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영화제 픽 '좋은사람'·'쇼미더고스트' 나를 찾는 소동극

조연경 기자 2021. 9. 1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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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도 발전한다. 재미와 의미, 메시지를 모두 잡은 두 편의 독립영화가 스크린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는다.

지난 9일 나란히 개봉한 신작 '좋은 사람(정욱 감독)'과 '쇼미더고스트(김은경 감독)'는 이미 국내에서 열리는 굵직한 영화제의 선택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좋은 사람'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CGV아트하우스상·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으로 2관왕, '쇼미더고스트'는 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배우상과 NH농협 배급지원상을 거머쥐며 역시 2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장르는 확연히 다르다. '좋은 사람'은 날카로운 서스펜스, '쇼미더고스트'는 공포·코믹·드라마와 약간의 멜로까지 모든 장르를 섭렵한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한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명확한 메시지는 독립영화, 그리고 두 작품의 강점이다. 사건과 사고, 상황과 사람은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좋은 사람'과 '쇼미더고스트'는 모두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집중한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좋은 사람'과, '나도 쓸모있는 사람이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쇼미더고스트'. 잠시나마 방치했던 '나'라는 존재를 깨우치는데 좋은 계기를 만들어줄 매개체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 인가요?"


'좋은 사람'은 교실 도난 사건과 딸의 교통사고, 의심받고 있는 한 명의 학생 세익,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교사 경석이 의심과 믿음 속에 갇혀 딜레마에 빠지고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다양한 작품에서 강동원·소지섭 등 배우들의 아역을 맡으며 주목받은 이효제가 세익으로 성숙한 모습을, 분위기 넘치는 연기파 배우 김태훈이 교사 경석으로 분해 사연을 이끈다.

'좋은 사람'이 호평받은 첫번째 이유는 이구동성으로 말한 '짜임새 있는 이야기'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비극을 펼쳐놓고 어디 한 번 '좋은 사람'처럼 행동해 보라고 말하는 영화는 극중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따라가게 만들면서 동시에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든다. 스스로도 "어려운 문제였다"고 밝힌 정욱 감독은 "결국 모든 사람에겐 저마다의 좋은 사람에 대한 기준이 있는 것 같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내가 실제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 출연을 망설였다"는 김태훈은 모든 상황에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교사 경석으로 다시 태어난 수준의 연기를 펼친다. 의심과 믿음 사이에 갇혀 딜레마에 빠지고, 본인의 선택이 가져 온 나비 효과와 충격적 진실까지 마주하게 되는 인물을 섬세하게 다뤘다. 세익으로 분한 이효제는 이러한 경석을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소년티가 벗겨진 무게감이 이효제의 성장을 확인시킨다.

"내가 뭘 해낸건 처음이야" 귀신과의 동거 '쇼미더고스트'



무섭고, 귀엽고, 상큼하고, 유쾌한데 오싹하고 감동으로 밀려오는 울컥함까지 갖췄다. 누가봐도 기분 좋을 발랄한 결과물을 완성했다. 에너지 넘치는 '쇼미더고스트'는 집에 귀신이 들린 것을 알게 된 20년 절친 예지와 호두가 귀신보다 무서운 서울 물가에 맞서 귀신 퇴치에 나서는 내집 사수 셀프 퇴마 코미디 영화. 걸그룹 카라 멤버에서 톡톡 튀는 이미지의 배우로 자리매김 중인 한승연과 BIFAN 배우상에 빛나는 신예 김현목이 찰떡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단순한 플롯으로 흘러가는 듯 하지만 꽤 많은 소재를 다양한 장르로 얽히고 설켜내 흥미를 더한다. 캐릭터 설정부터 자취방 보증금마저 주식으로 날려버린 동학 개미 출신 만년 취준생 예지, 내집 마련의 꿈을 품고 월세 입주에는 성공했지만 폐기 음식으로 연명 중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호두로 소개, 자괴감에 빠진 이 시대 청춘을 주인공으로 취업, 부동산, 우정과 사랑에 사기, 몰카 범죄 등 사회적 문제를 영리하게 풀어낸다. 판타지 가미로 때론 유치하지만 한껏 품에 안고 "잘했다" 토닥이고 싶은 공감의 청춘물이다.

"어느 때보다 절망에 빠지기 쉬운 시기, 청춘들의 우정을 통해 작은 성취를 이워내는 과정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김은경 감독은 제 목표를 120% 달성했다. 스크린 첫 장편 데뷔 신고식을 치르는 한승연은 싱크로율 높은 캐릭터를 통해 예지와 한승연의 매력을 모두 쏟아냈다. "이 작품을 하면 행복할 것 같았다"는 한승연의 기대도 완벽하게 이뤄졌다는 후문. 김은경 감독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 나도 무언가 하나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는 새 바람을 남겼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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