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백남준과 함께 초청 작가 선정?..이상봉 관장 "일부 우려 나왔지만 신구 조화하려 선정"

김종목 기자 2021. 9. 1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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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상봉 청주시립미술관 관장은 미디어아트 작가 문준용씨를 초청 작가로 선정한 이유를 두고 “(외부 압력·민원 없이) 관장과 학예실이 초청 작가를 결정했다. 신구 세대를 아우르고, 증강현실·체험형 프로그램을 넣으려 젊고 실력 있는 작가인 문씨를 초청했다”고 11일 말했다. 이 관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대통령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학예실 내 일부 우려와 이견도 나왔다. 내 책임 아래 결정했다”고도 했다.

청주시립미술관은 17일 개막하는 ‘빛으로 그리는 신세계’ 전 뉴미디어 부문에 문씨를 고 백남준씨, 이이남씨와 함께 초청 작가(▶관련기사 보기)로 뽑았다. 초청 작가 1인당 지원비는 500만~1500만원인데, 문씨는 1500만원을 지원받는다. 여러 매체는 ‘세금 1500만원 지원’에 주목했지만, 설치 비용이나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액수 자체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문준용씨가 초청 작가로 선정된 청주시립미술관 ‘빛으로 그리는 신세계’ 전의 전시 안내. 미술관 홈페이지 갈무리

미술계 일각에선 지원금보다 ‘초청 작가 선정’ 자체를 두고 의문을 제기한다. 문씨가 다른 초청 작가들과 같은 반열에 오를 만큼의 연륜, 명성, 실력을 갖춘 작가이냐는 의문이다. 한 미술계 인사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문씨 초청을 두고 “프리미어리그 선수들 경기에 2·3부 이하 리그의 선수를 초청한 격”이라고 말했다.

뉴미디어 부문에 문씨와 함께 초청된 백남준씨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미디어아트 작가다. 초청 작가엔 2018 광주 비엔날레 때 개막식 신작 미디어 프로젝션 퍼포먼스를 맡은 이이남씨, 내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뽑힌 설치미술가 김윤철씨,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박기원씨, 한국 작가로서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한 고 하동철씨 등이 포함됐다.

문씨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관련기사 보기)을 올려 “제가 받는 지원금에 불쾌한 분이 많은 것을 이해한다. 저는 그에 보답할 수 있는 좋은 전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으니, 작품으로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여러 언론 보도를 두고 “전시 한 번 할 때마다 날파리가 꼬인다. 이런 행태를 되풀이하는 언론에 유감”이라고도 했다.

다음은 이상봉 관장과의 일문일답.

- 문씨를 초청 작가로 선정한 이유는.

“증강현실이라는 첨단 매체를 이용한다. 체험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문 작가 전시를 본 적이 있다. (이번 전시에) 그런 (체험형) 섹션이 없어서 문 작가를 초청했다.”

- 초청 작가 9인 대부분이 오래 활동했다.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거나 명성을 누린 이들, ‘대가’로 불리는 이들도 있는데.

“작고하신 백남준 선생 같은 분이나 (문 작가 같은) 젊은 세대 작가 하고 구색을 갖춰 (전시) 구성을 한 것이다. 연령대도 안배하려 했다. 그게 미래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오창 전시관엔 양민하 작가도 초청했다. 양민하·박진아 작가, 문 작가가 젊은 작가군에 들어간다. 청년, 중진, 원로·작고 작가, 매체도 다양하게 활용하는 작가들로 구성했다. 구색을 갖춰서 한 거라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 예전 내가 (신구 세대를 아우르는) 기획을 한 경험도 있다. 지금 청주시립미술관에서도 원로 작가와 청년 작가가 함께하는 전시를 진행한다.”

- ‘빛으로 그리는 신세계’인데, 문씨가 ‘빛’을 주제로 작품을 내놓나.

“(뉴미디어, 설치·조각, 회화) 각 부문 작품들은 어쨌든 빛이라는 소재가 어둠의 공간에서 밝게 펼쳐지는 것들이다. 문 작가는 (예전 전시를 보면) 체험형이라서 관람객들이 많이 좋아하더라. 증강현실이 대세인데, (문 작가 같은) 그런 작가들이 또 좀 귀한 편이다.”

- 지원금 1500만원은.

“(설치 작품에 대한) 지원비 1500만원은 절대 높은 금액이 아니다. 다른 미술관에 비해서도 낮다. 다 리서치했다.”

- 이번 특별전 예산이 5억이다. 중소 도시 시립미술관으론 큰 편이라는 말도 있는데.

“개관 5주년 기념전이다. 의미 있는 해라 그 예산을 확보했다. 다른 도시 미디어전시 예산보다 규모가 크다고 볼 순 없다. 3개월간 전시를 운영한다. 오창방사광가속기사업을 청주가 유치했다. 그래서 빛과학을 주제로 했다. 이번 전시는 기념 사업도 겸했다.”

- 초청 작가 결정은 어떻게 했나.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각 분야의 운영위원들한테 사업계획서를 내서 먼저 승인을 받았다. 예산이 수립된 뒤 (전시를) 진행했다.”

- 초청 작가 선정을 끝내고, 그 명단을 넣어 사업계획서를 낸 건가.

“그렇다. 학예실에서 초청 작가들을 고르고, 최종적으로 내 책임 아래 선정했다.”

- 운영위원회에는 누가 들어가나.

“청주시 의회 부의장, 지역 대학에 미술 전공 교수, 건축가, 갤러리대표들이다.”

- 초청 작가 선정 과정에서 외부 압력이나 민원이 들어온 건 없나.

“전혀 없다. 최종 선정하고, 작가분들한테 ‘이런 작가들이 같이 참여합니다. 하시겠습니까’라고 다 물었다. 작가들이 먼저 서로 승인하고, 승인받으면 다시 기획하고 했다. 문 작가에게도 똑같이 미술관이 선정한 뒤에 그 사실을 통보했다.”

- 미술관 내부 논의 관정에서 이견은 없었나.

“학예실과 논의할 때 (대통령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이견과 우려가 조금 나왔다. (문 작가 초청 결정에) 심적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 내 책임으로, 내가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평소) 지역 미술관에 거의 관심이 없는데 이 정도로 크게 반응이 나올지는 몰랐다. 사실은 의아하고 놀랍다. 다만, 문 작가를 (대통령 아들보다) 그저 작가로 봐주시면 좋겠다. 실력도 있다. (신구 세대 조화 등) 짜임새 있는 전시를 보여주려는 의중으로 (초청 작가 선정과 기획 진행을) 했던 것이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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