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악타악팀 그루브앤드 "워맥스페스티벌 서는 게 목표"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요즘 국악계에서 가장 핫한 젊은 국악팀 중 하나로 '그루브앤드(groove&)'를 꼽을 수 있다. 그루브앤드는 지난해 국내 최고 국악창작곡 경연대회 '21C 한국음악프로젝트 2020'에서 타악연주곡 'Run, Ran, Run'으로 대상을 수상한 후 쇄도하는 러브콜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악계 라이징 스타 '그루브앤드(groove&)'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2021 신진국악실험무대'에 16일 오른다. '신진국악실험무대'는 전통예술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신진 예술가를 발굴해 멘토링, 레퍼토리 개발, 단독공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5년 시작돼 지난 6년간 122개 신진단체와 예술가를 발굴하고 186회의 단독공연을 지원했다.
타익기만의 소리 들려주고 싶어 2016년 결성
양악의 타악 연주자와 마찬가지로 국악의 타악 연주자들도 관현악 연주자들을 보조하는 역할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반주 역할만 오랫동안 해 온 만큼 자신들만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갈증이 항상 있었다. 그만큼 이상경의 제안에 김하경, 손민주는 고민도 없이 이를 바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2016년 12월24일 그루브앤드가 결성됐다.
김민주는 "타악팀끼리만 연주를 하는 경우가 없다. 산조 반주나 실내악팀, 가야금 해금 이런 악기의 반주를 하는 역할로는 만족이 안 됐다. 타악주자로서 만족이 안 됐다. 그런 갈증이 항상 있었다. 타악팀끼리 뭔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마침 대표 언니가 얘기를 해서 바로 OK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풍물놀이, 탈춤, 남사당놀이 등으로 대표되는 연희 부문에서는 타악기가 중심이 되는 만큼 타악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실내악, 관현악 등 창작음악을 주로 하는 국악타악팀은 찾기 힘들다. 그루브앤드는 그만큼 자신들의 색깔이 뚜렷하다고 자신했다. 많은 국악 그룹이 한글 이름을 취하는 것과 달리 영어 이름을 쓴 것도 애초 세계 진출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라고.
"저희는 처음부터 세계 진출을 처음부터 목표로 했어요. 그래서 외국인들이 알아보기 쉽게 그룹명을 지었죠. 타악기가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 '그루브'를 만드는 거예요. 한국말로 하면 '흥'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루브를 붙이고 저희 음악적 색깔이 당시 나와 있던 어떤 음악들과 똑같이 가고 싶지 않아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앤드를 붙였어요."
"뚜렷한 정체성이 '21C' 대상 수상 이유라고 생각"
연주를 위해 전통 국악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김하경은 "두드리면 소리를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들을 융합시켜서 사람들에게 듣기 좋은 소리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저희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이상경은 "공연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깨달았다. 관객마다 호불호가 있고 선호하는 음악이 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사람들마다 취향이 있다는 거다. 국악계가 유행이 빨리 변한다. 유행에 민감하다. 이날치가 성공하며 작년 '21세기' 대회에 노래팀만 8팀이 나왔다. 기악팀은 2팀이었다. 저희가 대상을 탄 이유는 저희만의 정체성이 뚜렷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저희는 3~4년 동안 정체성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관객과 관계자들이 이제 조금씩 알아봐 주시는 것 같다. 정체성을 지키면서 어느정도 대중성을 수용하고 싶은 게 현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루브앤드는 서울마포구의 웨스트브릿지 with KT 5G 라이브홀에서 16일 오후 7시30분 관객을 찾는다. 공연명은 '多른 그루브'(다른 그루브)다. 1부에서는 타악기로만 이뤄진 다섯 작품을 선보인다. 2부에서는 베이스기타 연주자와 함께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데, 지난해 '21C 한국음악프로젝트 2020' 대상 수상작인 'Run, Ran, Run'(런, 랜, 런)이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상경은 레퍼토리에 대해 "이전에 발표했던 곡들과 신곡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 곡이 신곡인데 곡 제목이 팀명과 같은 '그루브앤드'다. '우리팀이 이렇다'를 보여줄 수 있는 짧고 강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저희가 현재 세 번째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 공연 레퍼토리 중 좋았던 곡, 두 번째 공연 중 좋았던 곡 등에 새로운 곡들을 더해 색다른 그루브를 드리고자 한다. 타악 그룹이다 보니까 박자로만 음악을 만들어야 하니까 한계성이 많다. 타법이랑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 똑같은 악기로 색다른 소리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첫 번째 공연 '본음'에서 선보였던 곡인 'EXIT'(엑시트)에 주목해 달라고 청했다. 본음은 '본래대로 나는 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악기 자체에 집중해 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공연이었다. 기획 의도처럼 곡에 따라 꾕가리로만 이뤄진 연주곡, 장구로만 이뤄진 연주곡 등을 선보였다.
이상경은 "아직까지 이게 그루브의 색깔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EXIT'는 징으로만 연주하는 곡이다. 징은 첫 박을 잡아주고 기둥 역할을 많이 한다. 한 번 치면 소리가 오래 가고 감싸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징도 징만의 매력이 있다. '첫 박만 쳐서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해서 속된 말로 별짓을 다한 결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쟁 활로도 징을 문지르고 다양한 스틱을 이용하기도 한다. 징이 원래 둥근 소리가 난다면, 이 곡에서는 딱딱한 걸로 치니 하드한 소리가 난다. 사람들이 보통 아는 징 말고도 무속 음악에서 태징이라고 해서 가볍고 얇은 징이 있다. 그것도 선보인다"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의 꿈은 여전할까.
김하경은 "요즘에는 기반도 다지고 연차가 조금 생기면서 목표가 뚜렷해졌다. 세계 최대규모 월드뮤직 페스티벌인 영국 워맥스 페스티벌 서고 싶다. 유럽 투어를 하고 싶다는 말도 멤버들끼리 구체화됐다"고 자신했다.
한편 '신진국악실험무대' 기악 무대는 웨스트브릿지 with KT 5G 라이브홀에서 13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성악 무대는 서울 마포구 서교스퀘어에서 10월19일부터 29일까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그루브앤드는 신진국악실험무대에 감사함을 표했다.
"보통은 저희가 기획을 하고 홍보를 하면 한계점이 있어요. 연주 외에도 신경쓸 게 정말 많아요. 공연을 할 때 비중이 공연 자체는 20%도 안 돼요. 8할이 준비하고 진행하는 일이죠. '신진'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게, 연주자를 편하게 해주기에 정말 감사한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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