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난공불락 쏘가리 대량 양식 성공시킨 김진규씨의 '뚝심'

한송학 기자 2021. 9.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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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내 최초 대량 양식 성공..토속어 보존에도 앞장
쏘가리연구소 차린 김씨 "값비싼 쏘가리 회·매운탕 대중화 기대"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김진규 쏘가리 연구소장. © 뉴스1

(산청=뉴스1) 한송학 기자 = "쏘가리가 좋아하는 까다로운 환경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대량 양식에 실패했는데, 올해는 모든 문제점을 파악하고 쏘가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7만 마리의 쏘가리를 내년 10월부터는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쏘가리 대량 양식을 성공시킨 경남 산청 덕천강변에 위치한 김진규쏘가리연구소 김진규 소장(61)이 쏘가리 대량 보급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소장은 이미 2018년 4월 쏘가리 대량 양식을 성공시킨 바 있다. 수십 년간 독학으로 쏘가리를 연구해 2만 마리를 한꺼번에 생산한 것이다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쏘가리 대량 양식을 성공시키면서 국내 안정적인 공급으로 쏘가리 회와 매운탕의 대중화도 기대됐다. 당시 김 소장의 쏘가리 활어와 매운탕 재료가 대형마트에 판매될 정도로 쏘가리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김 소장의 양식 쏘가리는 민물고기에서 우려되는 간디스토마 등 기생충 검사도 완벽하게 통과해 안정성도 확보됐다.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의 1년간 간디스토마 등 기생충 검사에서 기생충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김 소장의 쏘가리 연구는 1996년부터 시작됐다. 2018년 대량 양식 성공까지는 무려 22년이 걸렸다. 10cm 쏘가리를 1년 만에 35~40cm 크기로 키워 2만 마리를 한번에 생산해 내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쏘가리 양식 이전 김 소장은 쏘가리 유통업을 했다. 진주 남강과 경호강, 덕천강에서 잡히는 자연산 쏘가리를 횟집 등에 유통을 한 것이다. 유통업으로 돈도 제법 벌었다. 1986년부터 시작한 유통으로 번 돈을 민물고기 양식업을 하다가 모두 날렸다. 사업 실패로 산청으로 귀촌해 덕천강변의 현재 연구소에서 쏘가리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김 소장은 "유통업을 하다가 1996년 첫 쏘가리 양식을 시작해 2016년 최적의 양식시설을 만들었고 2018년 500g~1kg까지 성장한 쏘가리를 대량 생산했다. 22년간의 쏘가리 연구로 세계 최초 완전 양식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난공불락으로 알려진 쏘가리 양식의 과정도 험난했다. 쏘가리 인공채란, 부화, 치어를 키워서 사료를 먹여 키우는 데까지 모든 것을 독학으로 해야 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3cm 치어를 사료를 먹여 몸집을 키우는 데만 10년이 걸렸다.

김 소장은 "5년 만에 자연산 쏘가리에서 받은 치어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치어를 3cm 치어로 키우는데 또 2년이 걸렸다. 가장 어려운 것은 살아있는 물고기만 먹는 쏘가리에게 사료를 먹이는 것이었다"며 "시중에 파는 물고기와 뱀장어 사료 등으로 연구, 테스트, 실패를 거듭하다가 20cm까지 키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더는 성장하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졌다. 닥치는대로 배합사료 등에 한방 재료를 섞어 먹이다 40cm까지 키우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자신만의 비법인 사료의 성분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쏘가리 사료 개발을 위한 10년간의 노력과 노하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쏘가리 대량 양식에 성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쏘가리 양식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고, 중국에서도 3팀이 찾아와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 소장은 이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아직 쏘가리 시장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성장하면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해 놓은 다음 기술을 전파할 계획이었다.

김 소장은 "대량 양식을 성공시키는 게 목표였지만, 안정적인 쏘가리 공급도 한가지 목표였다. 쏘가리가 맛이 좋지만 비싼 어종으로 국내 소비자가 많이 없는 귀한 어종인데 대량 양식으로 쏘가리 회와 매운탕의 가격을 낮춰 대중적인 음식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쏘가리 대량 양식이 성공하자 이에 따른 경제적 여유도 따라 왔다. 번번이 실패만 거듭하다가 전기세를 내지 못해 강에서 물고기를 팔아 돈을 벌기도 한 김 소장은 쏘가리 대량 양식 성공 후 연간 3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말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쏘가리 6만 마리가 폐사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까다로운 쏘가리의 생활 환경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으로 김 소장은 파악했다.

김 소장은 "대량 양식 3년째 6만 마리가 갑자기 폐사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환경적인 문제였다. 수온과 사료, 환경 등의 일부 문제점을 파악하고, 청결한 환경을 만들어 문제점을 완벽히 보완했다"며 "올해는 물속에 살균 소독기를 설치해 쏘가리가 좋아하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김 소장은 쏘가리 12~35cm 크기 쏘가리 7만 마리를 양식 중이다.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해 순조롭게 성장 중이며, 본격적인 출하는 내년 10월로 전망했다. 10월 전에는 2~3개월마다 이벤트 한정판매도 계획 중이다.

김진규 쏘가리연구소에서 양식 중인 쏘가리. © 뉴스1

2019년 말 쏘가리 폐사로 수조가 비게 됐고 이를 방치할 수 없었던 김 소장은 2020년 민물장어 대량 양식에도 도전해 성공했다.

까다롭고 청결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쏘가리 양식에 성공한 김 소장에게는 민물장어 양식은 첫 도전이었지만 어렵지 않았다.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민물장어도 입소문을 타고 주요 수입원이 됐다. 김 소장은 1kg 당 3만5000원에 판매하는 민물장어 10톤을 양식 중이다.

김 소장은 "쏘가리 양어장이 비어 민물장어를 키웠다. 쏘가리 수질에서 무항생제로 키워 세균 검출도 안됐다"며 "1년에 두번씩 하는 항상제 잔류 검사에서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환경호르몬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2004년 한국토속어보존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쏘가리 연구를 시작하면서 하천 생태계가 파괴되어 가는 걸 지켜보면서 우리 하천과 토속어종을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토속어보존회를 만든 것이다.

김 소장은 "쏘가리 대량 생산으로 값비싼 쏘가리의 대중화와 함께 우리 하천 생태계 보존으로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강을 만들어 우리 물고기가 살수 있는 맑고 깨끗한 하천을 만들고 지켜가야 한다"고 말했다.

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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