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일산대교 7000억원 기대 수익 걷어찬 이재명.."무료화하게 2000억원 받고 떠나라"

박정엽 기자 2021. 9. 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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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레이더]
대선 앞 타협 여지없는 '무료화' 선택
공적연금 개혁엔 '침묵'
진중권 "고갈 걱정하는 판에, 표 얻으려고 그걸 빼다 뿌리나"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민연금의 예정된 수익을 헐어 표심을 사로잡아 논란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해 2038년까지의 기대수익 7000억원을 예상하는 유료 교량인 일산대교의 운영권을 경기도가 회수하고 이를 무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부터다.

경기도가 국민연금에 제시한 손실보상금은 2000억원으로 알려졌다. 민자사업에 대한 신뢰 상실, 국민연금 수익성 약화, 경기도-국민연금 간의 불필요한 소송 등의 문제가 뒤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공적연금 개혁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민주당 내 소장파 정치인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3일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 일산대교 요금소에서 최종환 파주시장(왼쪽), 정하영 김포시장(왼쪽 두번째), 이재준 고양시장(오른쪽)과 함께 일산대교 무료화를 위한 공익처분 추진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민의 교통기본권 회복과 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일산대교 공익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익처분은 사회기반시설의 효율적 운영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지자체가 보상금을 주고 사업자의 운영권을 회수하는 조치다.

일산대교는 고양시 법곳동과 김포시 걸포동을 잇는다. 국민연금이 2009년 11월 지분 100%를 확보한 ㈜일산대교가 운영하고 있다. 한강 다리 27개중 유일한 유료 교량으로, 소형(1종) 기준 1200원의 통행료가 비싸다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있었다. 경기도와 일산대교 운영사 간 통행료 조정을 위한 협상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상 주무관청인 경기도가 법이 정한 공익처분 결정이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문제는 일산대교 통행료가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의 수익으로 쌓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2009년 11월 ㈜일산대교의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2038년까지 30년간 유료 운영권과 협약 상의 추정 운영수입을 보전해주는 권리(MRG)를 확보했다. 국민연금은 지분확보 및 선순위 및 후순위 대출로 25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목표수익률은 연간 8%로 알려졌다.

공익처분이 실시되면 경기도와 고양시, 김포시, 파주시는 손실을 입는 국민연금에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보상 규모는 주무관청과 사업시행자 간 협의를 통해 정하지만, 협의가 안 될 경우에는 국토교통부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 절차로 결정된다.

지난 3일 일산대교 요금소.

경기도와 국민연금 양자간 협의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투자금액과 2038년까지의 기대수익은 7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경기도가 제시한 보상금은 2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산대교를 이용하는 김포 고양 파주 지역 200만명의 표심을 겨냥해 대선을 앞둔 시점에 공익처분 선언을 내놓은 이 지사와 경기도가 물러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는 경기도가 선택한 해법이 일산대교 운영사와 이견을 절충해 통행료를 인하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료화’라는 일방적이고 상징성 강한 조치를 경기도가 강행한데서 드러난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일산대교 통행료 인하를 위한 사업 재구조화 방안’ 용역을 맡기는 등 오랫동안 관련 준비를 해왔다.

국민연금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법이 “국민연금기금이 재정의 장기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수익을 최대한 증가시킬 수 있도록 운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경기도가 제시한 손실보상금을 덜컥 받아들였다가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연금개혁에 손 놓은 뒤, 내년도 4대 공적연금 지출이 6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국가재정 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 지출액은 59조2869억 원에 달한다. 2017년의 45조원에 비해 33%가 늘었다. 앞으로는 연평균 7.8%씩 늘어 2025년에는 75조3616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금 적자 등에 따른 정부 부담금도 내년 8조7000억원, 2025년 10조4300억원으로 늘 전망이다. 국민연금도 2043년 적자, 2057년 고갈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3일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 일산대교 요금소에서 열린 일산대교 무료화를 위한 공익처분 추진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의 노후대책이다. 그러잖아도 고갈을 걱정하는 판에, 제 표를 얻으려고 그걸 빼다가 제 동네에 뿌리나”라며 “생색은 자기가 내고 비용은 국민 모두가 지불하고, 이 짓을 하면서 잘 했다고 홍보하는 데에 또 세금을 가져다 쓰고. 지사직 사퇴 못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이런 유의 소송이 몇 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결론 날 때쯤이면 이 지사는 이미 도지사 자리에 없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연금개혁을 주장해온 이동학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투자금 정도의 보상으로 미래의 기대수익을 없애는 선례를 ‘일산대교’에서 만든다면 그간 민간투자가 원활치 않아 선제로 국민연금이 투자해 운용되고 있는 다른 지역들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6월 기준 연금기금의 10.4%를 차지하는 대체투자 부문의 연쇄 부실화 가능성을 우려한 셈이다.

그러나 이 지사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연금의 일산대교 투자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그 피해를 국민이 감당하고 있는 구조”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민의 세금과 시민들의 비용으로 국민연금공단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이야 말로 세금낭비”라고 했다. 이 지사 대선 캠프의 홍정민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민연금 수익률을 낮춰 국민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지적은 적법한 처분에 대한 발목잡기”라고 했다.

이 지사는 지금까지 공적연금 개혁 방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앞으로 제시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 이 지사측 핵심관계자는 ‘당내 후보 경선은 물론 후보로 확정이 된다고 해도 대선 본선이 끝나는 시점까지 연금 개혁 방안을 발표할 계획은 없나’라는 조선비즈의 질문에 “매우 조심스럽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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