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을 통한 팬 경험의 개인화..한국프로스포츠가 살길이다

김세훈 기자 2021. 9. 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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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미국은 스포츠 천국이다. 스포츠를 중시한다. 스포츠 인구도 많고 시설도 풍부하다. 야구, 농구, 풋볼, 아이스하키, 골프 시장 규모는 세계 최대다. 많은 지구촌 팬을 확보한 글로벌 히트 상품들이다. 시장은 넓고 자금력도 강하며 스타도 많다.

미국프로풋볼(NFL) 인디애나폴리스 찰리 신 부회장은 최근 한국체육학회 콘퍼런스에서 미국 프로스포츠가 코로나19 속에서 수행한 다양한 전략을 소개했다. 신 부회장은 “미국프로농구 등은 버블 시스템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리그도 진행하고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도 생산했다”며 “미국프로스포츠는 대규모 원격 제작, 소비자 콘텐츠 개발, OTT, 온디맨드 스트리밍, 증강현실, 8K UHD, 5G, 몰입형 동영상, VR360, 플레이어 트래킹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격제작은 몇몇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경기를 경기장 이외 특정 장소에서 영상으로 제작함을 의미한다. 소비자 콘텐츠 개발은 소비자, 팬이 만드는 콘텐츠다. VR360은 경기 장면을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기술이다. 플레이어 트래킹은 선수 동선을 좇으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다.

모두 영상, IT, 카메라, 데이터, SNS 등을 복합적으로 이용해 만든 디지털 콘텐츠다. 코로나 시대 경기장에 오지 못하는 팬들에게 재미있고 실감 나는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만족감을 높이는 동시에 구단·선수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목적이다. 신 부회장은 “미국프로스로츠는 경기장에 오지 않아도 팬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증폭하는 데 주력했다”며 “팬이 경기장에 올 때까지 팀과 선수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MLSE가 개발한 ‘디지털 아레나’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휴대전화, 노트북 등을 통해 입장할 수 있는 온라인 경기장이다. 가상 경기장이지만 실제 경기장 못지않게 많은 걸 할 수 있다. 라이브 공연을 보는 것처럼 경기를 볼 수 있다. 그러면서 경기·상황 예측, 퀴즈 등 다양한 이벤트도 할 수 있다. 각자 느낀 경험을 교류하고 팬끼리 공유한다. 실제 경기장과 별도로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할 수도 있다.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등과 함께 메타버스에서 프로스포츠를 소비하는 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신 부회장은 프로스포츠가 미래에 생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개념을 소개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팬 경험의 개인화’다. 팬들이 경기장으로 직접 와서 개인에게 한정된 경험만을 하는 것을 넘어선다. 경기장에 오지 않아도, 내가 직접 보지 못한 것까지 모두 경험하고 그걸 다시 내가 원하는 식으로, 원하는 내용만 골라 볼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토트넘 경기를 디지털 아레나에서 시청한다. 상황·결과·승부 예측과 퀴즈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다. 경기장에서 다른 팬이 ‘직캠’한 영상을 바로 볼 수도 있다.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을 서로 공유한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손흥민을 주목하고 싶다면, 손흥민 위주로 모든 게 재편집된 콘텐츠를 또 즐길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프로스포츠가 많이 위축됐다. 팬이 올 수 없다고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디지털 혁신은 스포츠를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인 디지털 혁신은 코로나로 인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스포츠도 디지털 혁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한국프로스포츠는 코로나 시대 속에 무엇을 해왔고 미래에 대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경기장 혁신, 경기장 스마트화는 걸음마 수준이다. 디지털 콘텐츠라고는 경기 영상, 인터뷰 등 제한된 형태에 머물고 있다. 디지털 베팅 산업 확장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 NFT, 메타버스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미비하다. 프로스포츠가 코로나를 이유로 수수방관하는 동안, 프로스포츠를 외면하는 청소년층, 젊은층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프로스포츠시장은 미국보다 훨씬 작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종목도 제한적이다. 세계 팬에게 어필할 만한 수퍼 스타도 극소수다. 이게 모두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디지털 혁신 없이는 희망도 없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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