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움직인다" 흔들리는 한국 공군의 전략적 우위 [박수찬의 軍]
한국 공군도 이와 유사한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과거 1960년대 한국 공군은 F-4 전투기를 미국에서 들여온 직후 한때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공군력을 과시했다.
2010년대 도입한 독일산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사거리 500㎞)은 한국이 북한과 일본 등 주변국보다 전략적 우위에 설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했다.
덕분에 한국은 미국산 재즘(JASSM)을 운용하는 호주와 더불어 인도태평양에서 장거리 전략적 타격 능력을 갖춘 주요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적 기지 공격능력 확보’를 노리는 일본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공군의 전략적 우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 공중전의 핵심은 미사일이다. 가능한 먼 거리에서 적기를 탐지, 미사일로 요격하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장거리를 날아가서 정확히 적기를 파괴하는 미사일이 각광받는 이유다.
한국 공군은 1990년대 KF-16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AIM-120 암람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1995년에 들여왔다.
1991년 실전배치된 암람 미사일은 관성 유도로 일정 거리를 이동하다가 자체 레이더에 적기가 포착되면 스스로 추적해 파괴하는 발사 후 망각(Fire & Forget) 방식을 사용한다.
지난 4월 시제기가 공개된 KF-21 보라매 전투기는 유럽 MBDA가 개발한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이 탑재된다. 미국산 공대공미사일 체계통합과 관련, 미 정부 승인이 늦어지자 2017년 210억 원을 들여 미티어 미사일 체계통합 계약을 맺었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F-35, 타이푼, 그리펜 등에서 쓰이는 미티어 미사일은 암람보다 중량은 무겁지만, 덕티드 로켓을 장착하는 등 전체적인 성능은 더 우수하다는 평가다.
기존 공대공 미사일의 고체로켓은 연료가 줄어들면 속도도 떨어진다. 반면 덕티드 로켓은 연료가 모두 소모될 때까지 출력과 최고속도를 처음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데이터링크를 통해 미사일의 표적을 재설정하거나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이 도입할 F-35A와 F-35B에는 암람이나 미티어 미사일이 장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 공군이 쓰는 F-35A에는 암람 장착이 가능하다. 일본이 추진중인 F-15J 성능개량 사업에서도 AAM-4B보다 교전거리가 더 긴 암람을 탑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티어는 영국 해군이 F-35B에 미티어를 탑재하고 있어 일본이 영국의 협력 아래 도입을 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AAM-4B보다 교전거리가 더 긴 암람과 미티어가 일본 항공자위대에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한국 공군과의 공대공 전투력 격차는 한층 좁혀질 전망이다.
◆공대지 능력 뒤처질 우려도
장거리 공대지 공격능력은 한국 공군이 확보한 전략적 우위 중 하나다.
한국은 미국이 재즘 공급을 거부하자 2013년 타우러스(사거리 500㎞ 이상)를 선택했다. F-15K를 도입하면서 미국 보잉의 슬램 이알(SLAM-ER) 공대지미사일을 함께 들여왔던 한국은 타우러스를 F-15K에 탑재, 북한 방공망 밖에서 지하벙커 공격도 가능할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무기를 확보했다.
문제는 일본이 장거리 공대지 능력 확보 움직임을 가속화하면서 한국의 전략적 우위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으로 탄도미사일 보유가 어려운 일본 입장에서 장거리 공대지 능력은 적 기지 타격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F-35A의 ‘독침’ 역할을 수행할 공대지미사일은 합동타격미사일(JSM)이다. F-35A 내부무장창에 탑재하는 유일한 미사일로 노르웨이와 미국이 개발한 지상, 해상 목표물을 정밀타격하는 스텔스 순항미사일이다. 양방향 데이터링크를 도입, 미사일 발사 후에도 기존에 설정된 목표 외에 긴급하게 다른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성능개량이 계획된 F-15J에는 사거리가 900㎞인 미 록히드마틴 AGM-158B 재즘 이알(JASSM-ER)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AGM-158C 엘라즘(LRASM) 공대함미사일 탑재가 계획됐다. F-15J 70대를 미 공군 F-15EX와 유사한 수준으로 성능을 높이면서 장거리 타격 능력을 부여하려는 의도였다.
일본의 이같은 의도는 비용에 발목이 잡혔다. 미국 측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위한 F-15J 개조 초기 비용으로 일본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5520억 엔(5조 8327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LRASM의 F-15J 탑재를 포기하는 대신 JASSM-ER 탑재 F-15J 성능개량형과 12식 지대함미사일을 토대로 개발할 신형 장거리 공대함미사일을 쓰는 F-2 전투기를 2027~2028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이 외국산 무기 도입과 국내 개발을 병행하며 장거리 타격능력을 키우고 있지만, 한국은 F-15K와 타우러스 미사일 조합 이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KF-21에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하는 방안은 실효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까지 탐색개발을 하고 체계개발로 전환되는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 종료 시점은 2028년. KF-21 초도 양산이 2026~2028년 40대, 후속 양산은 2028~2032년 80대로 예정된 점을 감안하면 초도 양산 KF-21에서 공대지 능력을 갖춘 무기는 폭탄과 단거리 미사일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
사업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방위사업청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분류됐던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경어뢰 성능개량, 한국형수직발사대-Ⅱ, 130㎜ 유도로켓-Ⅱ 사업을 업체 주도로 변경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군이 기존 계획을 고수하는 것보다는 일본처럼 해외 도입과 국내 개발을 병행, 조기 전력화와 기술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초 계획을 변경해 KF-21 블록1에 외국산 또는 외국과의 기술협력으로 들여온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조기 장착하고, 블록2는 예정대로 국산 미사일을 탑재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F-35A와 F-15J에 장거리 공대지 능력을 갖추는 등 스탠드오프 무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KF-21에 무장을 갖추는 작업도 기존 계획을 유지하고 있고, 새로운 대안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을 포함해 중국, 러시아 등이 장거리 타격 능력 강화에 골몰한 상황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한 전략적 우위 확보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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