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최순실 300조원’

배성규 논설위원 2021. 9. 11.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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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미 FTA 체결에 대해 민주당과 좌파들은 “미국이 서민 노동자를 다 죽이고 나라 정책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전기톱과 해머를 휘두르며 비준안을 막았다. 하지만 우리 수출은 급증했고 미국의 무역 적자는 늘었다. 정반대로 된 것이다. 광우병 파동 때도 “한국인의 광우병 발병률이 95%” “화장품과 생리대로도 전염된다”고 했다. “미국의 광우병 환자 25만~65만명이 치매 환자로 은폐돼 사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뇌송송 구멍탁’이란 말에 여중생들이 울었다. 하지만 미국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 걸린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사드 배치 땐 “레이더 전자파 때문에 암에 걸리고 농작물이 다 죽을 것”이라고 했다. “전자파에 내 몸이 튀겨진다”는 노래도 불렀다. 하지만 인체에 미치는 사드 전자파는 휴대폰보다 낮았다.

8일 국정농단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사진)씨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최씨가 안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법원은 “피고는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이진한기자 이덕훈기자

▶천안함 폭침 때는 “내부 폭발로 침몰했다” “기뢰 폭발” “미 핵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주장이 기승을 부렸다. 세월호에 대해 김어준씨는 “박근혜 정부가 일부러 침몰시킨 뒤 항적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했다. “닻을 고의적으로 내려 침몰했다”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당무계하지만 홀린 대중이 적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두고도 ‘호텔에서 밀회를 즐겼다’ ‘성형 시술을 받고 프로포폴을 맞았다’ ‘굿판을 벌였다’는 의혹이 난무했다. 해외 순방 때 고산증 치료용으로 경호실에서 갖고 간 ‘비아그라’도 문제 삼았다. “청와대에 사방이 거울로 된 거울방이 있다”고도 했다. 모두 사실무근이지만 당시엔 사실처럼 돌아다녔다.

일러스트=김도원

▶최순실씨 은닉 재산이 300조원에 이른다고 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1억원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그는 2017년 최씨 은닉 재산을 찾겠다며 유럽을 다녀온 뒤 “박정희 전 대통령 통치 자금이 8조9000억원, 지금 돈으로 300조가 넘는데, 그 돈이 최씨 일가 재산의 시작점”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사망한 1979년 정부 예산이 4조5000억원이었다. 세계 최고 갑부 빌 게이츠의 재산이 126조원이다. 아무리 정치용 과장이라고 해도 최씨 재산 300조원은 너무하지 않나.

▶그런데 안 의원은 오히려 재판부를 비난하면서 “최씨 일가 재산을 조사할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혹을 제기해도 최소한의 근거가 있고 상식에 맞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양식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거짓으로 드러나도 사과 한마디 없다. 오히려 화를 내고 역공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이 나라의 고위 공직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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