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소설]지금 산업혁명이 4차인지 3차인지 따져야 하는 이유
"방어주 유틸리티, 20세기 초 엄청난 성장주"
PER 80배던 애플, 27배.."FAANG 성숙단계"
"FAANG이 만든 망 위를 달릴 메타버스 등 '기차' 나올 때"
美 외 지역서 3차혁명의 생산 증대 이끌 가능성↑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유독 국내에서만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반대 편에는 차수를 구분하지 않고 18세기에 시작된 산업혁명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기술의 발전 그 자체보단 기술이 실제 생산성으로 이어졌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류의 생산성 증가율이 제로(0)에서 1로 증가한 1차산업혁명만큼 더 혁명적인 건 없다고 여기는 셈입니다.
4차산업혁명은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이 모임의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밥에 의해 처음 명명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4차산업혁명’를 통해 ‘3차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해 물리학, 생물학, 디지털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 혁명’으로 이를 정의했습니다.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1차는 증기기관, 2차는 내연기관과 전기, 3차는 컴퓨터라는 확실한 발명품이 있는 반면, 4차는 슈밥의 얘기처럼 그간 만들어놓은 것들을 토대로 융합한 기술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제러미 리프킨은 “현재 제3차 산업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며 4차산업혁명을 부정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설명입니다. 이에 경제학자들은 비행기와 자동차를 예로 듭니다. 생산성으로 연결되는 기술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컴퓨터가 이 둘을 뛰어넘고 있을지를 고민해 보란 것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와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둘 중 사람들은 무엇에 더 놀랐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1·2차산업혁명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성장 정체기가 있다는 점입니다. 20세기 초엔 두 번의 세계 대전과 미국의 대공황이 있었다는 자명한 사건이 있긴 하지만, 다른 분석도 있습니다. 사람이든 기술이든 기득권의 저항이 지목됩니다. 기존의 기술이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것들이 버텨 성장을 더디게 한다는 것입니다. 인프라가 구축되는 시간과 그 인프라를 이용하는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데 시차가 발생한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내연기관이 발명됐다 해도, 철도를 깔고 그 위를 다니는 기차들이 많아지며 제품을 수출·수입해 기업이 돈을 버는 일은 다른 단계란 것입니다.
FAANG은 3차산업혁명의 ‘유틸리티’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란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3차산업혁명도 쳐줄까 말까 한 경제학자들에겐 4차산업혁명은 어불성설일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FAANG은 분명 21세기 이후 미국 증시를 이끄는 초대형 우량주입니다. 2010년대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대비 FAANG의 시가총액 증가세와 전세계 주식시장 대비 미국시장의 증가세와 거의 일치합니다. 2004년까지만 해도 주당 1달러가 채 안 됐던 애플 주식은 최근 154달러를 기록 중입니다. 스마트폰이란 실체도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은 아니어도 의미가 없지 않은 것입니다.
20세기 초 유틸리티 주식들이 성장주였다가 지금 가치주로 변화된 것처럼 어쩌면 빅테크 주식 역시 성숙단계를 거치며 가치주로 굳혀질지 모릅니다. 구글이 메타버스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 또한 유틸리티화를 피하기 위해서일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FAANG은 역사적 소임을 다하고 있을 수 있다”며 “이젠 이들이 만들어놓은 망 위에서 달릴 수 있는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기차’들이 출연하면서 생산성 증대와 함께 3차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빛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고준혁 (kotae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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