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희의 타로 에세이]결혼이란 냉수와 온수를 섞는 일..'14번 절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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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가 결혼한다고 축시를 부탁했다.
아름다운 축시를 쓰기에 난 결혼의 어두운 면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결혼이란 서로의 날개를 떼버리는 일이란 걸.
결국 결혼 축시를 쓰지 못한 채 시간만 죽이던 어느 날 불현듯 14번 타로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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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얼마 전 친구가 결혼한다고 축시를 부탁했다. 정확히 말하면 재혼이었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럴듯한 축시가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비관적인 생각만 들었다. 이혼할 각오로 결혼하라 이런 시를 쓸 수는 없지 않은가.
아름다운 축시를 쓰기에 난 결혼의 어두운 면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사랑이 호르몬의 교란 작용이라는 것도, 결혼식이 그저 한순간의 화려한 비행이라는 것도.
개미 일생에서 단 한 번, '결혼 비행'
여왕개미는 바위나 풀 같이 비행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 행글라이더가 날 듯,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그리고 구름떼처럼 모여 날개를 퍼덕이는 수개미 떼 속으로 돌진한다.
한 마리의 여왕개미와 여러 마리 수개미가 한바탕 공중에서 교미하지만 그 화려한 허니문도 잠깐, 비에 날개가 떨어져 나가며 이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땅에 떨어진 개미들은 비행과 사랑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서, 또는 새나 다른 천적을 만나서 대부분 비명횡사하고 만다.
이 단 한 번의 화려한 비행, 생사를 건 외출을 ‘결혼 비행’이라고 부른단다.
1000분의 1 확률로 간신히 살아남은 여왕개미는 제일 먼저 필요 없게 된 날개를 나뭇가지나 돌에 비벼 스스로 떼버린다. 그녀에게 날개는 이제 짐일 뿐이기 때문이다.
개미의 ‘결혼 비행’이 우리의 결혼 모습과 뭐가 다를까. 결혼이란 서로의 날개를 떼버리는 일이란 걸.
그래서일까. 난 신부의 하얀 웨딩드레스를 보면 자꾸 슬퍼진다. 그 순백의 하얀 드레스가 내게는 곧 떨어져 나갈 개미의 날개만 같아, 신부의 아버지가 신랑에게 신부의 손을 넘겨줄 때면 나 혼자 슬픔의 절정에 이른다.
냉정과 열정 사이
혹자는 저 두 컵 속의 물을 냉수와 온수로도 해석한다. 두 컵 속의 물을 쏟지 않을 정도의 긴장과 힘 조절, 두 개의 물이 섞일 정도의 기다림, 대척되는 온도의 희석. 이것이 바로 절제라는 것이었다.
문득 나이 들어서 하는 우리의 사랑도 이래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사랑은 더는 비등점에서 끓어 넘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생사를 건 화려한 비행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그저 새로운 습관을 만나는 일일 것이다. 냉수와 온수를 섞는 것처럼, 같은 음식을 먹고 비슷한 생각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얼굴이 닮아가는 것,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는 것, 서로에게 스미는 것, 그렇게 냉정과 열정을 조절하는 것, 때로는 이성으로 때로는 감성으로 컨트롤하고 양보와 타협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 그런 노력 말이다.
농담처럼 사람들이 말한다. ‘살림살이’가 살려서(살림)+살다(살이)라는 뜻이란 것이다. 그 사람 살려서 살 자신 없다면 함부로 살림 차리지 말라는 것이다.
친구여, 축하하고 부디 ‘서로 살리는’ 살림 차리시기를.
▲조연희 '야매 미장원에서' 시인 golenelia@hanmail.net
※이 글은 점술학에서 사용하는 타로 해석법과 다를 수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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