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신문에서 찾아본 서울극장과 한국 영화계의 역사
이번 칼럼에선 옛 신문 속에서 서울극장의 흔적을 찾아보며 나름의 작별 인사를 해볼까 한다.
- ‘서울극장’이라는 이름이 처음 보인 건 1978년 여름
합동영화사가 인수한 세기극장은 수리를 마치고, 극장 이름을 서울극장으로 바꿔 1978년 재개관한다. 개관작은 추석을 맞아 9월 17일 개봉한 김수현 각본, 정소영 연출의 ‘마지막 겨울’이었다.
당시 기사에는 서울극장이 주로 한국영화를 개봉하는 개봉 영화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라는 소식도 보인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의무적으로 제작되는 한국영화 중 절반 이상이 개봉되지 못하던 상황에서 서울극장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 서울극장이 변신한 1989년 여름
1989년에는 서울극장의 이름이 바뀐다. 이번에는 영화관 외관도 바뀌었다.
서울극장은 신축 공사를 통해 1200석 상영관 2개와 600석 상영관 1개 등 총 3개 상영관을 갖추고, 서울시네마타운으로 이름도 바꾸어 새 출발을 한다. 당시에는 ‘시네마콤플렉스’라고 칭했는데, 한 신문에서는 백화점식으로 한 건물에 여러 개의 극장이 들어선 형태라는 설명을 한다.
세계적으로 영화관은 꽤 오랫동안 1개 영화관이 1개 상영관으로 운영됐다. 1980년대 이후 점차 상영관이 늘어, 현재는 10개 관 이상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대세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멀티플렉스인 CGV 강변점이 개관하는 1998년 이전까지 기존 대형 영화관들이 1000석 이상의 규모였던 상영관을 여러 개의 상영관으로 나누어 운영하기도 했다. 서울극장은 이런 변화를 이끈 영화관이었다.
1989년 서울의 몇몇 영화관이 상영관을 확대하게 되는데, 종로의 서울극장이 3개 관으로 강남의 시네하우스가 5개 관, 브로드웨이극장이 3개 관으로 상영관을 늘렸다. 한 영화관에서 동시에 여러 편의 영화가 상영된다는 것은 매우 획기적인 변화였다.
서울극장이 재개관한 1970년대 후반은 한국영화가 개봉관을 찾기 힘든 시기였다면, 복합상영관으로 변신한 1980년대 후반은 영화시장 개방으로 물밀듯이 수입된 미국영화가 개봉관을 찾기 힘든 시기였다.
특히 미국 대형 배급사가 국내 수입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배급하는 소위 직배 영화의 경우 기존 대형 개봉관을 잡지 못해 소형 영화관 여러 곳에서 동시 개봉하는 새로운 관행이 만들어지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서울극장은 한국 영화계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서울극장(합동영화사) 곽정환 대표의 행보도 눈에 띄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 21세기에도 살아남았던 서울극장
1997년에는 7개 관으로 변신한다. “국내 최초 7개관 복합극장 탄생!”이라는 광고 문구가 눈에 띈다.
2000년대 이후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의 멀티플렉스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기존의 영화관들은 위기를 맞는다. 기존 영화관들이 멀티플렉스로 변신을 꾀하기도 했지만, 서울 기준 서울극장과 대한극장 이외에는 대부분 사라졌다. (허리우드극장도 남았지만, 더이상 개봉 영화관은 아니다.)
서울극장은 영화관 운영과 더불어 시사회를 유치하기도 하고, 이후 서울아트시네마와 인디스페이스 등에 대관을 하는 등 여러 시도들도 지속했다.
필자도 2000년대 초중반 시사회 참석을 위해 서울극장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는 서울아트시네마와 인디스페이스 상영작이나 영화제 상영작을 보기 위해 서울극장을 찾았더랬다.
단성사, 국도극장, 국제극장, 스카라극장 등 갑작스럽게 사라졌던 서울 개봉영화관에 비하면 서울극장은 폐관 소식이 미리 알려지면서 옛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변화한 미디어 환경 덕이기도 할 테다.
아직 인디스페이스와 서울아트시네마는 운영 중이라 아직은 서울극장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이후 서울극장이 혹은 그 자리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지켜보려 한다.
어쩌면 이미 잊혀져 가고 있었지만, 더 이상 잊혀지지 않고 기억에 남는 한국 영화 역사 속 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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