있다.

“찬반양론이 일본에서도 한창이다. 과격한 비방도 나온다. 동물애호 관리법에 위반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위반이 안된다는 사람들은 ‘항상 슈퍼마켓에서 보고 사고 있잖아!’라고 말하고 있고, 애호법 위반이라는 사람은 펫으로 길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하고 있다. 동물애호법 위반이라는 비난이 거세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 물어보려고 했던 질문이다. 일본의 동물 애호 및 관리법의 경우 44조에 애호동물을 함부로 죽인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고, 채널의 미니돼지는 애호동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함부로 죽이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측 법조계의 의견이다. 물론 ‘함부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등의 문제가 남아있고 100일 후에 죽었다는 것이 픽션을 경우 다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맞다. 일본 법률조항에 있는 44조 그 조항을 위반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함부로’가 아닐 수 있도록, 먹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했다.”

- 지난 주 기사에 썼지만, 한국의 경우 먹는 목적으로 돼지를 키우는 경우, 사전에 등록헤야 한다. 돼지로 옮을 수 있는 질병 우려 때문이다. 도축의 경우 농장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농장으로 보내 돼지를 도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당신들과 같은 목적으로 유튜브를 찍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누군가 우리와 비슷한 시도를 한다면) ‘한국 룰에 따라 잘해주십시오’라고 조언을 드릴 수밖에 없다.”

- 채널에서 공개한 카달로그를 보면 ‘외국 프랜차이즈 문의를 적극 환영한다’고 되어 있던데, 한국에서도 프랜차이즈 문의가 왔나.

“채널을 같이 하고 싶다는 연락이 온 적은 있다. 같은 식으로 하고 싶다는 연락은 아니다. 예를 들면 해외리뷰에서 총이 나온다고 그 영상을 일본에서 재생했을 때 총이 나온다고 일본 실정법을 위배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안에서 일본식으로 바꿔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법률과 문화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총기 소지가 합법인 미국의 서부영화는 일본은 총기소지가 불법이니 방영할 수 없다, 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런 맥락으로 보면 될 것 같다.”

- 니시무라 히로유키(2채널 창립자) 다이고클립스(멘탈리스트, 유명 유튜버), 니시노 아키히로(예능인·그림책 작가) 등에게 슈퍼챗을 쏘면서 구독자 늘릴 방법이나 100일 후 컨텐츠 방안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이들의 조언이 도움되었나.

“참고는 되었다. 어쨌든 최종적인 결단은 우리가 해야 한다.”

- 신상은 어디까지 공개가능한가. 사는 지역은 공개가능한가. AERA 인터뷰에서 35살이라고 했는데 맞나.

“35살 맞다. 사는 지역은 특정되니까 안되고, 일본인이다.”

-‘갈비’라는 이름은 한국요리에서 따온 것이 맞나.

“일본의 야키니쿠에 가면 소갈비, 부타갈비(돼지갈비)와 같은 표현을 쓴다. 꼭 한국을 특정한 것은 아니다.”

- AERA 인터뷰에 같이 나온 S사장과 관계를 말해달라.

“나는 S사장의 용병이다. 편집은 내가 한다.”

- 회사는 법인인가.

“법인이다. 법인 이름은 밝힐 수 없다.”

- 채널 반응은 어땠나

“기대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기대 이상의 반응이 돌아왔다.”

- 댓글란을 보면 여러 나라 언어의 코멘트가 달린다.

“3만 건 이상의 코멘트가 달려서, 언어도 모르는데다가 너무 많아서 물리적으로 체크할 수 없다. 구글번역으로 조금씩 보고 있는데, 일단 번역해서 읽은 기준으로는 일본 안에서 나오는 반응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데이터를 공개하자면 시청자 수를 기준으로 일본인이 43.7%, 태국 14%, 한국 13%, 대만6%다. 홍콩과 중국은 유튜브는 3%가 나오는데, 중국에서는 유튜브를 대신하는 자체 채널이 있어 우리가 직접 발신한 것은 아니지만 따로 보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러시아도 약 3%가 나온다. 일단 어느 나라에 살던 영어로 댓글을 다는 분들이 있는데 그게 눈에 띈다. 시청자 비율에서 다른 일본 유튜브채널보다 외국사람들이 많이 본 것은 사실이다.”

-101일째 올린 영상 뒤에는 ‘당신이 먹고 있는 돼지고기와 갈비는 똑같은 생명입니다’라고 적어놨는데. 비건이나 동물권 캠페인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비건과 똑같은 생각이었다면 ‘먹지 맙시다, 100일 후에는 먹지 않았습니다’라고 발표했을 것이다. 평상시에 우리가 먹고 있고, 먹을 때마다 감사하게 다른 생명을 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SDGs(지속가능한 발전목표)와 관련해서는 세계적으로 인식이 동일하기 때문에 거기서 출발했다. 일본에서 외식산업으로 버려지는 식품만 700억엔(7442억3300만원)이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이런 비슷한 기획이 널리 퍼져 버려지는 식품 비율이 1%만 줄어들어도 7억엔(74억4233만원)이다. 물론 돼지고기를 안 먹는 문화권도 있고 먹지 말자는 사람도 있지만, 공존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세상이 좋아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 이후에는 뭐를 할 생각인가.

“이것과 관련없는 업무를 하고 있다. 채널 후기 영상을 기획하려 한다. 원래 직업은 동영상 제작과 편집을 전업으로 하고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